세탁기
빨래통 머리에 이고
강변으로 나선다
방망이 휘여잡고
빨래판 부여잡고
창검과 방패
강물과의 전쟁
술고래 남편
불여우 시누이
시집살이 온갖 설움
몽둥이 하나로 팬다
수다쟁이 동네아줌마
치마자락 걷어맷다
양다리 쩍 벌리고
돌걸상에 앉앗다
이집저집 흉보며
후련하게 속푸네
말끔이 씻겨나간
울분 한보따리
방치로 쳣다
응어리진 슬픔
가난햇던 서러움
비틀어서 짯다
눈물이 흘러흘러
빨래터가 씻겨나가던 날
세월이 흘러흘러
이혼율이 솟아오르던 날
세탁기란 괴물이
빨래감을 한입에 삼켜먹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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