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빨래

 

정수리에 무거운 대야를 이고

강변으로 소풍을 나선다

빨래감을 산처럼 모셔놓고

빨래터에 앉아 직성을 푼다

오른손에 방망이를 휘여잡고

왼손으로 빨래판을 움켜쥔다

검과 방패가 따로 없엇다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비누칠을 단단히 먹이고

거품을 물때까지 두드려 팬다

한손으로 목덜미를 거머쥐고

대가리를 빨래판에 들이박는다

더러운 피가 낭자하게 흘러나오면

강물에다 철석철석 헹구고는

꽉꽉 비틀어서 짠다

술고래같은 남편 

암펌같은 시어머니

곰탱이같은 도련님

불여우같은 시누이 

시집살이의 온갖 설움을 

몽둥이 하나로 두들겻던

옛날옛적의 강변 빨래터

수다쟁이 동네아줌마들 

치마자락 걷어매고

허벅지를 쩍 벌려

풍덩풍덩 걸터앉은

대수롭지 않게 생긴 

둥근 돌걸상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어댄다

이집 저집 흉을 보며

속을 후련하게 풀다보면

언제 그랫나 싶을 정도로

말끔하게 씻겨나간

꽁꽁 꿍져서 매놓앗던 울분 한보따리

그 한응어리 원망을

펑펑 두드려서 때렷던

빨래를 치는 몽둥이

가난햇던 서러움을

눈물로 힘껏 비틀어서 짯던 

손금이 닳아빠진 거친 손바닥

세월이 주룩주룩 흘러내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날

세탁기란 괴물이 불쑥 나타나

이 모든걸 통채로 삼켜먹엇다

이혼율이 증가한 요즘에 들어

추억의 강변 빨래터가 마냥 그리워지는건

아마도 내가 나이를 먹엇다는 증거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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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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