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에게 (외 1수)
주향숙

폭력과 불의와 죽음에 두려워 떠는
너의 힘없는 손을 잡고
괜찮다고 말하지 못하겠구나

너희들의 미래는
봄날처럼 새롭게 다가온다고
약속해주지 못하겠구나

절규로 부르튼 입술들은
페허를 거듭 문질러 뭉개지는구나

후날 너의 아이가 꽃망울처럼
너의 따스한 자궁에 깃들 때

너 또한 여린 숨결을 향해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목메여 속삭이겠지

그 슬픈 예감에 내 가슴이 미여지는구나

손의 기억
주향숙

손과 손을 잡는
아주 평범한 순간이
따뜻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나는 그속에 스며들었다

어느날 손에서 손이 빠져 나갈 때
내 몸속에서 생명이 쑤욱 뽑히고
그 자리로 기억이 뿌리를 내리고
구불구불 뻗어나갔다

아직 못다 잡은 손들이
무수하게 자라올라 더듬어오면
나는 한겹씩 살갗을 벗는다

내 피에 젖은 너의 모든 손들을 잡고
시간의 무덤을 파고 들어가
손과 손의 기억을 덮고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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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너와 나, 우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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