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력

집집마다 일력 찢어쓰던 시절
가난햇던 그런 시절이 잇엇다

하루하루를 소박하게 찢으며
가난한날 행복을 만끽햇엇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갑자기
살림살이가 펴지기 시작햇다

한국에 가셧고 일본에 가셧고
미국에 가셧고 쏘련에 가셧다

가족을 살릴려고 모두 가셧다
잘 살아보겟다고 모두 떠낫다

집집마다 집도장만 차도장만
거기에 달력까지 장만하엿다

언제인가부터 그렇게 갑자기
일력에서 달력으로 바뀌엇다

씀씀이도 풍덩풍덩 헤퍼졋다
검소하던 생활패턴 깨여졋다

하루하루를 쫀쫀하게 찢다가
한달한달을 뭉텅뭉텅 쯪는다

가족은 돈으로 먹여살렷지만
가정은 돈땜에 쯪기워나갓다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햇고
달력은 일력보다 빨리 달렷다

일력찢던 그 시절엔 단순햇다
일력찢던 그 시절엔 명확햇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앗고
개코같은 스케줄도 전혀없다

달력안의 미녀한테 홀리워서
하루를 한달로 돌려치우다니

신선놀음 도끼자루 썩는구나
믿던도끼 제발등을 깨는구나

지금당장 인터넷상점에 들러
일력파는 곳을 알아봐야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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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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