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인심좋은 산골마을
인정넘친 시골동네
처마지붕아래 달린
한줌만한 제비둥지
흥부살던 보금자리
그림같은 초가삼간
초가집을 허물어서
기와집을 지을가요
볏짚은 넘쳐나는데
기와장이 모자라네
기와장을 굽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아요
기와장을 잘 번지는
강건너 도깨비 마을
강건너 그쪽 마을에
손을 한번 내밉시다
탄탄한 파란 기와장
한트럭만 꿔주세요
빌려주신 그 은공은
콩과 쌀로 갚을께요
기와장을 받자마자
뭐가 그리 성급한지
번개불에 콩알볶듯
부랴부랴 서두르네
아득햇던 조상한테
대물림을 받은거라
예로부터 빨리빨리
그놈 못난 허겁지겁
북악산 산기슭아래
마루위 두둥실 솟은
름름한 기와집 한채
제비둥지 하나없던
으리으리한 마룻집
호박씨는 고사하고
제비새끼 한마리도
날아들지 않앗으니
도미노의 골패들이
연거푸 허물어지듯
사나흘이 멀다하게
난투극이 벌어진다
부부 말다툼은 기본
패를 가르고 기싸움
편을 가르고 몸싸움
부모자식 등 돌리기
형제자매 원쑤 맺기
옆집 이웃 험담하기
사돈 팔촌 물어뜯기
깜빵살이 비일비재
비수에 뒤통수 맞기
벼랑에 목숨 던지기
굿이 필요하다싶어
용한 무당을 찾앗다
액운을 물리치도록
방토나 해주십시오
부적이라도 붙여서
재앙의 연결고리를
제발 끊어주십시오
눈을 감은 점쟁이가
눈을 뜨고 입을 연다
사방에 잡귀신이요
집의 터가 안좋구만
대들보도 비뚤엇고
기와장도 이상하오
제손으로 못만들고
빌려쓰면 큰일나오
폭풍 우박 막아주는
유일한 자존심이요
아무한테나 함부로
갖다맡기면 되겟소
죽이되던 밥이 되던
제힘으로 지켜야지
뜬구름은 가볍구만
하늘색은 들떠잇소
안정적인 붉은색이
내보기엔 좋을같소
빨리빨리하는 성격
빨리빨리 고쳐주오
성급한놈 술값내고
낙수물이 돌을 뚫소
느긋하고 차분하게
가늘어도 길게 보오
쟁개비는 타죽어도
큰가마는 늦게 끓소
바다건너 먼 동네랑
친한 척을 하지말고
가까운데 이웃사촌
넓게넓게 생각하오
사돈네 팔촌들까지
한마음에 품어보오
하늘색의 기와장은
도깨비의 저주라고
내가 분명 말햇잔소
가슴속에 새겨두고
부적이나 간직하오
뱃사공이 많아지면
심산으로 배가 가오
천하대세 분구필합
오래되면 하나되오
동해물은 흘러흘러
핏줄에서 뭉친다오
오늘 일단 여기까지
천기누설 마치겟소
그 뒤로는 모르겟소
알아서들 잘해보오
허옇게 낡은 봉투속
두벌로 접힌 얇은 천
펼쳐진 한장의 평면
붓으로 쓴 붉은 글씨
우뚝 그려져 잇엇던
민족의 령산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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