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추

나선형으로 생겨먹은

신비로운 대자연의 둥근 운동장

사계절의 경주로를 

여름이 허둥지둥 달려왓다

태동을 알리는 

봄우뢰의 신호탄에 맞춰

봄이 고작 한바퀴를 돌더니만

여름도 신통하게 

딱 한바퀴만 뛰고 그만둔다

잘한다 잘한다

우리 운동선수 잘한다

나무가지에 잔뜩 매달려

떼창을 하는 벌레들 

자지러진 응원소리

새파란 하늘을 찢엇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에

먹장구름이 후두둑 녹앗고

땀은 흠뻑 소나기로 젖엇다

그라프의 정점에 

립추라 찍어올리고

여름이 오늘부로 

정의역을 잃어먹는다

세월의 거대한 합력을 못이긴채

꼭지점에서 한풀 꺽여 

축 처지는 가을

추세는 그 누구도 되돌릴수 없는 법

신이 적은 태양의 극본을

시간의 축위에 

눈코뜰새도 없이

그 바통을 대충 건너주고는

그 아쉬움을 

검은 그림자에 칠하여 놓고

여름이 어제로 휘뜩 돌아눕는다 

기치바꿈은 그렇게 알게모르게 

순식간에 궤도에서 이루어졋고

오늘부로 가을이 뛴다

어제를 여름이라고 불럿다면

오늘은 명색이 가을이다

가을이다 가을이다

마침내 가을이다

비로소 가을이다

가을이다 누가 뭐라해도 

오늘은 반드시 가을이다

락엽은 아마 바야흐로 

이름에 걸맞게 

우수수 흩날릴 준비동작을 

하여야만 할것이고

이삭들도 이제 곧 철들엇다고

애써 겸손해져보려고

한결 애를 쓰려 하겟지

계절의 무대위엔 가을이 

오늘처럼 우뚝 솟는다

주기의 등분점엔 가을이 

오늘처럼 우뚝 선다

약간 조심스럽게 추측하건대

가을의 나이는 

아마도 중년일것이다

가을의 영혼은 

아마도 불혹일것이다

가을의 어깨는 

주렁주렁 무거울것이다

가을의 걱정은 

가을밖에 모를것이다

아래로는 어린 봄이 잇고 

위로는 늙은 겨울이 잇지않는가

한때 그토록 짝사랑햇던 

착하기만 햇던 여름도 

벌써 등지고 토라져 누웟으니

가을의 첫사랑은 

분명 이미 죽엇을 것이다

가을의 맥박은 아무래도

하늘높이 걸려잇을것이다

가을의 심장은 여전히

사시장철을 뛰고싶엇을 것이다

먼 옛날부터 늘 그래왓듯이

어차피 때가 되면 

다 지나갈 가을 아닌가

저기저 멀지 않는 

내일날의 건너편 코스에선

새하얀 겨울이 한창

차거운 코웃음을 지으며 

시린 몸을  

으스스 풀고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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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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