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시인

시인과의 첫 만남은
부동산거품이 깨지기 시작한다
소문이 낫던
어느 평범한 4선도시의
아늑한 스타벅스엿다

기억으로는 시인이
회사에서 갓 잘려
취업대기중이엿엇던지…

아무튼!

시인은
커피가 쓰다며  
아이스 그린티를 시켯고
그리고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켯다

시인은
내 왼쪽 편에 앉앗엇고
그의 오른팔에는
검은색 붕대가
둘둘 감겨 잇엇다

사람들을 만나면
늘 왼손으로만 악수를 한다
자랑삼아 말햇던 그는

재작년 회사에서
오른손 엄지와
가운데 무명지가
뜻밖의 사고로 잘려나가
아주 불편하다고 하엿다

웬지
옳은 다리도 불편한지
걸음걸이가 가끔씩
절둑절둑 하엿다

시인은
음악이 듣고 싶엇는지
왼쪽 호주머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엇고
이어폰은
왼쪽 귓구멍에만
꽂아 넣엇다

어릴적 차사고로
오른쪽 고막이
나갓다고 햇다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겻을 때에도
검은색 안경 너머로  
왼쪽눈만 깜박깜박거렷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시인의 오른쪽 눈은
이미 멀쩡하게도
멀어잇는 상태엿다

의미심장한 썩소를 지으며
시인은

왼쪽 콧구녕으로만
들숨을 쉬고
옳은 구멍으로는
날숨만 뱉는다고
농담삼아 뻥을 치셧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걸
마음으로 믿는것은
진정한 믿음이다
라고 말햇다

시인은

자신은 심장이 아마도
옳은 쪽에 달렷을거라
수줍게 말을 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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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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