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니 언제부턴가 저 혼자서도 그림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어른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한발 늦게라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그림책은 한번 읽으면 감질이 나서 두번,세번 읽게 되고 큰 소리로 읽어도 금세 다 읽게 됨으로 지치지 않아서 좋습니다. 짧은 이야기인데 하루종일 생각이 날만큼 좋은 그림책을 읽었을 때는 설거지를 하다가도 그림책 속 좋았던 문장과 그림이 머릿 속에 떠올라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하지요.

그 중에 미소를 짓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있잖아, 나 오늘 멋진 이야기책 한권을 읽었는데,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을만큼 입이 간질거리는 책이 있어요.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책인데요, 제 입으로 한번 이야기를 들려줘볼까 해요.

100만 번을 산 고양이가 살고 있었대요. 멋진 무늬를 가진 고양이였는데 한 때는 전쟁을 좋아하는 왕의 고양이가 되어 전쟁터에 들려 다녔고요, 한 소녀의 고양이였던 적도 있었고 도둑의 고양이, 서커스의 고양이였던 적도 있었대요. 고양이는 자신을 좋아해주던 주인들의 실수나 잘못으로 죽을 때가 많았지요. 고양이는 그 주인들을 싫어했대요.  그리고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고양이가 되였지요.

그러다 100만 번째에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도둑고양이로 태어납니다.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던거지요.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대요.

암고양이들이 모두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선물들을 주었지만 고양이는 이렇게 말했대요.

“나는 백만 번이나 죽어봤다고! 새삼스럽게 이게 다 뭐야!”

하지만 100만 번 산 고양이도 자신을 본 척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에게 반하고 맙니다. 백만 번이나 살았다는 자랑에도 놀라워하지 않고 덤덤한 하얀 고양이였지요. 

100만번 산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붙어 있으면서 새끼 고양이들을 많이많이 낳고 하얀 고양이를 자신보다 더 좋아했대요. 하얀 고양이가 할머니가 되어 죽은 날,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대요. 백만 번이나 울었대요. 그리고 울다 지친 고양이도 죽었는데요, 마지막 한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마지막 문장이 좋아서 입으로 몇 번이고 되뇌어보았어요.  100만 번 산 고양이는 드디어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된거에요. 우리 말로는 환생이라고도 하는 다시 태어남을 이 글 읽는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어요. 사는 게 고달파서 이 생으로 족하다는 사람도 있을테고, 후회되는 일도 많고 만족하지 않는 환경도 꽤 있어서 차라리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사람도 있을테고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환생에 대한 저의 삶의 태도를 돌아봤는데요, 100만 번 산 고양이가 알려주더라고요. 바보야, 환생을 하냐 못하냐, 몇번을 환생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설령 앞으로 100만 번을 더 죽었다 다시 살아난대도 이 생보다는 더 행복하게 마음 다해 살 수는 없겠다는 확신이 중요한거지,라고요. 

혹시 살면서 그런 기억 있었나요? 지난 살아온 날 들 중에 오늘이 최고로 좋은 날이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 중에도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은 없겠다는 그런 날이요.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간 중에 하얀 고양이와의 생이 가장 행복했고 앞으로 또 수십번 죽었다 살아난다 해도 이같은 행복은 더 이상 없을 걸 알았으므로 하얀 고양이 옆에서 드디어 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나봐요.

저는 이 책을 어제 읽었고 금방도 읽었고 내일도 읽을 예정이에요. 읽을 때마다 생각하겠지요. 100만번 태어나는 것 따위는 부럽지 않을만큼 지금 이 생을 어떻게 벅차게 잘 살아볼까하고. 원없이 사랑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걸로도 어쩌면 충분할지도 몰라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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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는 달팽이

확고한 취향 없이 오늘은 비 오는 소리가 좋았다가 내일은 바람 한 점 없는 건조한 날씨가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제의 당신도 오늘의 당신도 내일의 당신도 모두 좋아해보려 합니다. 당신에겐 비 오는 풍경과 맑은 하늘,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이 모두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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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처음 글을 죽음, 두번째 글은 환생, 세번째 글을 뭘까요..
    찾아보니 이 책이 작가의 대표작이네요. (佐野洋子, 『100万回生きたねこ』1977). 남만주철도회사(만철)에 근무하던 부모님의 밑에서 북경에서 나서 자라다 대련으로 이사했다가 9살 때 일본이 패전해서 섬나라로 넘어온 이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1. 오, 재밌네요. 백만번째에 제대로 살았군요. 영화 어바웃타임도 생각나요. 자꾸 후회돼서 과거로 돌아가기 능력을 사용하기를 거듭하다가 어느 순간 더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던 남자주인공, 생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게 되니 돌아갈 일이 없게 되었던지 그랬던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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