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도 꾸미기 나름이구나 싶었던 것.

평소에 꾸미는 것에 소질이 없는지라 수수한 모습, 민낯을 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서로의 변신에 깜짝 놀랐다. 아, 그도 이렇게 멋있어 질 수 있구나. 아, 나도 이렇게 예뻐보일 수 있구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에 서로 또 반해버렸다.

하나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찍어서 재밌었던 것.

결혼을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둘이서 준비하다보니 경제적인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찍고 싶은 컨셉은 많았지만 견적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포기했다. 그렇게 차선책에서 최선의 선택지인 웨딩 스튜디오를 하나 골랐다.

스튜디오가 정해지니 이젠 촬영만 남았다. 그런데 신발이 문제였다. 그가 신을 수 있는 290 사이즈의 구두가 없었던 것. 촬영 하루 전에 당장 신발을 구해야 했다. 빌릴 사람도 없고, 평소에 불편하다며 구두를 신지 않다보니 한번 신자고 사는 것도 마땅지가 않았다. 여기 저기 매장들을 알아봐도 당장에 290 사이즈를 파는 곳은 없었다. 우리는 과감히 스니커즈를 신고 찍자고 합의를 보았다. 아무렴 어때, 맨발로 찍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부모님들은 ‘너네는 정말 별나다.’며 어이없어 하시며 웃었다. 우리에게는 뭐가 우선인지가 확실했다. 사이즈 좀 작은 것을 신고 찍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 불편함을 감수하며 남들이 하는대로 찍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중요했다. 결혼을 하는 우리의 감정이 중요했다. 지금의 우리를 가감없이 그대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멋들어지지 않아도 조금은 남달라 보여도 카메라 앵글에 ‘지금’의 우리다움이 담기기를 바랐다.

촬영도 우리는 속전속결로 끝냈다. 메이크업 받는 것부터 촬영을 끝내기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작가님이 보여준 샘플들 중 딱 찍고 싶은 세트만 선택해서 찍었다. 작가님이 잘 찍는 세트라고 해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 포즈들은 과감히 뺐다. 작가님은 ‘이건 찍어야 하는데.’하며 아쉬움을 내비춰도 흔들리지 않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했기에 촬영을 즐길 여유도 있었던 것 같다. 촬영 전까지 우리가 한 거라곤 스튜디오에 문의 전화를 한 통 드린 거와 스니커즈를 신자고 한 결정이 다였다.

하나는 돈 없으면 서러움으로 값을 치러야 했던 것.

아직도 웨딩 관련 업계에서는 씀씀이에 망설임이 없는 사람만 고객으로 대접해주는 모양이다. 짠돌이 냄새를 풍기는 커플에게는 대놓고 찬바람 신세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 이유도 다 많이 찍어 많이 선택하게 하려는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스튜디오 촬영이 끝나고 2주 후에 우리는 앨범에 넣을 사진을 고르러 갔는데 어떻게든 추가비용을 내게 꼬득(?)이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기에 그들의 수단이 놀랍지는 않았지만, 알면서도 당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우리가 찍은 사진은 총 500장, 그중에서 우리는 20장을 고를 수 있었다. 꾸역꾸역 20장을 다 고르고 직원분을 호출하는데 ‘어떻게 이걸 선택하지 않을 수 있냐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말이 20장이지 그중에 무조건 가로로 된 사진 2장을 선택해야 하는데 가로 사진은 2페이지로 계산해서 최종 18장인 셈이었다. 우리는 한장에 3만5천원인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2장을 더 뺐다.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이미 기본 비용으로 원본값 55만원 지불했다. 사실 사진 원본만 있으면 스스로 포토샵을 할 수 있었지만 앨범까지 기본으로 포함된 패키지로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진 20장을 선택하고 나면 앨범 제작기간, 수령 방법, 예식장으로 배송되는 포토테이블 등에 관해 안내를 해줄거라고 생각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의 존재를 잊은 것인지 우리의 옆을 지나가면서도 자기들 할 일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멍하니 기다리다 못해 직접 물어봐서야 마지못해 해준다는 식으로 퉁명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은 물어보지 않아도 설명해주고 돈을 적게 쓰는 사람은 물어봐야만 설명해주는 그들의 무례함이 언잖으면서도 약간의 서러움도 있었다. 우리가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하등 없었는데 말이다. 하나하나 따져가며 나름대로 알뜰하게 결혼식을 준비하다보니 이런 일도 겪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안도하면서 그곳을 벗어났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세상은 넓고 웨딩 촬영은 한번이면 족하다.


썸네일 BY BlossomWay

https://grafolio.ogq.me/project/detail/844c982e50ce4813af48532292a8b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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