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중 졸업하고 나서 우리말로 글을 쓸 일이 없어졌다. 대학에서는 한어로만 말을 해야 했고, 휴가 때는 나홀로 살고 있어 입을 열 일이 적다. 막상 글을 지으려 하니 어떤 이야기를 담을가, 어떤 표현을 쓸가 하는 고민들이 하나둘씩 뇌리에 나타난다. 조선족이라는 단체에서 빠져나온지 고작 7년, 나는 이미 자랑스러워했던 우리말에 서먹서먹해졌다. 나는 이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한창 고중 다닐 때 즈음, 목에 피대를 세우고 인터넷에서 싸우던 일이 생각난다. 조선족의 명예를 위하여, 조선족을 알리기 위하여, 또는 조선족이라는 내 자신의 정체성을 위하여 욕까지 하면서 내 주장들을 내세웠다. 조선족은 간첩이 아니고, 한국사람도 조선사람도 아니며, 중국 등골 파먹으면서 욕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하긴, 그때가 인터넷이 한창 발전하고 있을 때라 사람이 많으니, 각양각색의 생각들이 많이 부딪힐 시기였다. 나도 내 립장에서 옳다면서 아무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 나름의 “정의적인 싸움”에 투신했다. 주변의 친구들도 앞다투어 투신하니 우리는 우리대로 승리를 선포하면서 또 한번 우리의 명예를 수호했다며 환호하곤 했다.
그 때가 참 순수한 청춘이였지. 그게 청춘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7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이상 이런저런 말다툼에 끼여들지 않는다. 그건 너무 힘든 일이다. 사람마다 단체를 대표하려 하나 자신의 시야를 뚫지 못하고 결국 자신만을 대표하게 된다. 그래서 말다툼에서 조선족의 이미지가 세워지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자기 민족을 밟는 동포들이 많아지고 있어, 사실은 옛날처럼 떳떳해지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 민족은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지금 어린 애들은 거의 우리말을 안 한다고 들었다. 조선어문 시험이 취소된 지금, 조선족학교에서도 조선어문 수업을 줄이고, 더 어렵게 변한 한어문에 시간을 기울여준다. 조선어 강의도 금지되였고, 조선어 답문지도 취소되였다. 조선족 신생아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어, 어떤 조선족학교는 폐교되고, 어떤 것은 병합되였다. 조선어문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아야어여를 가르치는 대신에 무엇을 하고 있을가. 이러한 “우세”들이 사라지니, 아예 애를 어릴 때부터 한국으로 보내는 가정도 많아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점점 사라지고 말것인가?
아니겠지요.
조선민족은 전쟁으로 인해 세계곳곳으로 도망쳤다. 반도는 새로운 번영을 피여나가고, 흩어진 조선민족은 세계곳곳에서 꿋꿋하게 삶을 차리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그렇게 살고 있으며, 영원히 다시 한번 시작할 용기를 품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곤난을 극복할 수 있다. 국적은 우리의 속박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손에 있지, 국적에 달려있지 않는다. 우리의 앞날은 우리의 발아래 있지, 밟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에 달려있지 않는다. 우리의 뿌리는 자그마한 반도에 있으나 우리의 피는 두만강이 마르도록 곳곳에서 흐르고 있을 것이다. 국적은 속박이 아니라, 그저 또 하나의 신분이다.
매미가 우는 선선한 밤이면, 나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한다.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것도 있지만, 촌에만 있는 구수한 조선냄새에 흥분되여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어릴 적 물었던 “나는 한국사람이야?”라는 물음부터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가 하는 질문까지. 아직 스무여살의 나이로 이 모든 것을 해답하지 못하는 것은 량해받을 수 있지만, 나는 그 답들을 찾는 길에서 멈추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력사를 알아보고, 우리의 글을 연구하고, 우리의 지금에 귀를 기울인다. 서운할 때도 많고, 자랑스러울 때도 많고, 화 날때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조선족이니까,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설텐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매미소리가 시끄럽지 않게 들릴 때 즈음에는 아마 나는 나의 민족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고 믿으면서 오늘도 있는 힘껏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내 두손으로 조선족에 한 점 부끄럼 없도록 아름답게 꾸며나가고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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