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달빛에 녹슨 낫을 걸고
쑥밭에 불씨를 묻는다
할머니 손끝에서
쑥잎이 녹는 시간
한 방울 석양이
관절의 경락에
어둠을 달구어
뜸알이 되어 떨어진다
녹슨 무릎 위로
붉은 달이 기어오른다
뜸봉에 타는 황혼의 숨결
할머니 무릎 위에
작은 언덕을 올려놓았다
슬下에 어린 것들이
흙덩이 굴리며 언덕 뛰놀면
"일없다"
"아이 아프다"
그 거짓말 한 방울
흉터에 스며
피지 못한 매화꽃
무덤 위에 피운다
살갗에 내려앉은 등불이
잠든 별자리를 깨울 때
한 줌 연기가
굽은 척추를 따라
저승길로 휘어진다
마지막 뜸봉의 재가
슬개의 혈자리에
작은 무덤 되어 쌓이면
초승달 흉터에
은낫이 어둠 깍아
밤의 밭에서
비석 한 장 베어 낸다
밤이 깊어 뜸잔 기울면
재더미 속 지팡이 메아리
칠흑같은 경혈 뚫고
이삭 움트는 소리로 울린다
"후~"
한 숨에 재를 날리니
한 줌 뼛재
허공에 흩어졌다
아픈 자리를 찾아
별자리를 하늘에 심었다
할머니 무릎 위에
산의 무게를 올려놓았다
슬하에 어린 것들이
산길을 헤매네
둥근 달을 하늘 벽에 붙이고
할머니는 무릎에 뜸을 들인다
달이 기울면
할머니 무덤 타고
달이 영글면
한 점 그리움이 재 된다
할머니 녹슨 마디에
이슬 한방울 고인다
뜸을 뜨니
쑥향이 피어오른다
피지 못한 매화꽃
밤하늘에 둥글게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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