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장사는 언제나 잘 된다. 황기사가 실어간 유리가 다 팔리고나서 주문자가 많아지고 돈도 다 받아 두었다. 건축자재 가게에 사정해서 겨우 두차만 먼저 외상으로 실어가기로 했다.

이날 오후 로얼과 내가 유기사와 함께 삯 일군들을 불러다가 한차 실어 놓았다.  내가 인수원을 할 때는 유리같이 무거운 화물을 실어본 적이 거의 없었고 한꺼번에 자동차 부품을 백 수십가지 실어내간 것이 제일 큰 화물량이었다. 삯전을 아끼는데 신경을 많이 썼는데 자기가 직접 물건을 실어 담았고 다 실은후 몸은 땀 벌창이 되고 기진맥진해 버린다. 여러개 가게를 돌면서 화물을 실을 때도 있었다. 그중 어떤 가게는 화물 값에 실어주는 값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다른 가게의 물건이 양이 많지 않으면 물건을 싣는 동안 택시 하나를 세내여 돌아 다니면서 날라다가 트럭에 옮겨 실었었다. 택시를 한곳에 한대 쓰기보다 한대를 세내어 여러 곳을 도는 것이 돈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되고 그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장사가 커져서 돈도 마음대로 절약할 수 없었다. 삯일을 많이 시켰기에 숫자만 확인하면 되었고 사람은 많이 편해졌다. 삼륜차 대신 택시도 곧잘 타고 다닌다. 삼륜차는 인력거의 뒤부분에 자전거의 앞부분을 붙여서 세바퀴로 된 것을 자전거처럼 타고 다닐수 있는 택시의 일종이고 값이 승용차 택시보다 싸다. 이틀동안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 이날 저녁 집에 들어서자마자 꼬꾸라져 잠에 떨어졌다.

내일은 아침 일찍 두만강을 건너야 한다. 훈춘에서 권하 교두까지는 사실 두만강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이다. 바로 옆에 붙어서 가는 경우도 있고 제일 많이 떨어졌대야 10키로 정도밖에 안된다. 두 나라 경계선이 두만강인 것만큼 출국하려면 반드시 두만강을 건너야 한다. 사람과 화물과 차량이 정상적으로 통과하는 절차를 오늘 유리 실은 트럭이 통과하는 것으로 알아본다.  

권하통상구는 교두(橋頭)라고 습관적으로 불러왔다. 새로 지은 청사에는 권하 구안(口岸)이란 큼직한 네글자가 걸려져 있는데 통상구라는 뜻이고 청사안에 출국과 입국 심사대가 갈라져 있다.  

출국심사대에 들어서서 첫 절차로 출국과 입국신고카드에 인적사항을 적는다. 카드를 여권 혹은 통행증과 함께 보이고 1인당 12원의 구안 이용세를 내야한다. 구안(통상구)사무소에서 이 돈을 받는다. 차량을 화물량에 따라 이용세를 받는데 톤당 7원인 것을 차당 70원, 100원 혹은 120원 지어는 150원으로 생각나는대로 받는다.  

두번째 절차로는 동식물 검역이다. 사람은 국제상에서 통용되는 건강증명서를 내보여야 하고 차량과 화물은 이미 훈춘에서 세관 신고원이 다 만들어놓은 서류를 보이면 된다. 건강 증명서가 없는 경우 현장에서 20원을 내고 1회용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2년간을 다니면서 현장에서 의사가 직접 검사하고 도장 찍어주는 일을 목격하지 못했다. 검역소의 사람이 돈을 받은 후 그 자리에서 조그마한 수첩 같은 데에 날자를 적고 도장을 찍은 후 건네준다. 그 증명서는 원정에서 위생검역에 한번 보인 후에 무효로 된다.

우리 회사의 화물은 Z무역회사에서 대리 수속해 주는데 대부분은 천용이가 이미 시내 안에서 각 부문을 다니면서 통관 수속을 다 해놓았기에 그가 현장에서 서류만 보여주면 되었다. 미처 시내안에서 통관 수속을 다 못했을 경우 현장에서 천용이가 다 해결해주었다. 소독비 20원 외에 국경 민간무역세로 화물의 양과 종류에 따라 백여원에서 수백원 정도를 물고 난 뒤 세관으로 옮겨진다.  

사람은 심사대의 마지막 절차로 변방 부대에서 신분을 확인받으면 된다. 증명서의 사진으로부터 사람을 확인한후 두 카드에 출국도장을 다 찍고 출국 카드를 남겨두며 입국카드와 증명서는 본인에게 돌려준다. 입국카드는 입국하는 날에 입국날자를 적어 반납하게 되어 있는데 입국카드를 잃어버리면 벌금이 따른다. 시내안의 대외사업사무실에서 내준 《출국 증명서》도 반드시 보여주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없으면 출국시키지 않는다.  

기사는 변방부대에 가기 전에 먼저 세관에서 자동차와 화물 두가지 수속을 해야 한다. 자동차는 상세한 신고사항이 적힌 서류를 만들고 거기에 세관의 도장을 찍는데 한부는 남겨두고 다른 한부는 기사가 갖고 있다가 귀국할 때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화물수속은 천용이가 이미 다 된것을 다시 한번 확인받으면 되었다. 차에 실은 화물이 서류에 나온 것과 같은 지도 한번 확인받는다.

세관수속은 반드시 시내안에서 다 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서류를 만든다는 식의 개념은 전혀 없었다.  

교통운수관리소에서 차당 50원씩 관리비를 받아간다. 다른 수금은 다 이해되었지만 이것만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 영수증을 변방부대에서 다시 확인 받아야만이 차량이 통과될 수 있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기사가 변방부대에서 신분을 확인받는다. 자동차마다 1개월 유효기간으로 통행증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건 통행증을 발급하는 기관인 시내의 변방대대에서 수속해야 했다. 차통행증 검열이 끝나기 전에 검사비 5원을 내고 영수증을 받으면 일체 출국수속이 끝나고 다리를 건늘 수 있었다.  

입국할 때는 대체로 출국때의 거꾸로의 절차로 수속하는 데 모든 서류를 반납하고 빈차인 것을 확인받는 외 사람의 신분을 확인받으면 되었다.  

수출수속을 할 때 천용이가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가 현장에 없으면 동식물검역과 세관에서 통과시키지 않는다. 유리는 단일한 화물이라 별다른 이상이 없이 통과된다. 그런데 화물을 섞어 실을 때가 문제이고 눈치보기를 해야 했다. 자동차부품은 슬레이트를 실었을 때나 다른 화물을 실었을 때 늘 섞어 실었었는데 세관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보여주면서 하는 밀수 행위라고 할수 있었다. 수출관세가 거의 없었기때문에 결국 안면때문에 눈 감아주는 거다.  

두만강다리를 건너 원정에 대인 후 차를 세워놓고 사람은 전부 다 청사안에 들어가서 수속을 하게 된다. 새로 지은 청사는 항상 중국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난방시설이 없어 다들 이를 쪼아가면서 서있고 자기 차례되기를 기다린다.

원래의 낡은 청사에서 수속할 때 출, 입국 심사대가 갈라져 있지 않아 수속하는 창의 유리가 깨지는 것과 같은 정경도 볼수 있어 그야말로 시장판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새 청사를 쓰면서부터 출, 입국 심사대가 갈라져 있고 또 자동차와 도보로 구분되어 있어 무척 편리해지고 능율도 높아졌다.  

첫 절차로 입국한 모든 인원의 증명서와 건강증을 위생검역에 들이민다. 자그마한 종이장에 차번호와 인원수를 적고 건강증을 확인받은후 종이장에 도장 찍어 다음 절차에 넘겨준다. 여기서 건강증이 없으면 무조건 통과시키지 않는다. 늘 다니는 사람들은 어떤때 증명서를 확인받지 않아도 무사통과되었다.

약 1년 전까지는 건강증이 없는 자가 그 자리에서 인민페 10원을 내고 조선의 건강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으나 1회용이었고 지금은 그 건강증을 전혀 내주지 않고 다시 두만강을 건너가 중국 건강증을 받아온 다음에야 통과시켜 주었다.  

식물검역에 넘겨진후 수입화물명세도 보여야 했다. 옆에 동물검역소가 있었지만 무역 거래중에 동물이 거의 없었기에 주로 식물검역에서 일을 보았다. 화물중에 관할 범주에 들어있는 화물이 있으나 없으나 꼭 한번을 확인했고 차당 소독세로 인민페 50원을 받았다. 이 돈을 지난해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2년동안 다니면서 국경을 넘어서는 차에 소독수를 뿜는 일을 서너번밖에 목격하지 못했다.  

대외상품검사소에서 중국의 수속서류와 화물수입명세서에 따라 실은 화물을 확인한후 작은 종이장과 위의 두 서류에 도장을 찍고 다음 절차인 보험에 넘긴다. 차당 50원의 보험비를 물면 영수증을 주었고 도장도 찍었다. 보험비 50원도 역시 인민페로 물어야 했는데 지난해 연초부터 실행해 왔다.

소독비와 보험비는 나진의 외국인기업에 적지 않은 경제부담을 갖다주었다. 보험에서는 50원을 하루 보험비로 규정해 놓았고 그것도 3자 보험으로써 중국 차는 1전한푼 보상받지 못하는 거였다.
예를 들어 중국차가 조선차와 접촉사고를 저질렀을 때 조선차에만 보상이 가능했었다. 게다가 차량이 지대 안에서 하루 더 묵게 되면 15원의 보험비를 출국때 추가로 받아낸다. 차량이 나진에 3일간 있다가 돌아갈 때 첫날은 50원으로 에때우고 나머지 2일간의 보험비 30원을 원정의 출국 수속때 추가로 받는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엉터리 없는 협잡행위고 내놓고 하는 사기행각이다. 돈을 내지 않으면 통과시키지 않았기에 어떤 이는 수백원되는 보험비를 울며 겨자먹기로 내놓아서야 귀국할 수 있었다. 나진에 차를 두달간 세워둔 사람이 있었는데 귀국 때 거의 천원 되는 보험비를 물고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다섯 부문이 죽 같이 앉아있는 심사대에서 도장 네 개를 찍고 돈을 물고 나면 다음 절차인 통행검사소로 넘어갈 수 있다. 이번에는 초청장 검열이 있게 된다. 중, 조 두 나라는 무비자였기에 초청장만 있으면 통과할수 있다. 여기까지 왔지만 초청장이 없으면 무조건 되돌아가야 했다.

지난해 연중까지만 해도 팩스로 초청장 리스트가 원정 통검에  전해졌는데 정전과 그밖의 다른 원인으로 하루 이틀 늦게 전해지는 때도 있었고 나진에서 초청장 원본이 중국에 전해지는 것도 시일이 걸리는 거라서 사람들은 흔히 통검에 와서 초청장의 유무를 확인받는다.  

지금은 컴퓨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원정은 전기공급이 항상 잘 되지않는 동네라서 종합청사에서는 발전기로 전기를 해결받고 있다. 초청장은 원본 외에도 사본을 보여도 되었는데 그것마저 없으면 나진행을 포기해야 할 경우가 많다. 우선 통검에서 초청장 확인을 잘 안해주고 전기사정때문에 확인할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전기가 없으면 초청장 원본이거나 사본이 있는 사람만 통과시켰고 없는 사람은 한쪽에 집결시켰다가 기분이 좋으면 확인해주군 했다.

초청장이 확실하게 발급되었는 데도 통검에서 확인해주지않아 되돌아가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래서 통검은 따로 떨어져있고 그쪽엔 사람이 제일 많이 몰려져 있는 곳이기도 했다. 거주증이 있으면 물론 초청장이 필요없다. 우리 식구들은 거주증 말고도 초청장을 항상 갖고 다녔기에 시끄러움을 많이 덜 수 있었다.

다섯번째 도장을 찍고 나면 마지막으로 세관 하나만 남는다. 대외 상품검사소의 도장이 찍힌 수입화물 명세서와 함께 증명서를 넣고 묻는 말에 대답해야  했다. 컨테이너가 있는 차는 무조건 봉인을 달아 나진에 도착한 후 검사받게 되어있다. 그만큼 원정 세관에서의 수속은 간편했다. 그러나 컨테이너가 없는 차는 원정에서 각 부문의 합동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차에 실은 화물은 하나하나 종류와 수량까지 확인했고 그것을 가리켜 완전검사라 한다. 다들 완검사라고 불러왔고 나진에 도착하면 대외 상품검사소에서만 나와서 한번 더 확인한 후 중국의 수출문건에 실제 도착한 종류와 수량을 적어넣고 확인 도장을 찍었고 그것을 다시 원정의 대외상품검사소에 보내주면 되었다.

그런데 완검사의 경우 원정 세관에서 화물확인하는 것이 무척 시간이 걸렸다.   수입신고 문건에 나온 것보다 종류와 수량이 초과되면 안되었고 신고서에 없는 종류가 있으면 무조건 퇴송된다.
종류에 따라 유효 기간이 다른데 유효 기간내에 한가지 종류의 수입품은 누계로 총수량을 초과하지 않으면 합격이다.

오늘처럼 유리 한가지 종류면 찾기도 쉽다. 자동차부품 수십가지나 백수십가지를 실었을 때는 말 그대로 전쟁이나 다름없다.  우리 회사의 신고서에는 수백가지나 되는 수입품이 나와 있었는데 수입화물 명세서에 적힌 것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엄청 많이 소요되었고 그 때문에 세관원들은 우리 식구들이 나타났을 때 몹시 당혹한 표정을 지었고 우리 회사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시간적으로 많이 지체 받았었다. 세관원들은 하나하나 누계로 총수량을 확인하고 그 명세서를 갖고 차 위에 올라서 또 하나하나 확인했는데 어떤 날에는 반나절이나 걸렸다.

능율이 엄청 낮은 그 방법을 지금까지 죽 써왔고 수속하는 세관원은 추운 방안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눈코 뜰새없이 작업했다. 세관원이 미처 찾아내지 못하면 내가 직접 방에 들어가서 그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찾아주군 했다. 자동차에 실은 화물의 종류가 무척 많을 때 수입화물명세서에는 많아서 20가지 정도만 적어놓고 눈에 크게 띄지 않는 작은 물건은 써넣지 않을 때가 많다. 세관원의 작업을 어느 정도 적게 해주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밀수 행위에 속하는 거다.

너무 낮은 작업 효율때문에 검사를 나온 세관원들도 많은 물건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데 짜증을 내었고 그렇다고 명세에 없는 물건이 보이는 것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는 그대로 통과시켜주었다. 그 대가는 물건 중에 자기한테 필요한 것을 얻어 가지는 것이었는데 다들 낚시질한다고 했다. 그러니 원정청사 앞마당은 사실 낚시터나 다름없었고 그 낚시질에 얼마나 많은 《고기》가 낚여지는 지 모른다.

자동차에 필요한 연유나 부품외에도 의류, 신발, 식품에다가 건축자재와 잡화까지 없는 게 없다.
연유를 받아내기 위해 필요한 용기까지도 버젓이 갖춰놓고 있다.  

낚시질외에도 며칠 전에 부탁하여 오늘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 돈을 줄 생각마저도 하지 않는다. 단 1회라도 봐주는 게 있으면 어지간한 돈을 쓸 만도 한데 어떤 때에는 돈이 큰 것도 서슴지 않고 요구해서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식구들이 많아 술과 담배도 적잖게 갖고 다녔는데 세관규정을 초과할 때가 많아 의례 관세를 물어야 했지만 거의 물지않고 다녔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혜택을 덜 보고 있는듯하다. 내가 어느 한번 담배 일곱보루 때문에 관세를 물었었는데 로따가 듣더니 원정 세관에서 뭘 달라는 걸 주지않아 보복하는 거라고 했었다. 그날은 자동차 부품을 백여가지나 실었었는데 신고는 20여가지밖에 하지 않았었다. 담배 관세를 받는 것으로 검사를 대충 마친 세관원이 합격을 주어서 원정을 빠져나갔는데 나진에 도착한 후 명세서에 신고한 것만 차에 남겨두고 신고하지 않은 것을 다 부리우고 나서 대외상품검사소의 사람을 불러왔었다.

인수원을 할 때는 퇴송받는 일이 걱정되어 늘 마음을 조이고 다녔었다. 그 긴장감은 나진에서 검사를 다 받고난 뒤에야 풀리군 했는데 사람을 심신으로 지치게 만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게 하는 것이다.  

합동검사를 다 받으면 원정마당을 빠져나가야 한다. 통검의 검열원 하나가 도장 여섯개가 찍힌 종이장을 확인하고 증명서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빨리 빠지라고 독촉한다. 그만큼 마당이 작아 많은 차들이 서있을 계제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한여름에 차단봉에 막혀 다리 위에서 점심잠을 자던 일, 건강증 때문에 다리를 다시 한번 왕복으로 걸었던 일, 앰블런스를 몰고 두만강을 건느던 일, 저녁 퇴근시간이 되어 차단봉에 막힌 채 거의 한시간이나 다리 위에서 찬바람에 떨던 일…

내놓고 하는 밀수에는 눈을 밝히지 아니하는 이 곳 두만강 양안은 출, 퇴근시간만은 엄격히 준수했다. 그 때문에 H그룹 기사가 저술령에서 죽었고 요즘은 중국쪽 도로에서 또 한명의 기사가 죽었다. 나진에 나가는 화물은 반드시 이 다리를 건너야 하고 건느는 이는 대부분 중국사람으로서 모든 걸 감내할 수 있게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되어 있어야 했다.

가끔 파란 눈에 금발인 사람들이 보이고 일본인이나 러시아인도 있지만 극히 적은 수다. 수산물 장사하는 사람들은 얼마를 버는지 모르지만 앞뒤로 뜯기는 것 같았다. 원정에서 마른 낙지들이 낚시에 걸려나오고 다리를 건너 중국에 넘어와서도 두 번째로 겹쳐드는 낚시질에 뭉청뭉청 걸려나왔다. 명의상에서는 품질검사였지만 규정보다 항상 더 많이 부리워진다. 어쨌든 밀수에다가 약탈까지 겹쳐 발생하는 데가 바로 여기 두만강이었다.  

목편 나르는 기사들은 자그마한 장사를 더러 하고 있었는데 수산물을 몇마대씩 싣고 오는가 하면 개장사도 더러 했다. 나진 장마당에서 값싼 강아지를 수십 마리씩 사가지고 스피어 타이어에 넣고 온 이도 있다. 교두 쪽에 거의 도착할 때 큰 구멍을 낸 타이어에 넣고 두 검사장 마당에서 발동을 걸어놓은 채로 두면 개새끼들이 찍소리도 내지 않는데 소리지른다해도 요란한 디젤 엔진소리에 묻혀 버려 무난히 넘어온다. 개가 질식할가봐 얼마 안가서 스피어 타이어를 터쳐 놓는데 제일 많이 30여마리를 싣고 왔었다.  

명절이 오면 서로 앞 다투어 뇌물을 보낸다. 보내는 사람은 물론 나진에 다니면서 기업을 하거나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나진의 수산물이 중국쪽에 넘어와 전해지는가 하면 원정에도 중국상품이 많이 전달된다.

맥주와 음료수같은 것이 박스채로 보내지고 식품도 여러가지로 보내진다. 우리 회사에서는 신정에 나진에서 돼지 세마리를 사서 산채로 보내 주었었다. 통검과 세관에서 한마리씩 그 다음에 여러 부문에서 한마리를 가질 수 있게 보내준 거다. 종합청사를 지을 때 보낸 것은 지원물자라고 할수 있는데 이것은 순 뇌물일뿐이다. 일년치고 우리는 원정의 낚시질 외에 이 같은 뇌물을 보내준 적이 거의 없었다. 남들처럼 맥주나 소주같은 걸 보내기보다 어쩌면 특이하면서도 체면이 서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난해 겨울 어느 한번은 중고차를 교두에 몰고 왔었다. 단속을 피해 저녁에 외가집에 세워놓고 아침에 일찍 대였다. 그런데 반나절이나 싱갱이질 했지만 권하세관에서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가지–행차증이 없기때문이다. 그 중고차는 이미 페차시킨 거였는데 훈춘에서 나진의 중고차시장을 엿보고 중고차를 전문 수리해내는 개인들한테서 산거였다. 요구가 높았기에 그만큼 수리도 잘되어 있었는데 피뜩 보기엔 새차나 다름없다. 헌데 페차 서류조차도 내 놓을 수가 없어 세관에서는 도난차로 의심할 수도 있었다.

세관원들중의 대부분은 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인데 새로 온 세관원이 애 먹이고 있었다. 점심시간까지 사정하다가 끝내 봐주지 않아서 차를 돌리고야 말았다. 호사다마라고 이번엔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걸렸다가도  “팡! 팡!”  하는 요란한 폭발소리를 내였는데 길에서는 없었던 고장이었다.

초겨울의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여서 라디에이터의 물이 얼어들가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때였는데 그것보다도 더 큰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었다. 새 청사를 사용하기전 내리막으로 된 검사마당에 다른 차들이 지나갈수 있게 길을 조금 틔워놓고 비스듬히 옆으로 기운 자세로 세월둘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뷰다 고장이다. 동생한테 전화를 걸어 황보스네 집에서 새 뷰다 한개를 가져오라고 시킨 후에 고장난 뷰다를 뜯어내고 기다렸다. 중고차를 몰아내갈 때마다 공구 한조에 쟈끼 하나 그리고 토찌램프 한개 등을 계속 싣고 다녔다. 나진에 도착하면 매점에 넘어가 팔릴수 있는 것들이다.  
오후 출근시간이 된 다음에야 작업을 시작했다. 보닛을 열어놓은 채로 두었었는데 세관원들이 보는데서 약 10분쯤 작업하니 모든게 정상되었다.

오전에 요란한 폭발음을 들으면서 아니꼬운 눈길로 보던 세관원들이었는데 그들이 들으라는듯 보닛을 힘있게 큰 소리나게 닫고나서 시동을 걸어놓고 엔진이 더워나기를 기다렸다. 다리목에 우회전을 하던 모양 그대로 차가 길을 반쯤 막고 있었는데 막 운전을 시작하려 할 때 아까 그 세관원이 옆에 와서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점심시간에 차의 행차증을 복사한 것같은 종이장을 발견했었다. 그 종이장을 보이면서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 행차증 사본이 있소!”  

세관원은 나의 말에 흥미가 없는지 종이장을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  

-당신이 중고차를 몰고 다니는걸 두어번 보았다. 차는 낡은 차가 분명하고 당신이 귀국할 때 번호판을 들고 와서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면 오늘은 그냥 통과시키겠다. 별말 말고 빨리 떠나라. 다음번부터는 절대로 통과시키지 않는 다는 걸 말해둔다.  

세관원이 고맙게도 그렇게 말해주어 나는 차량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다리를 건넜었다. 차량 신고서류는 나진까지 갖고 갔다가 귀국할 때 반납해야 하는 것인데 반드시 자동차가 돌아와야만 한다. 신고가 되어있으면 세관에서 차가 돌아올 때까지 관리해야할 의무가 있다. 혹시 도난차인 경우 신고서에 따라 조사할수도 있기때문에 꼭 신고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판매 차량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신고서를 한부 남겨두면 오히려 세관의 실직을 빚어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판매차라는 것을 알리면 아예 신고를 하지않게 하는 것이다.

어쨌든 두만강 양안의 통상구는 나의 인상에 그리 좋지않게 남아있다. 자기 욕심만 차리고 국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살판치는 그곳이 더럽고 치사한 곳으로만 보이었다. 그 틈을 보고 장사군들은 생각지도 않은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제일 전형적인 것이 금장사라고 할수 있다. 나진에서 금을 헐 값으로 사서 중국에 가져다 파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두만강물이 오염때문에 흐려지는 것과 같이 두만강을 건너 다니는 사람들과 두만강변에서 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흐려져가고 있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보아줄 수 없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동방영도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6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