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의 졸업시즌이다. 졸업은 입학이랑 다른 설렘이 있다. 

대학입학은 반사회에 대한 기대같은거라면, 졸업은 진정한 사회에 대한 동경같은것이다. 4년 함께 한 캠퍼스와 사랑하는 은사님들, 정다운 학우들, 후배들이랑 시끌벅적한 졸업식 현장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다. 모든게 슬로우모션이다. 

찰칵찰칵 수많은 표정과 아직도 떠나는 게 믿겨지지 않는 아쉬움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없다. 드뎌 사회의 첫 걸음을 내디디는데 필요한 열쇠-졸업장을 품에 안았다. 

기뻣고 슬펐고 두려웠고 갈망했다. 몇년전 미국행을 포기한 건 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기보단 이 졸업장에 대한 애정이었다. 졸업장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무기 같은거였다. 

그는 처음으로 내가 우리 학교를 참관시킨 남자친구이다. 우리 학교는 참 아담했다. 아담하다못해 반시간정도면 웬만한 학교 유명한 건물은 다 보고도 커피한잔이 가능했다. 우리 학교가 이렇게 미니인줄은 북경의 다른 대학을 참관하고나서야 알았다. 그래도 지금도 나는 우리 교정이 제일 아름답다고 한다. 

그는 둘러보고 나서, 우리 학교가 참 나랑 비슷하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학교를 보여주는 일은 나한테 있어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마치, 내 마음을 여는 일이랑 비슷하다. 그와 함께 걸었던 곳곳은 딱 한번으로 충족했다. 좋은 건 사실 한번이면 된다. 사실, 소주대학이 훨씬 예뻣지만 말이다. 

그가 미국에 대한 삶은 생각해본적이 있냐고 물어봤던게 우리 학교 大礼堂 앞에서였다.  大礼堂은 학교의 대형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다. 그곳엔 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와 선남선녀들이 우아한 몸짓이 동반되는 영혼의 예술전당이었다. 그가 미국에 대한 언급은 아마 그때부터 이미 그는 서서히 이민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학교는 나한테 있어서 12년 분투한 결과이며, 고작 입학한지 일년도 안되는 나에게 그는 섣불리 날 따라 미국으로 가자는 말을 할수 가 없었다. 나한테 미국은 손 닿을수 없는, 아니 아예 생각도 해본적 없는 곳이었지만 북경은 수천수만번 생각하고 선택한 곳이다. 현실적으로 어느곳이 더 좋던 나에겐 여기가 최고였고 여기 졸업장을 손에 넣는 날이면 성공과 한 발 더 가까워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그와 나의 생각차이이고 살아온 환경 차이인거 같다. 그는 1년 남겨둔 소주대학 졸업장을 한치의 고민도 없이 포기했으니. 그의 생각은 이미 너무 앞서갔다. 틀에 박히지도 않았고 설정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한테 졸업장은 하나의 종이장일뿐이었다. 

그의 엄마가 영주권을 가지자마자 그도 이민신청을 했고 바로 떠날수 있었던데는 그 어떤 미국에 대한 환상보다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그에겐 있었던 거 같다. 나는 그걸 이해할수가 없었다. 나는 가족과 떨어진 적도 없었고 태평양 너머 다른 대양주에 살 생각도 전혀 없었으니까. 

무겁고도 가벼운 졸업장과 학위증을 손에 얻고  大礼堂을 바라봤다. 내 앞날은 나을거라는 생각과 꼭 잘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해, 그는 미국간지 3년 되던 해이다…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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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글로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건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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