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영화같은 우연한 만남은 영화이기에 그토록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면 현실에선 그런 장면들이 낭만적이지 않기때문이다. 매 사람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일인칭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그 분위기는 다소 엉망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남으로써 난 나도 영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았다. 그날은 인터뷰를 보러 가는 아침이었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고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국내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미국에서 하게 되는 낯선 인터뷰에 조금은 긴장을 한 탓인지 많이 경직되어 있는 발걸음을 가볍게 내디디며 긴장을 풀려 애써본다. 

어느새 신호등쪽으로 걷게 되었고 난 길을 건너야 했다. 좌우로 보면서 길을 건느려는 찰나 익숙하면서도 긴가민가한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뉴욕에 살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어쩜 이런 우연히? 아닐꺼야, 내가 잘 못 봤을꺼야 하면서 생각을 돌려하고 있는데 그의 얼굴은 너무 선명히 그가 옳았다. 옷차림이며 키며 몸짓이며, 저게 그가 아니라면 분명 숨겨둔 쌍둥이일것이다. 

세상은 나와 나의 시야속 방향으로 가고 있는 그를 제외하고 순간 다 멈추는 것 같았다. 그 붐비는 사람들속을 뚫고 그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우연히 만날거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적 없었지만, 정작 맞닥치니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빨리 신호등을 건너 달려가 그를 붙잡고 잘 있었냐고 여쭤봐야 하는데 난 제자리에서 자꾸 멈칫거렸다. 

그가 나를 기억할까? 혹시나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내가 지금 달려간다해도 이렇게 복잡한 인파속을 뚫고 그를 다시 찾아낼수 있을까? 내 인터뷰 시간도 거의 됐는데 얼른 내 갈길이나 가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 진짜 그의 앞에 선다해도 뭐 어쩔건가? 그토록 애절했던 로미오와 쥴리엣도 아니고 그 짧은 순간에 뭐 이 큰 미국에서 다시 우연히 만난 걸 축하하며 위쳇번호라도 서로 남길건가…

서서히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난 그렇게 그를 놓쳐버렸다. 아니, 흐르는 물처럼 흘려버렸다. 인터뷰라는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는데, 또 그리움과 아무렇지 않음의 경계선이 없는 감정사이에서 난 그를 내 명확한 시야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속으로 다시 녹아들게 했다. 그날 나는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보았고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미국 뉴욕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7년전, 함께 소주대학 풀밭에 누워서 그가 말한적이 있다. 자기는 의료계통쪽으로 건강 영양학 같은 걸 배우고 싶단다. 그래서, 결국 미국이민을 결정했을 때 그는 미국에서 매디케어쪽으로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럼 그는 이미 졸업을 하고 그 쪽 관련 일을 하고 있는걸가? 일은 행복한가? 그때 사귀던 여자랑은 다시 만났는가?(나를 만나기전 사궜던 여자가 미국까지 후에 따라왔다고 한다. 그의 부모님들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자식도 있는가?

모든 게 궁금한 적은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길에서 두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뭔가 그런 궁금증도 오히려 사라졌다. 뭐 어떻다면 어떠랴…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축복의 마음이 더 컸다. 그 이듬해(2019.3월) 나는 3년 넘게 사귄 미국에 함께 온 남친이랑 결혼등기를 했고 뉴욕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다. 

프로포즈부터 웨딩촬영, 본식 및 신혼여행까지, 난 결혼에 대한 모든 환상을 현실로 실현할수 있었다. 뒤돌아보면 동화같은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뉴욕에서 본식을 올려 그런지 그 무수한 축복속엔 그도 한몫 하고 있는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이 행복의 연장속엔 밤하늘 희미한 달빛처럼 눈부셨던 기억속의 그 사람이 어렴풋이 생각이 났었다…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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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글로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건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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