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난히 하늘의 색이 탁하다고, 정우는 생각했다. 마땅히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인공적인 빛을 잃은 밤은 이따금씩 들리는 괴물들의 포효와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의 작은 흐느낌이 섞인 완연한 어둠이었다. 끝을 모르는 공포와 싸우는 일도 이제는 한달째. 그러나 그동안 알아낸 것이라곤 저 괴물들이 빛과 소리에 반응한다는 것과 머리를 명중하면 죽음에 이른다는 것, 단 두가지였다. 다만 어쩌면 이 두가지가 최대의 정보였을지도 몰랐다. 

– 형…

제게 몸을 붙여오는 준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은 정우가 창고에서 나갈 채비를 했다. 낮동안 소진해버린 화살을 찾으러 다시 가야만 했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밖으로 다시 나간다는건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의미였지만 정우는 아직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조심해. 

이미 피에 찌든 군복을 입고있는 태일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습관이나 다름없어진 말이었다. 

– 오는 길에 상황 봐서 약국이라도 들릴게요. 조금만 참아요. 

지혈제도 없이 피가 쉽게 멈출리가 없었다. 압박붕대를 여전히 누르고 있는 예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흰 얼굴이 더 희게 질려있었다. 

– 죄송해요, 저때문ㅇ…

– 준장님은 그런 말 제일 싫어하신댔어. 

예원의 말을 가로채고 먼저 가라앉는 정우의 목소리에 태일에게서 피식 작은 웃음이 터진다. 이윽고 자신에게 닿는 정우의 시선에 예원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작게 한숨을 내뱉고는 모자를 바로잡은 정우의 발걸음이 조심스럽게 창고의 문앞으로 다가섰다. 이미 응고되여 질척하게 신발 밑창에 달라붙는 덩어리들을 넘어선 뒤 문고리에 손을 올린 정우가 숨을 고른다. 활시위를 잡은 손에 힘이 실렸다. 

찰칵-

문의 보안이 풀리며 나는 소리가 또다시 전쟁의 서막을 알리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 이런 어둠속에서는 괴물들의 행동이 굼떠졌다. 그러나 청각은 더욱 예민해지니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마저도 조심해야만 했다. 이미 머리를 관통당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몸에 서늘한 정우의 손이 닿았다. 늦여름이라기엔 기온은 아직도 제법 높았지만 정우를 마주하는건 그저 차디찬 체온뿐. 힘을 주어 화살을 뽑자 머리속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불순물들이 도로를 적셨다. 이미 사고의 기능을 잃었지만 그 속에는 본래 사람의 것이었을 뇌도 있을 것이었다. 대충 손을 털어내고 화살을 챙긴 정우가 벽에 몸을 붙였다. 피가 묻어있는 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을 비빈 정우가 빠르게 몸을 숙이자 괴물의 손이 방금까지도 정우가 서있던 벽을 뚫는다. 괴물의 손이 벽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몸을 일으킨 정우가 바지 뒤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괴물의 머리에 박아넣었다. 방금까지도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던 괴물의 행동이 완전히 멈추자 정우가 손목을 비틀어 칼을 뺀다. 그에 괴물의 머리가 벽에 부딪치며 축 늘어진다. 미동도 없어진 괴물을 바라보던 정우가 손수건으로 칼을 닦고는 뛰기 시작했다. 이제 동이 트기 전까지 단 두시간 남짓이 남아있었다. 

학교 앞 사거리에서 화살 세개, 그 옆의 문구점 앞에서 또 하나. 그리고 편의점 내부에서 두개. 마지막 화살은 최종목적지인 약국 앞에 있었다. 낮동안 약국에서 진을 치고 있던 괴물들이 조금이라도 흩어졌길 바라며 정우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크와아앙 

왼손엔 화살을, 오른손엔 활을 든 정우가 자세를 숙이고 약국으로 다가서자 멀리서 괴물의 포효소리가 들렸다. 주머니에 있던 손전등을 꺼내 불을 밝힌 정우가 천천히 약국앞으로 다가서자 이따금씩 포효소리를 내던 괴물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동시에 불빛방향을 응시했다. 곧 달려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괴물들을 응시하던 정우가 손전등을 왼쪽의 골목 편으로 던지자 괴물들이 일제히 그곳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괴물들이 멀어진 틈을 타 바닥에 널부러진 괴물의 머리에서 화살을 챙긴 정우가 약국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여는 법은 아직 모르는 것인지 정우가 열기 전까지 굳게 닫혀있던 약국의 내부는 이런 상황이 오기 전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약국으로 찾아오기보단 대피를 할 수 있는 곳이나 식자재가 풍부한 마트로 먼저 향했을 것이고 그것이 이미 괴물들에게 점령당한 여타의 곳과는 다른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작은 라이트를 꺼내 어두컴컴한 내부를 비추던 정우의 눈에 흰 가운을 입은 형체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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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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