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낡은 용달차가 탈탈탈 공기 빠지는 소리를 내며 윤지 앞에 멈춰섰다. 투박한 바퀴에 말라붙은 흙탕물처럼 탁한 먼지가 자욱이 일어났다. 언덕을 깎아 만든 경사진 도로를 힘들게 달려오느라 시커먼 숨을 헥헥 내뱉았다. 그 메케한 공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윤지는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얼마되지 않는 짐을 싣기가 미안할 정도로 오래된 차를 보며 윤지는 불쌍하다 생각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주행을 하고 있는 꼴이 누구랑 닮아서였다.

-남은건 엄마랑 아저씨들이 알아서 할테니까 쉬고 있어.

-기어코 이사를 하는거야?

-아직도 어리광이니?

단단히 팔짱을 끼고 있는 윤지를 말없이 보다 윤지 엄마가 말을 이었다.

-심술 그만 부리고 밑에 슈퍼 가서 음료수나 사와, 이 아저씨들 일 끝나고 드리게…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꼬깃하게 구겨진 지페 몇장을 꺼내서 윤지한테 건넸다. 하지만 미동없이 빤히 바라만 보는 윤지때문에 그녀가 억지로 윤지의 손을 잡아다가 돈을 쥐어 줘야만 했다. 어서, 눈빛으로 하는 재촉. 결국 윤지는 돈을 대충 주머니에 구겨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뒤 윤지 엄마는 이내 일꾼들에게 합류해  바삐 움직였다. 그들과 뭐라뭐라 얘기를 하자 얼마 안 되는 옷가지들이 하나 둘 용달차로 옮겨지는 게 보였다. 윤지가 물끄러미 그 광경을 바라보다 이내 돌아섰다.

내리막을 걷는 윤지의 걸음이 가속도가 붙어 조금씩 빨라졌다. 덕분에 털썩거리는 슬리퍼 뒷창으로 먼지들이 꼬리처럼 일어났다. 내리막은 그랬다. 발이 없어도, 어디 하나 성치 않아도, 내리막은 그 모든 것들을 다 밑으로 내려보내는 재주가 있었다. 중력을 이길 힘이 없는 지구의 존재들이 무방비하게 내리막의 시작에 놓인다면 무엇이든 무서운 가속도와 함께 그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윤지의 아빠도 그렇게 죽었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차가 이 자비없는 미끄럼틀에 올랐을 때, 운전대를 잡은 그는 분명 방법이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부인과 윤지를 두고 떠났으니. 하지만 윤지에게 있어서 그런 아빠의 죽음은 비통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았다. 그 죽음에 대해 묻는다면 윤지는 명예롭지 못한 죽음이라 했을 것이다. 영웅도 아닌 평범한 사람의 죽음이 명예 운운할만큼 대단한 일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아빠가 떠나고 윤지 귀에 들어왔던게 안타까움이나 애도의 말들이 아닌 “그래? 죽었어? 죽어도 싸지.” 라는 식의 뒷담화들이었기에 윤지는 그냥 명예롭지 않다는 표현을 빌리기로 했다. 정확한 단어를 골라서 그 죽음을 수식하기엔 윤지는 그만한 표현을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그래도 내 아빤데 어떻게 함부로 말해 라는 생각이 아빠에게 남아있던 일말의 연민이였다.

-윤지야, 우리 다음달에 이사갈거야.

두달 전 윤지 엄마는 윤지에게 불현듯 이사를 통보했다. 허나 윤지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지금 사는 집은 죽은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 싫었고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집이 무덤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윤지 아빠는 입만 열면 아내와 윤지에게 낙원을 주리라 약속했다. 허나 윤지는 낙원에서 자란 기억이 없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집에 들어 오는 날보다 밖에 나가는 날이 더 많았고 가져 오는 돈보다 갖고 나가는 돈이 더 많았다. 밤이면 부모님은 서로 할퀴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처럼 싸웠다. 시끄러운 그 소리는 윤지의 달던 꿈에 종종 괴물을 등장시켰다. 기억이 보다 선명해질 즘 엄마의 옷에서는 메케한 담배 냄새가 배기 시작했고 쓰레기 봉투에는 초록색 빈병들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몸집을 부풀려 갔다. 그 와중에도 빚을 갚으라고 소리치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사람이 없는 척 하기 위해 불을 전부 끈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숨 죽이고 있어야 했다. 어떤 때는 하루를 그렇게 보내기도 했다. 무덤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이불을 뒤집어 쓰고 괴롭게 땀을 흘리던 열두살의 윤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훗날 더 나이를 먹은 윤지는 아빠가 맹세한 낙원은 개소리였다는 것을 의심치 않게 되었다.

-그럼 어디로 이사가?

-고향집 이모네.

-나한테 이모가 있었어?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더니 윤지의 엄마가 고개를 돌렸다. 낡은 티비에서 오락프로가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던 시간, 윤지는 그 익숙한 눈에 담긴 낯선 단단함을 응시하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아니 난, 엄마네 식구들 본적이 없잖아…

-있어 이모, 그 집에 너 사촌형제들도 있고.

-…

-윤지야.

-응.

-엄마는 같이 안 갈거야.

윤지 아빠는 사람이 좋아서 남의 호감을 잘 샀고 그래서 남의 지갑을 쉽게 열었다. 하지만 사람이 좋아 보였을 뿐이지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였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윤지 엄마만 몰랐던 것일수 있다. 그녀가 가족의 반대를 당해내지 못하자 나고 자란 둥지를 스스로 떠나면서 결혼한 것까지 보며는. 그런 그녀에게는 가족의 빈자리만큼 큰게 남편의 존재였다. 그의 자상하고 달콤한 말이 그녀의 결핍을 채워주었고 틈이 사라진 곳에서 윤지는 십칠년동안 외가족들의 얼굴도 모른채 컸다.  소문을 전해 들은 동네 사람들은 아줌마 치고 이쁘장한 윤지 엄마가 지나갈 때마다 수근대기 바빴다.

가련하고 멍청하기도 하지, 과부 팔자 될줄 어떻게 알았겠어 쯧쯧.

그런데 그녀가 자신이 뛰쳐나온 곳에 이젠 윤지를 홀로 남겨두기로 한다.

-그래서 나더러 혼자 그 집에 있으라고?

-어쩔수가 없어…엄마는 네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우리가 언제는 뭐 다른 방법이 있었나?

-…

윤지 엄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눈앞의 윤지를 보며, 벌겋게 달아오른 눈에 원망을 품은 윤지를 한동안 바라만 보다 깊은 한숨을 뱉았다. 고장난 전등이 두어번 껌뻑였다.    

-방법도 없고, 돈도 없지 우리 집은.

-때되면 이삿짐 옮길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하다못해 이젠 아빠도 없잖아.

그리고 윤지의 얼굴이 돌아갔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손찌검을 당했다. 따가운 손길이 스쳐간 뺨이 얼얼해서, 억울해서,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다시 한번 고장난 전등이 껌뻑였다. 윤지는 시야가 일그러지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윤지를 보다,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넘기고, 다시 윤지를 보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게 차올랐다. 본인이 손찌검을 했으면서도 털썩 주저 앉아서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흐느낌 같은 것이 새나왔다. 윤지는 속이 메슥거리고 손발이 떨리는걸 느꼈다. 그리고 순간의 충동이었는지, 오랜 염증의 발병이었는지, 집밖으로 뛰쳐 나갔다. 윤지 아빠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 모습처럼, 빚 받으러 온 사람들을 피해 달려나가던 그 모습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윤지 엄마는 뒤쫓지 않았다.

-이건 배신이야.

중얼거린 말이 밤공기에 흩어졌다. 윤지는 고장난 가로등이 겨우내 빛을 내는 언덕길의 꼭대기에 앉아 일정하게 줄을 선 구식 아파트들을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의 배신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친척 집에 홀로 두는건 자기를 맡기는게 아니고 버리는 것이라고, 윤지는 생각했다.

-뭐가 배신인데.

조그만 바람이 일더니 윤지 옆으로 아이가 털썩 앉았다.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않아도 윤지는 그가 누군지 알았다. 태영이였다.

-나 이사갈 것 같아.

-알아.

-가기 싫어.

-그것도 알고.

-나 혼자서.

-…몰랐던 거네.

태영이 고개를 돌려 윤지를 봤다. 그의 얼굴에 잘못 꽂힌 불빛이 오히려 그늘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그보다 어두운 건 윤지의 표정이었다.

-엄마가 나의 집인데, 이사 간다는건 엄마를 떠난다는 거야. 나한테 그건 거의 미친짓이야.

-조만간 나더러 미친놈이라겠네.

-무슨 소리야?

-난 가출할거거든.

태영은 윤지의 동급생이다. 인근의 학교에서 같은 반에 다니며 시작된 태영과의 인연은 어찌보면 특별했다. 둘다 학교에서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고 친구도 별로 없었기에 언제나 혼자서 집에 갔다. 그러다 어느 하루, 하굣길에서 둘은 우연히 마주쳤다.  내리막 길 끝자락에 자리 잡은 슈퍼에서. 윤지가 냉장고 문을 열어 제끼고 병맥주를 꺼내다가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태영을 발견했다. 둘의 시선이 한참 얽혔다. 평소 인사나 대화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안면이 있는 사이, 윤지가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할까, 한다면 뭐라 해야 하나, 아니 굳이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쌩까는 게 최선아닌가 오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태영의 첫마디가 떨어졌다.

-빈병은 모아둬, 돈 되거든.

그 목소리가 어찌나 차분한지 윤지에겐 무슨 "비오니까 우산 챙겨.” 같은  너무나 당연하고 친근한 소리로 들리는 것만 같아 잠시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곧 태영의 손에 들린 한 주머니의 술들을 보고 깨닫게 되였다. 아, 어쩌면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겠구나. 같은 동네 사람이었다는 건 이틀 뒤에 알게 됐지만.

그날 슈퍼에서 윤지는 남편을 잃고 폐인처럼 지내던 엄마의 술을 사러 갔고 태영은 제정신이 아닌 채 자신을 협박하는아버지 때문에 술을 사러갔다. 사실 태영에겐 일찌감치 일상이 돼버린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의 주정이 일상인 것처럼. 태영이 갓 태여났을 때는 그래도 따뜻한 집안이였다. 엄마는 없어도 그 빈자리를 꽉 채워주는 인자한 할머니가 계셨고 태영은 할머니 덕분에 밥솥 밑에 들러 붙은 누룽지가 얼마나 맛나는지, 한겨울의 군고구마가 얼마나 달콤한지를 알고 자랐다. 아버지가 다시 태영을 데려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생활고에 치이면서부터 집안에 만연하던건 지독한 알콜냄새였다. 태영은 자신의 몸에도 그 역겨운 냄새가 배일까 수도 없이 자신의 몸을 씻고 옷을 씻었지만 사내 새끼가 계집처럼 깔끔 떤다며 아버지에게 제지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아버지로부터 자비없는 폭행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  버리고 도망간 망할 년이랑 눈빛이 닮았다며 폭력을 행사했지만 그저 좋은 핑계일뿐 그런 이유 없이도 폭력은 나날이 횟수와 강도를 더했다. 무자비하게 당하다 몸에 퍼진 푸른 멍자국을 세보던 어느날, 열여섯의 태영은 끝내 결심했다.

-가출? 나간다고?

-응. 전부터 생각해 왔어.

-거짓말이면 속아 주겠지만 진심이라면, 집 나간게 네 정신인것 같네.

-너 카프카라고 알아?

-카프카?

태영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생소한 단어를 발음했다. 윤지는 당연히 알길이 없어 얘가 또 무슨 궤변을 늘어 놓을까 생각했다.

– “해변의 카프카”라는 소설이 있어. 읽을땐 몰랐는데 꽤 유명하더라고? 거기 주인공 이름이 카프카야. 자신을 끊임없이 저주하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려고 카프카도 가출을 했어. 고작 15살에.

– 그건 소설이잖아!

윤지가 못마땅해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소설도 결국 인간 소망의 반영이라고 안 배웠냐. 그니까 내말은, 누군가는 15살에 벌써 가출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지. 카프카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리가.

– 맞네…가출한건 네 정신이었어.

-소설이 아니더라도 결국 나갈거야. 지금은 관 속에서 사는 것 같아. 유언 생각할 바에야 당장 어떻게 혼자서 살아가 볼까 고민하는 게 더 재밌지 않겠어?

그가 궤변을 늘어 놓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윤지는 태영의 표정에 밤공기와 같은 시원함이 어려 있다고 느꼈다. 벼랑끝을 초연하게 바라보다 기꺼이 뛰어 내릴 사람처럼 보였다. 그만큼 다 내려놓은 후련한 사람의 얼굴이었으니까.

-언제 어디로 가려고.

-아직 몰라,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그럼 한번 얘기해봐, 어떻게 살건데? 카프카는 잘 살았대?

-그것도 몰라. 다 안 읽고 책 버렸어.

– 미친 놈, 이 말을 앉아 듣고 있는 내가 멍청이지.

윤지의 비난에도 태영은 개의치 않았다.

– 일부로 안 읽은거야, 나는 그냥 카프카의 용기를 빌리고 싶었으니까. 카프카의 결말이 혹 비참하다면 결정을 못 내렸을 수도 있을것 같아서. 그래서 나도 내 미래는 잠시 생각하지 않으려고, 만들어 지는대로, 힘 닿는 대로 시간이랑 같이 흘러갈거야.

그의 말을 듣자니 윤지는 또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이상했다. 비슷한 처지라 여겼는데 생각은 달리 하고 있었다는 것이, 본인은 등 떠밀려 떠나야 하고 태영은 자기 발로 떠나려 한다는 게, 왠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속에서 끓었다.

– 너도 가기 싫으면 나랑 같이 떠날래?

– 나더러 실종 청소년이 돼서 길바닥에서 굶어죽을 결정을 하라고?

– 그래, 넌 그냥 이사 가는게 좋겠다.

이건 또 무슨 조롱인가 싶었다. 자신을 겁쟁이라 비꼬는 것처럼 들려 윤지는 덜컥 화를 내고 말았다.

– 겁쟁이라고 비웃고 싶은가 본데, 대책 없는 감성병보다 이쪽이 백배 나아.

단호하게 자리를 박차고 가려는데 태영이 윤지의 발길을 붙잡았다.

– 버리는 거 아니고 지키는 거야, 네 엄마는. 우리 아빠는 일찍이 날 버렸는데 네 엄마는 아직 널 지키고 싶은 거잖아.

툭툭 바지를 털며 일어나는 태영.

-엄마 원래 살던데로 간다며, 너보다 더 가고 싶은 건 엄마인지도 몰라. 근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아직 많이 얽혀 있으니 너라도 먼저 보내는 거야. 내가 떠나는 건 더이상 내가 있을 곳이 없기 때문이고 네가 떠나야만 하는건 아직 돌아갈곳이 남았기 때문이니까.

-…

– 떠나게 되면 편지할게, 카프카보다 내 미래가 더 궁금할테니까.

태영은 여전히 처음 봤을때 만큼이나 맥락 없는 소리를 하면서 사람 좋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윤지 어깨를 둬번 두드리다 먼저 가버렸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점점 사라지는 그를 윤지가 한참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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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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