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차장님 오신다네요.’

주인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나를 발견하고 먼저 알은체를 했다.

‘네.아까 김과장님 만나러 갔다가 전해 들었습니다.’

‘금자씨 만났어요?’

‘네.’

‘그 여자 말 많던데?..”

‘그래요?’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기만 했다.

‘방에 계세요.오시면 알려드릴께요.’

‘아래서 기다리죠 뭐.’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사실 방에서도 딱히 할일은 없었다.이놈의 곳은 어찌 된게 수시로 전기가 나간다.에어컨도 안 돌아가니 방안은 그야말로 찜통이다.

한 30분쯤 기다리니 김차장이 손차장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조용한데로 부탁드립니다.

예,2층에 방 비워놨습니다.

우리는 제일 큰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저번에 킵 해둔거 주십시오.소주도 3병 주시구요.그리구 낙지볶음…아 미스 리도 드시고 싶은거 시키세요.”

“전 괜찮습니다.”

날씨탓도 있고 며칠동안 여기저기 치인 탓에 속은 메슥거리고 귀에서는 웅웅 소리가 났다.

“숙소는 지내기 편하십니까?”

방문이 완전히 닫긴것을 확인한 손차장이 나직이 물었다.

“네,손차장님 덕분입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이 하숙집에 묵을수 있게 된건 손차장의 공이 컸다.이 현장에 온 첫날 남자 15명과 베트남 여자 통역 한명,밥 해주는 아주머니가 함께 묵는 ‘베트남식숙소’를 보고는 기겁하여 호텔을 잡아달라고 딱 잘라 말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축구공처럼 이러저리 떠넘겨지던 차였다.나중에는 숙소문제를 두고 관련자들이 한데 모여 회의까지 열었고 그 결과 손차장의 제의로 여기 묵게 된것이다.

“예전에도 우리 회사 직원이 몇달씩 묵곤 했습니다.본사에서 출장와도 며칠씩 묵고가고..지내시기 괜찮을 겁니다.”

‘네.’

‘그럼 그럼,아가씨 혼자 호텔에 오래 묵으면 안돼,남자들은 짐승 같아서 미스 리가 혼자인걸 알면 그짓부터 하려고 든단 말이야.그래도 숙소가 안전하지.

김차장이 맞장구를 쳤다.

(고양이 쥐생각 하시네,비용 아끼려고 그러는건 아니고?)

‘사장님 참 좋으십니다.’

하숙집 주인을 가라키는 말이였다.

“그런것 같습니다.”

“가끔 식당에서 술 마시고 취하면 방에 매트를 깔고 뻗어서 자기도 합니다.흥이 오르면 사장님이 기타치며 노래도 불러주십니다.”

“재밌었겠네요.”

의외의 모습이였다.

‘ 한잔?이거 좀 독할수도 있습니다.’

손차장이 내 잔에 보드카를 부으려 했다.

‘아니요,저는 술 못합니다.’

고량주 한병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나지만 여기서 보고 겪은 모든것들이 나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 탓에 지금 나에게는 눈에 보이는 모든것이 경계대상이였다.

‘그럼 소주로 하시겠습니까?’

‘아닙니가.제가 한잔 따라 드릴까요?’

‘그럼 안 권하겠습니다.여자는 밖에서 두가지만 조심하면 됩니다.남자랑 술.이거 비싸서 킵 해두고 마십니다.’

중국에서 한병에 몇십원이면 살수 있는 보드카가 여기에선 몇십만원씩 하나보다.

‘차장님,한잔 하십시오.’

‘어.그래’

손차장은 대신 옆에 앉은 김차장의 술잔을 채웠다.

‘아무튼 미스 리 잘 부탁해.’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미스 리도 김과장님 본 받아서 강인한 여장부로 거듭나기 바랍니다.그럼 한잔 하십시다.’

‘네.’

나는 맹물만 들이켰다.음식은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그런 나와는 상관없이 두 사람은 앞에 쌓인 음식들을 안주삼아 술을 쭉쭉 들이켰다.세명이 먹기엔 너무 많은 량의 음식이였다.

‘너무 많이 시키셨어요.안 그러셔도 되는데.’

날 위해 차린 술상이 아닌걸 알지만 나는 그래도 예의상 한마디 했다.

‘원래 음식 쌓아놓고 먹는걸 좋아합니다. 어릴때 시골에서 자라서,원래 시골인심이 후합니다.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사람 먹을 밥은 모자라도 개 돼지 밥은 남겼습니다.’

(…?)

현장일 힘드시겠어요?

입에 발린 말은 죽어도 못하는 성격이지만 말 한마디 없이 입에 밥만 욱여 넣을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아무말이라도 해야 할것 같았다.

‘힘들어도 이렇게 버팁니다.호텔이 라면 한박스씩 쌓아놓고 또 사장님네 와서 이렇게 맛있는거 먹고 풀기도 하고,허허.’

손차장이 사람좋은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나는 같이 웃을수가 없었다.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은 탓인지 아니면 더위를 먹었는지 하늘도 땅고 뱅글뱅글 돌고 눈앞에서는 별빛이 반짝였다.결국 나는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향했다.맹물밖에 먹은게 없으니 헛구역질밖에 안 나왔다.술자리 내내 나는 여러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그러거나 말거나 그 사람들은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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