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적같은 사랑 이야기에 쉽게 동요한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사랑을 꿈꾸진 않는다. 우리는 왕따를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서 정작 세상에 숨어버린 그들에게 시선을 주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정의를 지키는 용감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럼 나는 보다 나은 선을 행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감수할 만큼 정의로울까.

정말 모순으로 넘쳐나지만 '사랑'이라는 영역만큼 모순적인게 또 있을까 싶다. 사랑을 통해 설렘을 바라는 동시에 안정감을 찾는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평생 닳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어느새 차분해진 감정을 깨달아간다.

20대 후반이 된 나는 느긋한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 닮아가며 그렇게 평범한 연애를 꿈꾸게 됐다. 그런데 현실이 녹록지가 않다. 일에 열정을 갈아 넣어도 모자를 시간에 연인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도대체 바쁜 현대인들은 연애를 어떻게 하는걸까, 그런 고민도 나누고 싶어졌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만해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판타지스러운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펼쳤지만, 서로의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 매일 잠을 깨우는 아이스커피 같기도 하다. 얼음들이 부딪히며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오면, 그게 얼마나 차가운지 소리만 들어도 청량감이 전해진다. 점차 얼음이 녹고나서 커피를 다 마실때 쯤이면 밍밍해진 맛 만큼이나 평범해진 온도에 적응을 해야 한다.

늘 가득 차 넘쳤으면 좋겠는 마음에 욕심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랑에는 정해진 유통기한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랑의 주체가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온전히 나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 때만이 사랑을 책임질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다 기적같은 인연의 결실이다. 쉽지 않은 인연이 이루어진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하면서 보통의 일상을 특별하게 기억해가고 싶다.


썸네일 by 김피클 https://m-grafolio.naver.com/works/174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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