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던 문제가, 우리 부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로 인해 코앞에 다가왔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가족과 지역과 그로 인한 정서적 배경이 달라서, 획일적인 답이 있을리가 만무한 질문이었다. 달리 생각하면, 한 아이의 부모가 될 사람으로서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꼈던 체험들, 자신이 좋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아이한테도 해주고 싶을 것, 그러한 주관으로부터 출발하는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크면서 뭐가 좋았는지, 그리고 뭐를 내 아이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로부터 내가 정리한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자연이다

나는 중국 동북지역의 작은 진(鎭, 한국의 面 정도의 행정단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친척들이나 외가집은 촌(村, 한국의 里 정도)에 있는 경우도 많아, 방학 때에는 항상 촌 마을들에 가서 놀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강에서 자맥질 치고 물고기를 잡으며, 산에서 뛰놀면서 산열매를 따고 들꽃들을 꺾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아직도 머리 속에 선명하다. 더 중요하게는 그러한 사물들과 함께 하면서 형성된 감수성들이 오늘까지도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에너지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즐거웠던 경험을 나의 2세에게도 느껴보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가 자연을 가까이하고 자연의 풍부한 색감과 모양과 내음과 소리들을 몸과 마음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호랑나비고 저건 장수풍뎅이야, 이건 원추리꽃이고 저건 코스모스야, 이런 구름은 뭉게구름이라 하고 저렇게 반짝이는건 물비늘이라고 해. 이렇게 사물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것은 그 사물을 안다는 지식의 힘이 되고 지혜의 영감이 되는 가장 원초적인 능력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마치 태초의 인간 아담처럼 말이다. 

둘째는, 언어이다

나도 그랬고 아내도 모두 이중언어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것은 내가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어찌야 됐든 태어난 곳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로 인한 고민도 많았고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을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반대로 나만의 특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그런 요인이었다. 대학에서 또다른 외국어를 전공하면서 더 많은 언어로 이 세상을 보게 되었고, 그러한 시각이 한번 갖춰 볼만한 것이라는 확신도 갖게 되었다. 

우리 둘은 모두 조선족이다. 주권국가가 삶의 기본형태를 규정하고, 국가 공식언어가 법으로 지정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자로서는, 소수자의 삶이 변두리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음도 잘 안다. 다만 그것은 이미 갖고 태어난 운명이므로 거스르기보다는 그런 모습 그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맞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원튼 원하지 않든, 우리 아이는 이중언어 화자 부모의 밑에서, 또 제3의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로, 여러 언어를 구사하면서, 서로 다른 지역의 다른 언어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그리고 자연스레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게 마땅할 터. 

언어 하나를 새로 안다는 것은, 그 언어를 하는 사람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고, 그 언어를 했던 사람들의 생각(고전과 기록들)을 확인하고 오고가는 주고받는 사고의 길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14억 인구와의 대화의 길이 열리고 3천년의 한자문화 텍스트와 링크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고, 아랍어를 하게 되면 4억 인구와의 대화 가능성을 포함하여 중세 아랍세계에 유입된 그리스 고전들과 무슬림의 상업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막말하여, 같은 단어 하나를 인터넷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검색하여도, 그 결과는 제각기이며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도 들쑥날쑥하다. 우리는 겉으로는 오픈되고 평등한 정보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여도 실상은 언어의 경계로 쪼개진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이 세상을 피부로 느낄 줄 알고, 이 세상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줄 아는 법만 배워준다면, 우리의 아이는 어떠한 사회적 잣대를 갖다 대어도,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의 텃밭을 홀로 일구어 낼 수 있을거라고 믿어보려 한다. 

이 밖에 개인적으로 문헌과 언어 관련 공부를 하다보니, 하나의 새 생명이 어떻게 말을 익히고 말에 반응하는지도 엄청 궁금하다. 육아 과정 자체가 하나의 관찰과 공부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다양성을 지닌 우리 가정 같은 환경에서, 우리 아이는 말을 잘 할 수 있을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 하지는 않을지, 어떤 언어를 제1언어로 습득하게 될지… … 궁금투성이다. 

그래서, 언어 공부자로서의 시각으로 관찰하고, 그것을 아이에게 인생 스토리와 기록으로 물려주려는 데 지금 쓰고있는 문자들의 목적이 있기도 하다. 짧고 간결한 일기의 형식으로, 어느날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삶이 펼쳐지는 대로 기록되는 그런 실험적(?)인 시도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이 글을 공유하기:

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7
좋아요
오~ 오~
4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