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거장,걸작 같은 단어에 이상하리만큼 거부감이 드는 나지만 그래도 소위 이런 타이틀이 붙은 감독의 작품이나 영화는 가끔 호기심으로 한편씩 보곤 한다.평소 박찬욱 감독이나 탕웨이 팬은 아니지만 꽤나 신선한 조합이고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이라는 기사는 충분히 나의 호기심을 동하게 했다.(영화제 수상작은 영화의 예술성과 재미는 별개라는걸 확인하기 위해서 본다.)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이다.
우선, 스토리가 식상하고 개연성이 결여된다.
극중 탕웨이는 1/8의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중한 혼혈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할아버지의 조국인 한국으로 도망와 결혼한 한국인 남편의 사망으로 만난 사건담당 형사와의 스토리가 주라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수사물이라기엔 영화의 서사가 너무 부실하다.담당형사는 자그마한 실마리 하나로 단번에 범인을 유추하고 사건경위를 술술 읊는다. 불필요한 잡음이나 외교마찰을 피하려는 의도에서인지 중한국제결혼제도의 헛점이나 폐단의 문제제기나 깊은 전개는 피했다. 남편의 죽음은 둘의 사랑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그럴거면 여주 캐릭터가 굳이 중국인이여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중국시장을 겨냥한 선택인듯 싶다.(영화는 7월 홍콩과 대만에서 개봉했다.)
스토리 전개방식도 너무 억지스럽다. 서래는 신분도 보장됐고 형사의 '직무유기'로 무죄를 선고받아 얼마든지 제대로 된 인생을 시작할수도 있었다. 자기 집 근처에서 사기꾼 남편과 함께 있는 서래를 마주친 해준의 '왜 이포로 왔어요'라는 질문에 설래가 한 ' 헤어질 결심을 하려구요.' 라는 대답은 선택에 대한 이유로는 너무 작위적이다.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설렘포인트가 없다. 이는 몰입을 방해하는 탕웨의 연기력도 한몫한다. 이젠 웬만한 달달함에는 별 감흥이 없는 내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영화보는 내내 설레임이나 애틋함은 조금도 느낄수 없었다. 비밀을 간직한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여주인공 캐릭터는 섬세한 연기력을 요구한다. 촌스러운 의상과 메이크업은 제작진의 잘못이라 쳐도 탕웨이의 산만한 움직임,불안한 눈빛과 국어책을 읽는듯한 대사처리(중국어대사 포함)는 순간순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결국 '100%의 수사극과 100%의 로맨스를 보게 될거'라던 박찬욱 감독의 말은 결국 죽도 밥도 아닌게 됐다.수사물이라고 하기도 로맨스라고 하기에도 모두 2프로 부족하다.그저 시간때우기용 상업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화권 반응도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지금 현재 시간 관객수(한국)는 181만을 조금 넘겼다. 비록 BEP는 넘겼지만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재밌는건 관객수와는 별개로 영화가 네이버에서 8.94라는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중이고 댓글들도 영화와 감독에 관한 칭찬일색이다. 권위에 대한 경외인지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장의 새로운 도전이라는데 의미를 둬야 할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