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육체는 돌이킬 수 없이 시시각각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면 많은 것은 이미 사라져버렸음을 깨닫는다. 강한 밤바람에 휩쓸려. 그것들은 확실한 이름이 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혹은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어딘가로 날아가버린 것 들이었다. 

뒤에 남는것은 사소한 기억뿐이다. 아니, 기억조차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우리 몸에 그때 정말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그런 것을 누가 명확히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만약 행운이 따라준다면 말이지만, 때로는 약간의 말(语)이 우리 곁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늘 훗날에 그때의 시시콜콜한 상황보단 어떤 단어 하나, 감탄사 하나, 구절 한줄정도가 그나마 묘연하게 떠오를뿐이다.  

요즘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몸소 실감하는 시기인 거 같다. 그게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말이다. 그 와중에도 <돈이 돈을 버니> 부자들은 점점 무한대로 부유해지고 중산층은 하락세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는> 그 구멍을 정처없이 찾아헤매는 신세다. 

그래도, 올해는 뭔가 힘든 고비를 꿰차고  희망을 잉태하며 시작하는 한해라 너무 속상하진 않다. 그리고 솔직히 아득히 캄캄하다고 생각했던 2020년 시간들도 뒤돌아보니 딱히 눈물이 차오를만큼 슬프다고 생각되는 뭔가가 없다는 게 팩트다. 결국, 그 시기에도 웃음의 크기는 같았고 고민의 무게도 같았다. 허우적대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증인석에 서서 정직히 본 것 밖엔 딱히 한게 없다. 

분명한 건, 코로나를 겪으면서 나는 또 다른 수확이 있었다. 일하던 치과를 그만두고 이태리가구점에 출근한 것이다. 어쨋든, 특수한 시기인 만큼 난 구강을 하루종일 마주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기때문이다. 명품옷이나 가방엔 관심이 많았어도 명품가구에 흥미를 가질만큼 부유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가구점 일은 나에게 익숙치 않은 새로운 설렘이고 색다른 도전이었다.

어언 몇달이 지나고 지금의 난 이미 익숙하게 업무를 해나가는 공간을 여유롭게 만끽하고 있지만,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적응기에 했던 얼키설키 수많은 생각들속에서  콕 찝어서 하루종일 에피소드처럼 풀어갈만한 신선한 사건은 사실상 별루 없음을 문뜩 깨닫았다.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감정기복이 오르락내리락 한것 같건만 지나가면 그 뿐, 웃픈 건 기억조차 거의 나지 않은다는 것이다.  그냥 모든 건 물 흐르듯 지나가게 되어있다는 것, 아마도 그게 …인생인듯 싶다. 

컨테이너 도착장면 -ware house 

정확히 다시 풀어 말하자면 위에서 내가 말한 수확은 새 직장을 바꾼 뭐 그런 수확이 아니라, 새 환경에서 내가 느낀 감탄사 한줄정도의 소박한 의미였다. 

 우리 가구점은 거의 모든 가구가 이태리꺼다. 일부가 유럽이나 미국 제조도 있긴 하지만, 어쨋든 모든 오더베이스는 이태리에서 하고 삼개월에서 사개월을 걸쳐  ware house까지 도착하게 된다. 엄청난 크기의 공간을 이런 컨테이너 몇백개면 저렇게 꽉 꽉 채울수 있을가? 이게 내가 처음으로 창고에 갔을 때  했던 맘속 질문이다. 질문은 가볍지만 현실은 가히 처참하다. 건장한 청년 몇명이서 이걸 다 분류하고 내리고 정리하고 체크한다.

 나는 저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투박하게 생긴 저 오관은 가끔 자애롭고 사랑스럽게 보일때도 많다.  조립도 앤지니어 급이다. 뭐든 척척, 몸도 머리도 총명하다. 나야 고작 앉아서 세일즈하고 건반 두드리면서 오피스  일만 한다하지만, 저 사람들은 몸이 엄청 피곤하다. 그 피곤도 하루이틀이 아니라, 삶의 연장선마냥 하루하루 매일이다. 이뿐인가, 기술력도 좋아야 하고 한국어랑 영어도 어느정도는 마스터 해야 한다.

일 업무상, 우린 유명브랜드 세일즈 매니저나, 대기업과의 계약, 그리고 손님들과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 상담, 쇼륨디피, 인벤토리 체크, 세일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공부하지만… 난 이 모든걸 다 통털어서도 삶의 현장의 치열함을 저 쳥년들 몸짓에서 제일 강렬하게 느낀다. 그건 어떤 미사구려가 섞긴 있어보이는 가식적인 멘트도 아니고, 뭐 대단한 일을 하는듯한 공식적인 위선적인 행동도 아닌, 그저 열심히 매 순간을 쪼개서 분투하는 다망한 몸짓들이다. 

언뜻언뜻.

몇개월을 언뜻언뜻 저 이동하는 몸짓을 반복적으로 보다보면 나는 어느새 <아, 이게 아마도 인생이구나 !>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들은 유명한 분야의 엘리트들도 아니고, 빡세게 상사 비위 마추며 9시간 일하는  직장인도 아니며, 구멍가게 매출을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장도 아니다. 그냥 가장 평범하고 대다수 사람들이 어쩌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다만 소리없이 분주하게 또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발빠른 일개미 같은 작지만 대단한 존재들이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하루를 아무리 바삐 보내보았자 결국 그 시간만이 온전히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난 자주 하게 된다. 온전히 남는 장사에서 진정한 승자는 저들이 아닐까 라는 추측도  늘 해본다. 

어떠한 특별한 의미부여가 없이도 가장 그 순간에 충실한 사람들의 총망한 발걸음에서 난 그 어떠한 진리를 불현듯 만난듯 가슴이 자꾸 미어진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어제를 애틋해하고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오늘 하루에 백프로 충실하고 그냥 닥치는 대로 해나가는 모습을 가장 리얼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이 내 옆에서 서성인다는 게 고맙기도 하다.

빗속의 행인 

사실 난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큰 동력은 의미부여라고 생각했다. 그 의미를 잘 찾아가는 게 어른이 되는 성장의 길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한 어른이란, 결국 과오들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바로 책임이다. 인간은 그러니까 어차피 과거를 생각할때마다 조금씩 죽는것이다. 하기에, 그 과거의 크기에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좌절하지도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짊어질 수 있는 꼭 그 만큼씩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그건 살아숨쉼을 가장 현명하고 정확하게 피부로 느낄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 주변을 책임질 일이 늘어간다는 것이다. 모두다 알다싶이 책임을 진다는 건 뭐 말처럼 그리 고상한 일이 아니다. 가끔 생각하면 막 치사할때도 있다. 내 소신이 아니라 남의 소신을 지켜주어야 하는 일이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살아내는게, 거기에 충실하는게… <그건.. 아마도 -인생>인거 같다. 

努力奔跑,拼命生活,热爱当下,尽情享受

也许,这就是人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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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글로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건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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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언가를 알면 알수록 두려움과 무서움도 많아지듯이, 직장이나 돈을 버는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세상은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코로나라는 악 환경속에서도 매일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조립해야하는 글에서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더 많아진 우편을 날라야 하는 아마존이나 UPS회사들의 직원들, 청소부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버는 돈이, 1년 일해서 받는 돈이, 어느 주식이나 다른 투자로 돈이 돈을 낳는 방식으로 한번 버는 돈의 몇십분의 1도 안 될때…. 이런걸 생각해보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열심 노력해서 위로 올라가야지 하면서 노력하다보면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나의 노력과 운과 타이밍이 맞으면 성공할 것이고, 아니면 글에서 언급한것처럼 “돌이킬 수 없이 시시각각 소멸을 향해 나아갈것이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떠보면 많은 것은 이미 사라져버렸음을 깨닫게 될것”입니다. 그래도 돈이 전부는 아니니, 성공과 부에 대한 자신이 감당할수 있을만한 정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누구나 다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가 될수는 없고 각자 기여하고 무언가를 이뤄서 작은 그룹의 사람들에게라도 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어준다면, 소소하지만 그래도 행복할거 같습니다. 가끔은, 언뜻언뜻, 빨리 부유해지고 싶고,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될때도 있지만, 나와의 밸런스를 잘 마추어 본다면 나의 현 상황은 그래도 너무 나쁘진 않고, 잘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거 같습니다. 암튼 언뜻언뜻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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