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4시, 오늘도 나는 핸드폰의 알람소리에 겨우 깬다. 새벽 5시까지 헬스장에 출근해야 하는 나는 적어도 4시 30에는 일어나야 한다. 요새는 웬 헬스장이 24시간씩 오픈하는지. 해가 뜨고나서 천천히 8시나 9시부터 오픈할 것이지. 나를 너무나 괴롭히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에 맞추어 가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매니저나 사장님한테 한소리 듣는다. 아무리 피곤하고, 잠에서 깨기 싫지만 이 모든걸 극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건 나의 직업이니까, 돈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니까, 여기서 짤리면 당분간 용돈은 사라지니까… 하기 싫어도 시간을 지켜야 하고 사장님의 눈치를 봐가면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 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 모든게 가설이고 나는 실제로 헬스장에 출근하지 않는다. 대신 헬스장에 등록된 회원이며 운동하러 가던, 가지 않던 매달 29.99$을 꼬박꼬박 내는 충실한 사용자이다. 아침, 저녁으로 “갈까 말까”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만 하는 나이고, 핑계만 찾으면서 이래저래 주기적으로 가지 않는 나이다. 가지 않으면서 회원도 취소하지 않고 “한달에 4번만 가면 본전은 뽑는다”라는 생각으로 심리평형을 찾는 나이다. 솔직히 이런 내가 싫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5시에 헬스장을 찾은 나한테 우의 상상을 하게 만드는 순간이 왔다. 바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헬스장 직원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분들도 만약 이것이 그들의 직업이 아니라면 새벽 5시에, 혹은 밤 10에 헬스장으로 올수 있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아마 지금의 나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이유를 대가면서 몸의 편을 들어 대뇌의 지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직업이고 일이니까 언제든 스케줄만 정해지면 거기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관점을 바꾸어서 나도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는게 아니고, 출근하러 가는 것이며, 매번 매니저이던 사장님이던 누군가가 어디서 나를 감시하고 눈치를 준다면”, “헬스장에 가는건 나의  직업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스케줄대로 도착해서 정해진 시간을 지켜야 한다면”, 만약 이렇다고 하면 아무런 핑계도 없이 지금의 직장을 다니듯이 꾸준히 다닐수 있지 않을가? 일이라고 생각하면 첫째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해야 하는 업무량도 있다. 스케줄에 따라 매주 4번, 매번 1시간~2시간씩 일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할수 있지 않을가?  

누군가 돈을 주는것도 아니고 아무런 보너스도 없이 이런 가정을 한다는것이 조금 웃기기는 하지만,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중요한것이 건강이니 이런 바뀐 관점으로 몸에게 지령을 줘보자.

한달에 헬스장을 한두번이나 갈까 말까하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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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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