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공생 1: 확진 1 ~ 3일차 일지 

[코로나 확진 4일차]

  나와 큰애의 약이 떨어졌다.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는 자가 격리 7일간 외출 금지 규정을 어기는 경우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자가 격리 7일을 엄수하도록 하는 것은 이 7일간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이 많아서 감염률 또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신할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는, 병원과 약국에 한해 외출이 가능하다

  막내는 어려서 혼자 병원, 약국에 갈 수가 없고, 시아버님은 이미 격리 해제되셨지만 홀로는 운신이 어려우신 형편이라 나와 남편 중에 가야 하는데, 내가 가기로 했다. 약 심부름을 이렇게 흔쾌히 자진해서 간 일이 있던가 싶다. 의원과 약국까지는 운전하면 3, 걸으면 10분 거리인데, 조금이라도 더 가을 풍경 속에 머물고 싶어서 걸어서 다녀왔다. 1분 1초가 소중하다

병원에 가는 길

  병원 원장님께 아직은 기침이 심하고 목에 꼭 들러붙은 듯한 가래를 떼려고 토를 할 정도로 기침을 심하게 해도 잘 안 떨어진다고 말씀을 드리니 일부러 하는 기침은 삼가라고 하신다. 안에 가래가 있으면 우리 몸이 스스로 배출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나오는 기침을 참지도 말고, 일부러 기침을 세게 할 필요도 없다고 하신다. 우리 몸의 회복 기제를 믿으라는 얘기로 이해하고 내 몸을 믿기로 했다. 생각을 고쳐 먹으니 이제 곧 나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코로나 확진 후 증상을 날짜별로 다시 정리해 보면, 1일차는 독감 수준의 심한 몸살과 발열, 2일차는 인후를 칼로 쫙쫙 긁히고 불까지 붙은 것 같은 통증에 심한 기관지염이었다면, 3일차는 약한 인후통과 쇠 긁는 목소리에 기관지염을 앓는 기분이었다

  어릴 때 기관지염을 달고 살았는데, 보통은 가벼운 감기로 시작해서 점차 기침이 나면서 기관지염까지 앓았다면, 코로나는 그 순서가 거꾸로인 것 같다.  갑자기 극심한 통증과 기침부터 시작해서 매일매일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글이 서론이 없이 본론에 들어가서 “이게 뭐지?” 하면서 질질 끌려가다가 “어, 어, 이제 벌써 결론인가?”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래도 어제 3일차 오후부터는 열이 내리고 견딜 만해진 데다가, “내일의 나에게 보강을 미루기 싫어서 저녁 강의까지 강의 3시간을 잘 마쳤다.

건강 회복제의 하나인 유쾌한 소통

  오늘 4일차는 비염과 중이염 증상에 간헐적인 기침뿐이라 한결 좋아졌다. 오전부터 강의 자료 올리기, 논문 작성, 독서, 연구 노트 작성, 남편과 투닥거리기, 저녁에는 한결 더 좋아져서 히든싱어 김현식편을 맥주 한 캔과 함께 시청하며 마지막 라운드에는 정답까지 맞혔다.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확진 3일차를 맞은 큰애는 약간의 기침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둘째도 어제는 혼자 잘 잤고, 어제까지 골골거리던 확진 6일차 남편도 오늘은 나의 수시 공격에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취하는 걸 보니 이제 거의 나은 것 같다. 내일은 다들 좀더 나아지기를.

[코로나 확진 5, 6일차]

  나는 이제 목이 잠기고 피곤한 것 말고는 거의 나은 기분이다. 재택으로 강의도 하고 집일도 하는 다시 코로나 한창일 때처럼 24시간 근무 태세로 돌아간 것 같다. 확진 7일차를 맞은 남편은 기침만 남았는데, 기침 소리가 날카롭고 일단 기침을 시작하면 10초를 훨씬 넘기며 천식 환자처럼 괴로워한다. 확진 4일차를 맞은 중 2 큰아이도 잘 때 기침을 제외하고는 다른 증상이 없어서 하릴없이 집에서 빈둥거린다. 

  비대면으로 프로젝트 회의에도 참여했다. 연구팀 아홉 명 중에 내가 여덟 번째로 확진되었다고 한다. “와~ 축하해! 드디어…”라면서 농담을 하는데, 마라톤 결승선에 뒤늦게 들어온 사람을 축하하고 위로하는 분위기라고 할까. 그러나 한 시간을 줌 앞에 고도로 집중해 앉아 있는 일이 아직은 힘들다. 뒤로 가면서 식은 땀이 삐질삐질 났다…    

  이제 우리한테 가장 큰 과제는 우리가 격리 해제될 때까지, 즉 우리 몸에 남은 바이러스의 양이 충분히 적어지고 위세가 약해질 때까지만이라도 어린 둘째한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 일이다. 가족 모두 24시간 KF94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창문은 항상 열어두어 환기를 시켰다

  미확진자라는 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러한 우리 둘째는 개별 화장실이 달린 안방을 따로 사용했다. 밥도, 놀이도, 잠도, 씻는 일도 혼자 그 안에서만 하도록 했다. 아이를 위한 아침, 저녁 식사 준비는 비닐장갑을 낀 채 했고, 혹여라도 침이나 땀이 튈까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계란 후라이, 김 등의 초간단 메뉴로 대신했다.  쟁반에 담아서 들여갈 때에도 비닐장갑을 꼈다. 아이가 먹고난 그릇은 고무장갑을 낀 채 따로 설거지를 하되, 뜨거운 물에 소독하듯 부셨다. 

  아이는 학교에 오가는 것도 이제 혼자 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는 게 무섭다며 계단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도 두렵다고 한다. 며칠간 방에 격리되다시피 하는 일이 일곱 살 아이한테는 심적으로 매우 버거운 일일 것이다. 이러면서 또 크는 거겠지만…

[코로나 확진 7일차]

  오늘 자정이면 드디어 자가 격리가 해제된다

  이틀 전 새벽에 막내가 자다 깨서는 엄마, 엄마~” 하며 목 놓아 부르더니 나는 엄마랑 꼬옥 껴안고 자고 싶어요.”라고 애원하듯 말하고는 기절하듯 다시 잠든 적이 있는데, 이제 내일부터 다시, 전보다 더 자주 꼭 안아아니, 꼭 껴안아 줘야겠다.

  아직 기침이 남아 있어서 약 받으러 다녀오는데 일주일간 약해진 몸이 고작 10분 걷기에 식은 땀이 난다. 코로나 걸리기 전에 한 달을 열심히 운동했었는데, 말짱 도루묵이 된 건가. 전체적으로 후줄근해진 기분이다. 게다가 짧은 첫 이틀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체 얼마나 위해를 끼친 건지,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기침이지만 매번 기관지 깊숙이에서 올라오는 느낌이 심히 불쾌하다. 기침은 한참을 갈 거라고 한다. 길게는 두 달을 간다는 경험자들도 있다

  그래도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 오늘도 감사할 일은 많다.

  [코로나, 이제 안녕

  자가 격리가 해제되었다. 이제 더는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상태이나, 아주 회복된 것은 아니어서 쉽게 피로해지는 등 스스로도 환자라고 느껴졌다. 그게 싫었다. 약간의 리추얼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가 격리가 해제된 이튿날 이른 시간, 근거리에 있는 서원에 다녀왔다. 산책하면서 약 500년 전 이 심산벽곡에서 공부했을 선비들의 마음도 생각해 보고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도 듣고 마스크 없이 심호흡도 하고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 

세계 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하나인  옥산서원

  자가 격리 해제 후에도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하면 거의 2주 정도는 여전히 두 줄이 나온다. 다시 말해, 여전히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집에서 미확진자 둘째와 대화할 때는 한동안은 마스크를 끼고, 꼭 껴안아 주는 것도 며칠은 더 미루었다. 

  기침 등 증상 치료를 위해서는 여전히 병원과 약국을 일주일 정도 더 다녀왔다. 격리 해제 후 첫 병원 방문에 간호사들이 한결같이 반달눈을 하고 웃으시면서 “아이고, 너무 고생하셨어요.”라면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안부를 일일이 물어 주시는데, 참 고마웠다… 

  자가 격리 해제된 이후 한 달 열흘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목에 쉽게 가래가 껴서 말하던 중에 “으흠, 으흠” 헛기침을 할 때가 자주 있지만, 그것 말고는 다시 전처럼 일하고 운동하며 산다. 기침이 심했던 남편은 일상생활 복귀 후에도 약 2-3주간은 몰아서 하는 기침 때문에 호흡이 가쁜 순간도 있을 만큼 힘들었으나, 지금은 후유증이 없이 깨끗이 나았다, 폐 x-ray 결과도 그렇고. 중학생 큰애는 언제 아팠나 싶게 다시 사춘기 아이로 돌아와서 엄마인 나하고 가끔 날카롭게 맞서기도 한다. 

  둘째는 여전히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채 건강하게 지내지만, 마음은 약해져서 오히려 여러 ‘포비아’가 생겼다. 우리가 확진된 동안 혼자 썼던 안방 화장실은 무서워서 절대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고, 엘리베이터는 꼭 가족과 함께 타기를 원한다. 확진자와 동거하는 미확진자에게도 마음의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틀 전 조글로’의 기사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심지어 1대 18로 전파되고 있다.” 감염자 한 명이 직접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의 평균 수를 기초 감염 재생산 지수(Basic reproduction number, 줄여서 R0)라고 하는데, 이 지수가 1보다 크면 감염병이 집단 내에서 대규모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한국의 언론들은 이 지수가 1을 넘냐 마냐에 촉각을 세운다

“감염재생산지수”로 검색한 결과

  조글로 기사에서 말한 ‘1대 18’이 만약 현재의 중국 내 상황이라면 감염 확산 속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R0으로 말하자면, 인류 사상 가장 악명 높은 유행병인 스페인 독감이 약 2이고, 수두가 5라고 한다. 전염병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는 홍역(홍진)이 가장 높아서 12~18이라고 한다. TMI지만, 필자도 돌 되기 전 탁아소에서 묻혀 온 홍역으로 태평실 옆방에까지 갔었다고 한다… 

  다행히 인류사 기록 이래 모든 바이러스는 시간이 갈수록 감염률은 높아지지만 치명률은 낮아진다. 그러나 고령의 노인들은, 특히 지병이 있으신 분들은 치명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외출을 줄이고 사람이 밀집된 곳은 피하며, 손을 자주 씻고 집에서 환기를 자주 하며 마스크를 쓰는 등의 모든 가능한 감염 예방 노력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12월 16일자 연령대별 치명률(출처: 대한민국 질병관리청)

  

  중국 인구 중 연령별 인구 규모, 높은 감염재생산 지수, 의료 환경, 치명률 등을 대입해 보면 중국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얼추 예상된다. 절대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상되는 사망자나 후유증을 남기는 환자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코로나로 먼저 세상을 등지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사람 중에 나의 가족, 지인이 포함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하여 돌아온 자유를 만끽하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한,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코로나와 공생 1: 확진 1 ~ 3일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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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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