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입시/입사 제도, 백명에서 두세명을 빼고 락담하게 하는 나쁜 제도. 

거기에 거스를 배짱이 없어서 애가 열이 내리니  공부를 독촉하는 어미. 

전두엽이 채 발달하지 않아 눈앞의 느긋함이 소위 '앞날'보다 훨씬 더 소중한 사춘기. 

공부가 왜 어른의 독촉이 필요한 일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으면서도 조바심은 왜 나는지.

***

어느 별에 거인 두명과 난쟁이 한명이 살고 있었다. 두 거인은 난쟁이를 잘 보살피기도 했지만 가끔 괴롭히기도 했다. 난쟁이는 다른 별에 도망갈 힘이 없었기에 거인들과 잘 지내는 방식을 모색해야만 했다. 

거인은 부모이고 난쟁이는 어린이다.

어린이였던 나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부는 어른의 독촉이 필요한 일이 아니였다. 오히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일이였다. 내 난쟁이패턴이다.

패턴은 남는다. 

아이가 마지막 순간에 몰아서 숙제를 하는걸 보면 매우 불안하다. 아프니 아예 숙제는 포기하더라. 내 속에서 드라마 몇편이 방영되는지 모른다. 수업을 못들으니 더 애써 따라가야 하지 않나. 내 난쟁이 패턴이 되살아나 저러다가 거인들이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나와서는 점차 먹구름처럼 뒤덮는다. 

괜찮다고, 망하지 않을거라고 애써 생각을 바꿔보지만 더 초조하다. 이러다가… 맙소사…

애 아빠는 애가 자신감이 부족해서 미루는거라고 해석한다. 답답하다고 어서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한다. 자신감을 키워주는게 아니라 나모르는 사이에 알아서 크라는 이건 또 무슨 패턴인지.

불확실함은 누구나 견디기 어렵다. 어른이 팽팽해있으면 불똥이 애한테 튕기기 쉽상이다. 이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금이 간 가정이 깨질수도 있다. 

***

어미가 난쟁이패턴에서 벗어나 여유롭다면… 

혼자서는 어려우니, 화살을 애한테 돌리지 말고 내 불안을 해소해주면 안되겠니. 너는 더 이상 난쟁이가 아니라고, 아이는 모듈에 깎아맞추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 흠뻑 빠지면 좋지 않냐고, 이미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당신 그릇을 키워서 나를 맘 편히 다독여주면 내가 다시 애를 보듬을수 있을거 같애.

헌데 너도 어렵겠지.

그저, 순종하고 의존하는 어린이상태보다 결정하고 책임지는 어른상태에 점점 더 자주 오래 머물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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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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