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의 어느날, 나는 글쓰기로 다짐했다. 온라인 어딘가 나만의 공간에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기초로 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와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렇게 글쓰기를 미루기만 하던 어느날 틀을 깨버리는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 인터넷에서 Dropbox를 창업한 Drew Houston이 2013년 MIT 졸업식에서 한 연설을 보았던것이다. 연설에는 몇개의 중점이 있었지만 나에게 가장 와닿고 나를 움직이게 했던 한가지 내용이 있다. 바로 수자 30000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는 24살 때 한 웹사이트에서 인간이 평균 3만일 산다는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가 벌써 8000일을 살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계산해보니 나는 벌써 11680일을 살았다. 충격이다! 좋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내가 잡을수 있는건 지나간 어제도 아니고 다가올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이다. 매일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결심을 하다보니 내가 하려고 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더는 미룰수 없는 의무가 되여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것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는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가.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기록으로 남길수 있는 글 쓰기를 더이상 미룰순 없었다.

작가도 아니고 글 쓰기에 큰 소질도 없는 내가 예전부터 글을 쓰려고 마음 먹은건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쓰려한다.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는 말을 실제로 느끼고 공감하는 30대가 되였다. 30000일의 인생은 야속하게 빠르게만 흘러 갈것이다. 이런 자연의 법칙속에서 더 늦기전에 나의 기억, 경험들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글로 쓰는건 참 멋지고 가치가 있는 일일것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을 하는 엔지니어거나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거나…) 자기만의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것을 흔히 볼수 있다. 자기들의 생각이나 경험들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발전해 나간다. 글을 쓰면 나의 사유능력 또한 제고될 것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더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정리하여야 하니까.

둘째, 나만의 흔적을 남기려고 글을 쓰려한다. 인생은 짧지만 우리는 많은것을 경험한다. 크게 성공한 삶이던 평범한 삶이던 따져보면 모두 그 의미가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 세상은 크게 성공한 사람들만 주목한다. “성공하라. 그러면 네가 하는 개소리도 명언이 된다”라는 말도 있다. 절대 성공한 사람들을 뭐라하는것이 아니다. 솔직히 나도 이런 명인들의 자서전이나 쓴 책들만 골라 읽고 그들의 SNS들을 구독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한테는 배울점이 있고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것은 열심히 일하면서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삶도 똑같은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나의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나 문득문득 드는 생각, 보고 느끼는 점들을 주인공이 되여 기록하려고 한다. 나 자신이 더 잊혀지기전에 흔적들을 남겨야겠다.

셋째, 우리가 우리를 위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위해줄것인가? 오래전부터 우리 조선족들도 글로 소통을 할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글을 써서 공유할수도 있고 글을 읽고나면 긍정적인 댓글로 서로를 응원해줄수도 있는, 함께 성장해나가는 그런 공간이. 이렇게 소통을 하다보면 우리의 문화가 자연스레 기록되여 보존해나가게 될것이고 사상이나 문화수준도 더 한층 올라갈수 있을것이다. 최근 연변에서 조선족의 정체성, 우리가 살았던 곳, 살았던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들을 찾아 볼수있다. 80后인 내가 연변에 대한 기억은 아마 지금하고는 많이 다를것이다. 그때는 학교에나 거리에나 사람들로 붐비고 명절때나 되면 더욱 그랬다. 솔직히 이젠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명절을 쇠여본지가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족중 한두명은 꼭 가족을 위해, 꿈을 위해 먼 타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그러나 "우리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멀리 가는 이유는 다시 가까운 곳으로 돌아오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의 3가지가 나한테 글쓰기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였다면, 글을 쓰려는 용기를 얻게 된 계기도 있다. 바로 아래의 몇구절의 명언들인데 나한테 큰 용기를 주었다.

글 쓰기를 두려워 하지 말라.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네가 쓴 글에 관심이 없다. 당신이 다른 사람 글에 크게 관심 없는 것처럼. – 강원국

당신만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 너보다 더 똑똑하고 우수한 작가들은 많다. – 닐 게이먼

글은 작가가 쓰는것이 아니다 – 마흔이 되기 전에

그렇다. 난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본적도 없다. 잘 쓰던 못쓰던 매일 쓰려하고 그냥 나만이 전할수 있는 글을 쓰려한다. 나의 글이 나같은 다른 중국조선족에게 전해져 그만이 전할수 있는 이야기를 써서 우리가 살아온 경험과 생각, 그리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하여 기록하여 줄것이라고 기대해본다. 한명, 두명 이렇게 점(点)으로 모여서 선(线)을 그리고 또 면(面)이 되여 더 많은 가치와 우리의 문화를 보존하여 갈것이라 믿는다. 80, 90后를 위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글을 쓰고 소통하기를, 우리 함께 우리 모두의 흔적을 이 세상에 남기기를, 끝으로 "우리나무"라는 중국조선족 글작품을 소개하고 글을 쓰는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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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UI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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