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순간부터 쓰지 않게 되었다.

그만두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지만, 쓰지 않는 시간이 먼저 생겼다. 

바빠서도 아니었고 의욕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문장이 나를 비켜 가는 날들이 이어졌고, 그 상태를 설명할 말이 없다는 사실이 더 낯설게 느껴졌다.

그 시간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흘러갔다. 

생각은 분명 있었지만 머물 자리를 찾지 못했고, 남겨진 문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쓰지 않는 동안 내가 사라진 것 같다는 감각은, 글이 곧 나의 흔적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말을 떠올린다. 

그 문장은 늘 옳아 보였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조금 멀게 느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보았다고 말할 만큼 분명한 무엇도 없었다. 

다만 아직 문장이 되지 않은 상태로 생각들이 머물러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멈춤은 쉼이라기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 가까웠다. 

생각은 많았고 느낌도 있었지만, 그것들을 묶어 이름 붙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 사이에 말없이 머물렀고, 쓸 수 없었다기보다는 망설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에도 나는 계속 여기 있었다. 

말하지 않았을 뿐이고, 정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 글이 되지 않은 상태로 이 공간에 남아 있었을 뿐이다.

혹시 지금도 멈춰 있다면, 그것은 혼자만의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 역시 멈춰 있는 동안 나만 그런 줄 알았지만, 멈춤은 사라짐과 같지 않았다.

나는 다시 쓰겠다는 결심도, 잘 써야겠다는 계획도 없다. 

다만 멈췄던 시간 역시 이 공간에 있었던 시간이었고, 나의 일부였다는 사실만은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문장이 생긴다면, 그것이 완성되지 않아도 여기에서는 괜찮을 것 같다.

만약 다시 글을 잡게 된다면, 그것은 새로 시작하는 일이 아니라 중간에서 조용히 이어 쓰는 일일 것이다. 

그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하다.

PS. 우리나무가 다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힘에 경의를 표합니다. THE SEORE – STRO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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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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