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엄마랑 아빠랑 노는 게 가장 즐겁다는 아이, 놀든 먹든 자기만 바라보라는 아이. 가끔은 아이에게 농담처럼 던지기도 한다. "네가 넷플릭스도 아니고 엄마빠가 어떻게 하루 종일 너만 보냐" 아이는 갸우뚱하는 모습으로, "뭔지 모르겠고 나만 보라고" 하는 표정이다. 물론 아이도 좀 더 크면 엄마빠보다는 친구를 찾는 날이 오겠지만 말이다. 

아빠도 주말에는 좀 쉬어야 하니, 아이랑 뭘 하면서 놀까 고민하다가 같이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육아맘에게 "엄마표"는 인기 있는 주제다. 엄마표 영어부터 시작해서, 엄마표 중국어, 엄마표 수학, 엄마표 미술, 엄마표 과학…밑도 끝도 없다. 나는 "엄마표"라면 질색을 하는 게으른 엄마이다. 엄마가 해줘야 하는 건 엄마표 밥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그것도 힘들어서 가끔은 배달을 시키는 구먼. 열성스레 엄마표 해주는 엄마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하나 해야 한다면 나는 엄마표 명상을 하고 싶다. 

학교에서는 다루지 않는 주제이고, 하지만 현대인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습관이니 말이다. 딸아이에게 함께 명상을 해보겠냐고 물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고 함께 해보고 싶다고 얘기를 했더니 흔쾌히 승낙했다. 넷플릭스를 켜고 2화를 틀었다. 내려놓기. 

앤디(앤디는 가이더의 이름이다.)는 질문으로 시작을 한다. "당신이 삶에서 놓지 않고 붙잡고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타인이랑 했던 대화나 언쟁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사람에 대한 마음일 수도 있다. 아니면 현재 당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대한 좌절감일 수도 있다. 뭔가에 매달리는 일은 우리에게 너무 쉽다. 따라서 우리는 점점 버거움을 느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나 둘씩 짐을 짊어지게 된다. 

나는 나의 짐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다. 그러고보니 나를 가장 무겁게 하는 건 나 자신의 강박관념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나만의 강박관념들 말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이성적으로 꼭 그렇게 해야 될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만의 틀을 만들어 거기에 뭔가가 맞춰졌을 때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는 나의 불안감이 근원이었다. 이런 불안감은 육아를 하면서 나와 아이를 배로 힘들게 하는 게 분명했다. 

유리컵으로 물을 마시는 아이를 보면 혹시라도 떨어뜨려서 깨지 않을까,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상상도 못한 어떤 일이 생기지 않을까. 소파 위에서 신나게 뛰면서 노는 아이를 보면 혹시 저러다 넘어지지 않을까. 크게 다치지는 않을까. 조심하라고 주의라도 줘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에 내가 봐도 내가 피곤하다.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내 머릿속의 생각들이었다. 

만에 하나 유리컵을 깬다고 해도 깨지면 또 어떤가. 쓸어 담아서 버리면 될것을. 괜찮다고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아이를 토닥거려주면 될 것을. 뭐가 그렇게 큰 일이라고. 뛰어 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때 상처를 봐주고, 놀면서 넘어지기도 한다고 괜찮다고 그러면 될 것을. 나에게는 그 쉬운게 그렇게 어려웠다. 나에게는 불안을 자극하는 외인으로 느껴졌고, 시간이 길어지면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아이는 살아있는 개체인데, 어찌 나의 틀에 따라 움직일까. 어리석은 일이었다. 

오늘의 명상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우리가 느끼고 있는 짐이 가볍게 느껴질까라는 명상 스킬을 소개를 했다. 앤디는 히말라야에서 수도승이 되면서 물질적인 짐들을 내려놓았고, 자랐던 환경도 내려놓고 심지어 머리도 밀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건 생각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했다. 생각은 마치 틱톡 거리면서 돌아가는 시계처럼 늘 머릿속의 백그라운드에 깔린 것 같다고 했다. 비유를 하자면 생각은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절대 지치지 않는 원숭이처럼 우리의 머릿속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이 지속되면 우리는 지치게 되고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그 상태에서 쉼을 느끼고, 느긋함을 느낄 수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앤디는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대체적으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생각들을 해결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건 결국 원숭이 보고 원숭이 자신을 컨트롤하라는 것과도 같이 어리석다고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머릿속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이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앤디의 스승은 앤디에게 이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푸른 하늘을 상상해 보라. 그 푸른 하늘이 너의 머릿속이다. 이 푸른 하늘은 늘  존재할 것이다. 물론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 찬 날들도 있을 것이다. 그 구름들은 우리의 생각들이고, 우리는 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끔은 살아가면서 푸른 하늘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구름이 낀 하늘로 살아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푸른 하늘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푸른 하늘의 이미지를 다시 머릿속에 그리는 그 순간 우리는 우리의 생각의 구름들이 사라지도록 허락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푸른 하늘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그 푸른 하늘을 찾기 위해서 어디도 갈 필요가 없다. 그것은 늘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앤디는 머릿속에서 당신이 진정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시각화하여 상상을 하라고 한다. 머릿속으로 그곳을 그려보라. 어떤 컬러 일수도 있고, 모양들 일수도 있고, 어떤 소리 일수도 있고 냄새 일수도 있다. 이런 이미지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떠오를 것이다. 그것들을 머릿속 이미지로 그리는 건 어떤 특별한 노력도 없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쉼을 위한 시각화를 하는 좋은 스킬이자 훈련이다. 기억하라, 이것은 그 어떤 큰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이미지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에 집중을 하고 그것을 느껴보라. 명상을 자주 하면 할수록 당신에겐 이런 시각화가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이런 훈련은 명상을 하는 순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까지도 영향을 줄 것이다. 

과학적으로 명상을 할 때 우리의 뇌가 바뀐다는 것을 하버드의 Sara Lazar박사가 실험으로 증명했다고 한다. 단지 8주간의 명상이 뇌의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데, 구체적으로  학습과 기억을 돕는 뇌의 부분이 물리적으로 사이즈가 커진다고 했다. 반대로 불안과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의 부분은 오히려 작아진다고 한다. 물론 명상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그런 유익한 결과가 늘 유지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인 변화와 함께 물리적인 변화가 실제로 일어난다 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영상 뒷부분은 늘 앤디가 가이드 해주는 명상을 실천하는 부분이다. 나는 딸아이와 영상을 함께 보고 나서 딸아이에게 편한 자세를 취하라고 했다. 누워도 되고 앉아도 된다고 하니 딸아이는 눕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침대에 아빠 다리하고 앉은 상태에서, 딸아이는 누운 상태에서 명상을 했다. 

편하게 자세를 취하고 푸른 하늘을 그려본다. 처음에는 눈을 뜨고 심호흡을 함께 하면서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면서 주변의 환경을 인지한다. 들이마실 때 페가 커지고 내쉴때 몸이 느긋해짐을 느껴본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아본다. 정지된 느낌, 정체된 느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느낌을 느껴본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가 있다면 듣고 지나친다. 무엇이든 허락한다. (딸아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몸에 텐션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더 느긋하게 한다. 

햇빛을 상상하고 그 빛이 몸을 느긋하게 하고 몸에 채워지는 상상을 한다. 발가락부터 위로 점점 올라가면서 그 빛은 우리의 몸을 채워준다. 빛을 상상하다가 우리의 주의력은 딴 데 있을 수도 있다. 괜찮다. 다시 햇빛으로 돌아온다. 딸아이가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눈을 비스듬히 떠보니 그래도 여전히 누워 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상상을 한다. 심호흡을 반복한다. 모든 긴장감은 햇빛과 함께 녹는다. 어깨, 목, 턱까지 긴장감을 풀어준다. 햇빛이 머리까지 충전될때까지 그 따듯함과 느긋함을 느껴본다. 준비됐을때 눈을 천천히 떠본다. 

나는 해변가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기분 좋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따듯한 해변가에서 푸른 하늘과 파아란 바다를 마주하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 말이다. 바다의 냄새도, 발끝으로부터 전해오는 모래의 따듯함도, 들려오는 파도소리도 느껴본다. 천천히 눈을 뜨고 보니 딸아이는 여전히 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지루하여 장난감을 놀거나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누워 있는 게 너무 기특했다. 처음인데 너무 잘 했다고 안아주면서 볼 뽀뽀 해 줬다. 딸아이는 "엥? 내가 잘한 건가" 싶은 표정이었지만 행복해 보였다. 내가 충전을 하고 나니 딸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더 쉬워지는 듯 했다. 차고 넘쳐서 주는 사랑과 빨래 짜듯 쥐어짜서 사랑해주는 차이라고 할까.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딸아이와의 명상을 자주 해보려고 한다. 엄마가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건 아니니, 나중에 딸아이가 컸을 때, 혼자 삶의 버거움을 느낄 때,  명상을 하면서 삶의 짐을 덜 수 있다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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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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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이예요. ㅋㅋ 요즘도 명상을 견지하고 있는지요? 처음엔 한 5분씩만으로도 꾸준히 견지하면 “아하 모먼트”를 느끼면서 푹 빠지게 된다고 해서 지금까지 여러번 시도해 보았는데…. 결국에는 견지하는데 실패했어요 ㅋㅋ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네요. “이것은 바나나다, 이것은 바나나다, 이것은 바나나다….”. 명상 101: 모든 잡생각을 버리고, 딱 하나에만 집중하기- 그래서 저는 바나나를 머리속에서 상상하면서 오직 바나나 하나에만 집중했던 기억이 ㅋㅋㅋㅋ

    1. 매일은 아니지만 하고 있어요~! ㅎㅎㅎ 맞아요 쉽지 않아요. 그래서 꼭 가이드가 필요해요. 혼자 하면 5분 멍때리다 딴짓 하게 되지요…특히 기분히 꿀꿀해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힐때 명상 하고 하면 진짜 충전됨 느낌입니당~이미지도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영감처럼 다가오네요~! 시도!!! 강추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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