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학사상 최초로 한글을 사용한 가요집인 <청구영언>(靑丘永言)을 조금씩 읽고 있다. 1728년에 김천택(金天澤)이 엮었다. 그니까 우리가 교과서에서 접하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로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와 같은 귀익은 시조들의 현존 가장 오래된 기록들은 이 책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청구영언> 진본(친필본),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그러다 오늘은 한자와 우리말의 뜻과 소리를 가지고 말놀이를 하는 재미있는 구절을 읽었다. 무언고 하니 , 

오동열매 동실동실하고 

보리뿌리는 매끈매끈

[*입력의 편의를 위해 낱말 어형은 현대어로 바꿈]

이렇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 한자를 섞어 표현한걸 다시 옮겨보면 그 놀고자 하는 마음이 보일 것이다. 

梧桐열매 桐实桐实하고

보리뿌리는 麦麦根

이렇게 보면 이런 재미를 전달하려 했구나 하는 감이 올 것이다. <청구영언>에는 이 시조의 작가가 적혀져 있지 않지만, 민간에는 정조임금과 정약용이 주고받은 재담에 나온다는 설이 있다. 어디까지나 '설'이다. 

그나저나 이 구절에 꽂혀서 21세기를 사는 일인으로서 선인의 발자취를 따라 이 놀이를 이어가 보고싶은 충동에 이것저것 갖다 맞춰본다. 

깍두기는 四角四角

매운닭발 五毒五毒

여기에 술이나 먹고

거기서 끝이면 좋으련만,,,

퇴근길은 九驿九驿

집값은 更层更层

월급날은 求物求物

이 내몸은 郁身郁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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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는거 생각나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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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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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글잇기 놀이는 주로 아래와 같은 세가지 룰로 구성되었습니다.

    (1)AB – 고유어 낱말 둘
    (2)abab – AB에 각각 대응하는 한자의 겹친말
    (3)αβαβ – abab의 한자음과 일치 혹은 거의 같은 고유어 겹친말 표현, 동시에 AB의 한 특성을 반영해야 함.

    ‘동실동실’, ‘매끈매끈’은 이상의 세 특징을 모두 갖춘 사례인데, 제가 이은 표현들은 (1)과 (3)은 만족시키지만 (2)는 엄격히 맞추지 못하고 abab가 AB에 일대일 대응하는 한자가 아니라 그저 AB의 특성을 어느정도 반영한 한자로 맞추어 넣은데 그치고 있습니다.

    제가 첫코를 잘못 꿰어서 다른 분들을 오해하도록 한것 같은데, 세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재미있는 글을 더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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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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