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공약수
세월의 수축 위에서
시간의 눈금이 닳는다
유리수의 파편이
허공에 흩날릴 때
자연수와 소수의 틈속에
분수가 스며든다
시간의 허리가 휘는 지점
낮과 밤의 분수령을 넘어
그림자의 경계선에서
빛과 어둠이 서로를 갉아먹는다
질수(质数)를 제련하기 위해
분수의 수분을 짠다
합성수(合数)를 가열하여
약수를 증발시킨다
분자 분모는 서로를 깍아내리며
참 몫을 찾아 부서진다
연산이 멎은 자리
마지막 약분이 남긴 자국
살을 깍을수록
뼈의 그림자는 점점 선명해진다
거품이 걷힌 술잔에
달의 그림자가 떨어진다
복잡한 관계를
한바탕 쪼개고 나눈 뒤
허상을 벗어 던지고
진실을 뼈속에서 도려낸다
계산서를 반으로 접어
달빛 속에 던진 밤
분자와 분모는
서로를 완전히 약분해버렸다
소주병 뚜껑 돌리는 소리
맥주캔 심지 타오른다
폭탄주 터진 자리에
한 입 거품이 속으로 꺼진다
생각의 분자를 웅변의 분모로 나누면
감정의 약수들은 현실의 술잔 속에
작은 거품으로 상쇄된다
분자와 분모가 녹아내려
결국 같은 값으로 굳어짐을
먼 훗날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마지막 남은 한 알의 질량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결정
태초에 새긴 가장 간결한 공명
그 뿌리에서 뻗은
수많은 복잡한 핵산들
락엽처럼 우수수
태초의 공허로 되돌아간다
부서지지 않는 묵언의 자리에
한 조각 쐐기를 박았다
돌 속에 잠든 금
언어의 도가니에 침묵을 달군다
계산의 소음을 없애고
허상의 무게를 부수고
뜬구름의 부피를 빼내고
욕망의 변수를 지우고 나면
가장 큰 약속이 빠진 자리에
진심이 초심으로 떠오른다
서로를 잣대로 재고
유혹을 더하고 빼고
가식을 곱하고 나눈다 해도
물이 마르고 돌이 드러나면
결국 밑바닥에 고이는건
순수함의 숨결이 아닐까
죽음의 의식처럼
양파 껍질을 벗겨낸다
눈물 고인 눈동자로
속에 박힌 초심의 돌을 발라낸다
거꾸로 선 허상이 소멸된 곳
동그랗게 모인 촛불 떨기가
어둠의 심지를 동심원으로 피워올린다
가장 넓은 약속의 그늘 밑
늘 푸른 나무가
고요 속에 뿌리 내린다
락엽이 또 허공에 흩날린다
계절을 한바퀴 돌아
피여오른 꽃이 씨앗 속에 빨려든다
분수의 수분을 짠다
분수의 값이 마른다
약분의 칼날로 풍선을 벤다
거품 깨진 술잔에 달빛이 굳는다
침묵의 별을 화분에 옮겨심었다
초심 한 알을 흙의 심장에 파묻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