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
코로나 팬데믹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시기였다.
그 무렵 나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받고, 중국 청도에서 연변까지 장거리 운전을 하고 있었다.

장춘을 지날 즈음, 잠시 쉬기 위해 휴게소 화장실을 다녀오고, 주유를 마친 뒤, 짧은 여유를 틈타 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金兄, 나 지금 장춘 지나가고 있는데…
내려서 술 한잔 따르며 회포라도 풀고 싶은 생각이 불같지만,
이번엔 어머님을 뵈러 가는 길이라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갑니다.
우리 또래, 지금 다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모두 힘냅시다!
다음에는 꼭 좋은 일로 만나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아이고 별말씀을…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 이제 정말 좋은 일로 꼭 만나요.”

그가 바로 金兄(愚石)이다.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눈,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주던 소중한 网友였다.

金兄(愚石)과 나는 글쓰기 동호회와 인터넷 대화방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비록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얼굴을 익혔고, 음성으로 목소리를 나눴다.

우리는 같은 70후 세대였고,
부모님의 건강 문제, 딸의 대학 졸업 등
비슷한 인생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기에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金兄(愚石)은 나보다 2살 어린 후배였지만 늘 성실했고,
내가 올리는 글이나 위챗 모멘트에 건설적이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었다.
가끔은 농담도 주고받고,
댓글로 장난도 치며 서로의 일상에 작지만 귀한 위로를 나누었다.

그러던 2024년 7월 30일,
그의 위챗 모멘트에 부고가 올라왔다.
작성자는 그의 딸이었다.

“家父金成日因罹患肝癌于2024年7月30日离世。”

믿기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아무런 작별의 말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이.

그의 위챗으로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남기자,
그의 딸이 정중하게 회신을 보내주었다.
나는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그의 모멘트 글들을 공개해 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

金兄(愚石)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사람 이상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유학파로, 식견과 통찰을 겸비한 인재였고,

그의 아내는 러시아계 고려인, 딸은 러시아어 석사과정 — 말 그대로 ‘러시아어 전문 가족’이었다.

그는 역사, 철학, 예술, 사진, 여행에 대한 식견이 깊었고
삶과 죽음, 사회와 시대를 조화롭게 사유하던 사람이었다.
《红楼梦》, 《三国演义》 같은 고전 작품에 대한 해석도 탁월했고,
그의 微信公众号와 모멘트에는 중국과 세계 각지의 여행기와 사진,
일상의 사색과 시대에 대한 균형 잡힌 시선이 풍성하게 담겨 있었다.

金兄(愚石)의 글은 언제나 지적이면서도 따뜻했고,
비판적이되 포용적이었다.
그는 늘 사려 깊었고, 삶을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딸의 도움으로 그의 모멘트 글들이 모두 열리게 되었고,
나는 그가 남긴 사진과 글귀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의 목소리와 기록들에서
마치 지금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동안 마음이 무거웠고,
그의 빈자리는 한동안 슬픔으로 남았다.

하지만 곧 생각했다.
이럴 때일수록, 나부터 건강을 챙기고
가족과 더 자주 대화하며
주변 사람들의 말을 더 진지하게 듣고,
내가 가진 기술과 지식을 다시 갈고닦아
세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남기자는 다짐을 …

金兄(愚石),
그날 장춘에서 내려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이 여전히 남지만,
다음 생엔 꼭 좋은 날, 좋은 자리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다시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
 

당신이 남긴 문장과 정신은
오늘도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金兄(愚石)을 추모하며
    2025년 7월 30일

※  金兄(愚石)이 생전에 "우리나무"에 남긴 글 ※

https://wulinamu.com/members/yushi/submi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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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가을

남은 시간 ... 한땀한땀 걸어 온 길과 주변에 들은 이야기들을 글로 꾸며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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