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여기 저기 이력서를 넣었고, 마침 중국어 전공을 배웠다는 사장님을 만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모든 만남은 인연이 따라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찾은 곳이지만 지역은 서판교이다. 아주 깨끗한 환경과 번쩍 거리는 대도시 냄새가 풍기는 이곳, 내가 사는 곳에 비하면 이동네는 천국이다. 나는 이곳에서 매일 대기업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저마다 명찰을 달고 나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며 돈을 지불한다. 이곳은 그들의 인간관계 장이기도 하다. 휴식 시간에 잠까 틈을 이용해 편의점에서 서로 돈낼래기를 하고 있다. 담배파는 담배 살래기, 비담배파는 음료수, 젤리 살래기… 어쩌면 인간은 어릴때나 어른이되어서나 놀이 방식이 비슷 비슷해보인다. 6개월 정도 일을 하다보니 자주 다니는 손님들의 담배 취향도 제법 외웠다. 어는날 키가 작고 동글동글한 얼굴형의 아주머니가 앞치마를 두르고 연변말투로 묻는다.
'옆집 팀장이 무슨 담배를 피는지 알아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꽤나 당황스러웠다. 옆에 알바생은 모른다면서, 해결해줄 의향이 없어 보인다. 팀장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조선족 아주머니 힘들게 새로 일하러 오신것 같은데, 해결해주고 싶었다. 팀장이 누군지 몰라서 여자냐고 물었고, 남자라고 하기에,' 키 크신분? 혹시 이 담배 일까요?' 하면서 연 초록색 담배를 꺼내 보여주었다. 호탕하게 웃으며 맞다고 하신다. 그리고는 자기도 담배를 처음이지만 피어 보고 싶다며 추천해달라고 하신다. '담배는 잘 모르니 필요하신걸 요구하시면 드릴게요.' 라고 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인상을 지풀이며 짜증낸다.
'아무거나 주세요!'
결국 옆에 알바생이 담배 하나를 추천해주며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끝났다. 결제하고 돌아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것 같아 보였다.
늦은 저녁 10시, 퇴근하고 버스를 타면 항상 버스가 꽉차서 간다. 반은 기업 직원들, 반은 조선족분들이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족말과 우리말 사투리를 섞거가며 가는 내내 신나게 토크를 한다. 어제 나는 모여 앉은 아주머니 셋과 마주하고 서있었다. 대략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미모의 아주머니 셋이었다. 중간에 앉은 아주머니가 틱톡에서 떠도는 영상을 보여주며, 예쁘게 머리 묶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말하는 말투는 길림이나 외지 사투리었다. 분명 연변말투는 아니었다. 반듯하게 묶은 머리에 빨간 립스틱, 깔끔한 옷차림 그리고 3cm 정도의 힐. 옷과 신은 지난번에 엄마가 보던 홈쇼핑 물건들로 보이고, 열정과 즐거움이 얼굴에 보인다. 반면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꾹 눌러쓴 캡모자에 립스틱 색은 지워진지 오랜 창백 가까이 얼굴을 하고, 운동복 차림에 먼지가 낀 운동화에 아주 모범적인 노동자 티가 팍팍난다.
집 근처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몇몇 아주머니들이 뒷이어 내리신다. 내가 사는 동네는 중국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기도하고, 작은 중국 음식 거리도 있다. 이 동네는 많은 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과거 중국에서 어떤 일을 했던 이동네에서는 기본 식당, 가사도우미, 공장 일들을 하신다. 나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내가 유학의 길을 선택하면서 어머니는 한국의 땅을 밟았다. 분명 예쁜 가죽 가방과 높은 힐을 신고 한국에 식당일 하러 갔다. 엄머니가 한국에 가자 피아노를 배워 보고 싶다고 졸랐다. 500원을 받아 이상한 선생님한테서 한달 동안 피아노를 배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랬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한스럽다.
무엇이 그들을 이리도 치열하게 만들었을까? 그들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 것일까? 자식 뒷바라지에 허덕이는 삶에 무슨 낙이 있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옆집 팀장 피우는 담배를 알려주니 호탕하게 웃고 또 바로 인상찌푸리면서 아무거나 주쇼 하는거 너무 드라마틱하네요. 히스테릭한 매력인건가요? 🥹 /아주머니들의 즐거움은 아마 같은 일을 하고 돈을 더 버는 것, 집에서 아무 칭찬도 못받고 매일 하던 밥을 남의 집에서 하고 보수를 받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자식 뒷바라지의 기꺼운 낙은 분명히 있을겁니다.
뒷바라지의 낙은 잘 모르겠슴다. 하지만 같은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일은 분명 좋은것이라 생각드네요~이왕 하는거 돈이라도 팍팍 받고 위로를 받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