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자유 탈퇴의 7일과 네 명의 이탈
9월 2일, 붉은 방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벽은 심장처럼 두근거렸고, 이름 옆의 숫자들은 질서 있게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숫자들 중 몇은 곧 사라질 것이다.
자유 탈퇴 기간.
9월 9일 0시까지는 누구든 방을 떠날 수 있었다.
그 사실은 작은 안도였지만, 동시에 언제든 이탈이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심어주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살피며, 농담을 건네다가도 말을 멈췄다.
최은별(009):
“다들 끝까지 남으실 건가요? 아직 기회는 있잖아요.”
윤예린(003):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흥미롭긴 하지만, 책임이 무겁네요.”
정민호(010):
“한 달에 글 한 편이 뭐가 어렵습니까? 전 도리어 자극이 돼요.”
그렇게 말하는 정민호(010)의 손끝도 흔들렸다. 붉은 방은 모두의 불안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때로는 환히, 때로는 어둡게 파동쳤다.
첫 번째 탈퇴자 — 박도윤(006)
9월 5일 저녁, 대화창에 짧은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불현듯, 한 이름이 사라졌다.
박도윤(006).
그는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았다. 그저 숫자와 이름이 화면에서 증발했다.
순간, 붉은 벽이 크게 울렸다.
강범수(002):
“…말없이 나갔다고요?”
민태리(004):
“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어제도 별말 없이 로그아웃했었잖아요.”
윤예린(003):
“그래도… 작별 인사 하나쯤은 할 수 있었을 텐데.”
침묵은 짧았지만, 그 침묵이 남긴 여운은 길었다.
두 번째 탈퇴자 — 김서현(012)
다음날 아침, 또 다른 이름이 흐려졌다.
김서현(012):
“…죄송합니다. 저는 감당할 자신이 없네요.”
메시지는 짧았다. 그러나 그것은 무겁게 떨어졌다.
그리고 곧, 그의 닉네임은 방에서 사라졌다.
송유진(013):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라요. 무리하다 무너지는 것보단.”
정민호(010):
“아니에요. 벌써 두 명이 나갔습니다. 이렇게 쉽게 무너져선 안 됩니다.”
권나래(017):
“…남는 게 정말 옳은 건지, 저도 잠깐 헷갈리네요.”
붉은 방의 고동은 잠시 느려졌다.
세 번째 탈퇴자 — 하주원(019)
9월 7일 밤.
그날은 하루 종일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지자, 세 번째 탈퇴자가 조용히 나갔다.
하주원(019).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닉네임은 그저 스르르 지워졌다.
최은별(009):
“침묵만 하던 분이었죠… 결국 그냥 사라지는군요.”
윤태강(024):
“역시, 이건 모두에게 맞는 자리가 아니에요.”
조한솔(005):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은 싸인이었을지도 몰라요. 오래전부터 떠날 준비를 했던.”
사람들은 채팅창을 올려 내려보며, 남아 있던 그의 몇 줄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그것이 이제 유일한 흔적이 되었다.
네 번째 탈퇴자 — 배지우(022)
마지막 날 밤. 9월 8일.
자정이 가까워지자, 모든 참가자가 숨을 죽였다. 누가 마지막으로 떠날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화면에 글자가 떴다.
배지우(022):
“여기 있는 게 잘못된 선택 같아요. 다들, 잘 버티세요.”
그 문장을 끝으로, 그의 이름도 지워졌다.
윤예린(003):
“…마지막까지 담담했네요.”
강범수(002):
“담담했지만,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한 거죠.”
문다연(015):
“왠지… 부럽기도 하네요. 용기라는 게 꼭 남는 것만은 아닐 테니까.”
배지우(022)가 떠난 자리는 이상하게도 오래도록 공허했다. 붉은 벽은 낮고 무겁게 울리며, 문이 닫히는 듯한 잔향을 남겼다.
25명에서 21명.
숫자는 줄었지만,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자정이 지나자 붉은 방은 한 차례 크게 파동쳤다.
그 소리는 마치 문이 잠기는 소리 같았다. 이제 더 이상 탈출은 없었다.
남은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말없이 호흡을 맞췄다.
누군가는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이미 갇혔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9월 9일 이후, 이 방은 진짜가 된다는 것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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