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ㅣ문수

해를 끄고
달을 켠다

찰나의 무게가
시간의 눈꺼풀을 스친다

이슬 한 방울이
바다를 일으켜 세운다

파도가 접혀
수평선이 꿈 속에 밀려온다

모래성의 함락소리
공든 탑이 무너진다

한 줌 낱알들이
구름으로 사라지는 여정

바람에 엎드려
나비가 지평선을 기다린다

산의 절벽에 석양을 지폈다
밤나비가 불꽃 속으로 뛰여내린다

무지개가 소나기를 몰고 온다
호랑나비가 구름속으로 빨려든다

날개 끝에 맺힌  
슬픔 한 알

어제의 이슬과 내일의 바람이 

오늘의 강이되어 흐른다

운명의 빨래줄에 내려앉아
시간이 멈춘 자리

가시 밭 길에 핀
장미꽃 한 송이

한 장 먹장구름이
어둠의 옷자락을 비틀어 짠다

빗방울의 눈동자에서
흰 거품이 터진다

유리잔에 갇힌 달이
꽃잎비 되어 흐트러진다

달을 끄고
별을 켠다

베란다에 스며든 별빛
쟁반 위 식어버린 커피 잔

뿔을 세운 달팽이가
한 보따리 달빛을 지고
아파트의 유리 숲을 기어오른다

지하철 역 우물가에서
휘오리 바람과 마주친
말 못한 입술들

콘크리트 절벽에 부딪혀
메아리가 땅 속으로 흩어진다

한줄기 터널을 땅속에 파묻엇다
총총 흘러드는 발걸음

무명의 강들이
이름없는 빌딩의 섬에
전생의 꿈을 심으러 간다

한마리 호랑나비를
도시의 숲에서 키운다

동서남북을 아스팔트로 구부리고
한마리 번데기를
시간의 그물에 가두엇다

누에들이 빛을 뽑아
터진 속살을 깁는다

나비가 허물을 뒤집어 쓰고
어둠의 방에서
바늘로 상처를 수놓는다

빛으로 꿰맨 그림자
한덩어리 껍데기에 태풍을 봉인했다

거미줄에 묶인 존재들
그물을 흔드는 한 방울 떨림

별을 끄고
해를 켠다

작은 웅뎅이에
하늘이 뒤집혀 들어갔다

땅에 떨어진 별들이
허공에 다시 피어 오른다

초점을 잃은 시선이
잊혀진 데자뷰를 깨운다

보이지 않는 손이
한 자루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시간의 틀에서
모래알 한 줌이 또 흘러나온다

극본이 바뀌는 자리
한 방울 의지가
바다의 질서를 거슬러
새로운 섬을 바다에 빚어올릴 때

파초나무의 그늘에서
잊혀진 빛과 스쳐간 시간들을
부채의 매듭으로 묶는다

주사위가 돈다
해와 달이 돈다
하루가 밤낮 돈다

허공에 맺힌 이슬 두 방울
생각과 망각의 인연

가까운 곳의 작은 흔들림이
먼 곳 운명을 건드린다

멀리 떨어진 두 영혼
다른 곳에서 같은 꿈을 꾼다

하늘을 나는 꽃잎이여
공간을 접은 나비여

이마의 뿔로
시간의 사슬을 끊어라

그물을 찢고
누에의 평행세계를 넘어서라

전설의 불사조여
천년의 날개짓이여

휘어진 등을 세우고
어깨에 돛 달아라

한 송이 나비여
봉황의 꿈을
접었다 펴라

적수공권의 춤으로
번데기의 족쇄를 녹여라

그림자의 저주를 벗어
천군만마를 이끌고
바다 건너 구름을 흔들러 떠나라

나비의 울림이여
작은 날개로 세상을 흔들어라

한 점 떨림이
운명을 물들일 때까지

폭풍의 언덕에
한낱 장미가 피어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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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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