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새벽에 곤히 잠든 아이를 깨워 다른 아파트 쪽을 가리키며 

“친구 방에는 불이 켜져있는데 너는 시험 기간에 왜 자느냐”고 말했던 엄마에 대해 

“그날부터 엄마도, 친구도 죽이고 싶었다”고 고백하는 아이의 마음이 과연 비정상일까?

김태형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중


A: 최근에 시험을 친 적이 있는데, 나는 역시나 대밑에 가서 벼락치기를 하더라고.

Y: 시험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는 게 ‘국룰’이지! 마치 방학 숙제처럼, 일주일을 남겨두고 몰아하는 그 조바심을 나도 느껴봤어.

A: 공감해줘서 고마워! 이런 방법이 최근 그 시험에는 안 먹히더라. 애초에 그 시험을 보고자 결심한 것도 시간을 들여 지식을 익히고 역량을 다지려고 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초심도 지키지 못했고 결과도 엉망으로 나왔어.

Y: 그런 의미에서 학창 시절 만큼 시험을 위해 치열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특히 인생의 기로를 결정했던(결정할 것만 같았던?) 중코, 꼬코를 기다리면서 거의 매일을 머리 싸매고 공부했었지.

A: 어떻게 하루일과가 공부에서 공부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믿겨지지가 않아. 지금은 중꼬와 꼬코 제도도 많이 바뀌었겠지? 시험 과목도 많이 바뀌었다는 건 들었는데.

Y: 시험을 다 치르고 나서는 제도에 크게 관심을 안 가져와서 모르겠네. 다만 심적으로 위태로울 때면 대학 시험 준비를 하는 꿈을 되풀이해서 꾸긴 해. 내가 가장 못했던 역사 과목에 대한 꿈인데, 시험 전날 아무런 준비도 못해서 공황 상태에 이르는 내용이야.

A: 와와!! 진짜?? 나도 시험과 관련해서 비슷한 꿈을 꾼 적 있어. 꼬코 치기 전인데, 늦잠을 자서 꼬코를 못 치는 꿈이었어. 너무 놀라 바뜨득 깨난 적이 있어.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 그만큼 당시의 우리에게 시험은 ‘돌덩이’처럼 우리를 짓눌렀나봐.

Y: 그때만큼 오랜 시간 준비한 시험은 없었고 그만큼 절박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가도 시험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접게 돼.

A: 맞아. 지금의 내가 당시 과거로 간다해도 시험을 아주 평온하게 여유롭게 대할 것 같지는 않아. 그런 환경에 놓이면 시험에 집중할 것 같아. 어떻게 시험을 준비했지 생각해보면, 소학교와 중학교 때는 시험지도 다 선생님들께서 손글씨로 적은 걸로 했잖아!

Y: 맞아. 손글씨로 적힌 시험지를 대량으로 복사해서 그걸로 시험을 치르기도 했었지.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라고 할까. 다 쓴 시험지는 나중에 뒤면에다 수학 문제 계산이랑 검산도 하고, 틀린 단어를 벌로 다시 쓰기도 했고.

A: 하하하 맞아! 니말 들으니 생각나네. 영어나 한어는 틀린 걸 뒷면에 다섯 벌, 열 벌씩 다시 써서 제출하게도 했어. 추억의 서랍을 연 것 같다.

Y: 나는 제일 치기 싫었던 시험이 있는데. 바로 아침마다 등교하자마자 7시부터 영어 팅리(듣기 평가)를 하고 바로 답을 맞추고 채점해서 결과까지 받아보는 시험이었어. 하루의 시작부터 기분이 안 좋아졌고 더군다나 1절이 영어 시간이면 선생님을 보기가 껄끄러워졌었지.

A: 맞아맞아! 그리고 영어 시간에 시작하자마자 听写하구, 그렇게 외운 단어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간 건지. 중학교 때는 반주임이 수학을 가르쳐서 자습시간만 되면 수학문제를 같이 칠판에다 풀어주신 덕에 고중 가서 문과임에도 나는 수학성적으로 점수를 끌어올릴 수 있었지.

Y: 지금은 영어도 수학도 가물가물해졌어. 맞아, 그땐 칠판에 불려나가서 수학 문제를 풀기도 했었지. 근데 지금은 기억력과 의지도 서서히 퇴화해서 시험 준비에 좀처럼 몰두를 못하겠어.

A: 맞아맞아. 분필 가루 풀풀 날리면서 칠판을 지우던 것도 다 추억이다. 지금은 외우는 것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때만큼 절실하지 않은 건 아닌데, 그때보다는 간이 커졌다(?)고 해야 할까. 시험을 두려워하면서도 시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있는 것 같아.

Y: 그런 심보(?)도 생긴 건 맞아. 이번에 못 보면 어차피 다음 기회에 다시 보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점점 대담하게 행동하게 돼. 그렇지만 예전에는 기중, 기말 시험을 치고 나면 꼭 등수를 매겼고, 우등생만 모이는 尖子班을 꾸려서 따로 방과 후 수업도 진행했지.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시험란 단어가 주는 압박감이 컸어.

A: 尖子班 우후훗. 너는 항시 尖子班 학생이었던 걸로 나는 기억하고 있단다. 학년 50등까지만 뽑는 尖子班에 딱 한번 들어간 적이 있는데, 방학동안 너랑 같이 수업하고 공부할 수 있어서 덜 외로웠지.

Y: 나는 턱걸이로 거기에 있었는데 매일 저녁이 정말 우울했어. 밥도 못 먹고 차가운 교실에 앉아서 나보다 우수한 사람들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어. 친하지도 않은 같은 반 학생들과 교실을 옮겨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어. 그래도 너랑 같이 다녔었던 그 방학 동안 만은 덜 외로웠어.

A: 턱걸이어도 대단해! 참 애썼어.

Y: 그때를 되돌아보면 매일 입었던 교복도 생각이 나. 지금은 다 버리고 없지만.

A: 교복! 교복 바지가 하나여서 졸업할 때쯤에는 엉덩이가 반질반질해진…

Y: 맞아 맞아 ㅋㅋㅋㅋ. 그리고 무릎도 나오고 주름도 자글자글해지고. 더운 여름에 잘 안 마르면 냄새 나구. 그 한벌로 어떻게 일주일을 보냈을까,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야.

A: 맞아. ㅎㅎㅎㅎ 시험은 싫지만 이렇게 추억팔이를 하니 그때가 쬐꼼 그립구나.

Y: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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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_악몽

A_벼락치기


썸네일 BY 젬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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