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나는 부산–울산–경주 여행을 하고 “다음에는 제주도 가는 거 아니야?”라며 가볍게 농담 삼아 말했는데, 정말로 최근에 제주도를 다시 찾게 되었다.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에도 다녀왔고, 그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기에 이번에는 아마도 익숙한 풍경들을 다시 보게 되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번 여행은 이전과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오는 뜻깊은 여정이 되었다.

 1. 우연함에 대한 생각들

  우연히 지나가다 바라본 산 위의 작은 구름 한 점.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구름은 평범한 산을 더 귀엽고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우연히 시선이 닿은 나뭇잎 사이에 숨어 있던 단감들. 어쩌면 가지가 너무 높아 아무도 따지 않을 것 같은데, 초록색 잎 사이로 드러난 오렌지빛은 그 자체로 귀여운 풍경이 되었다.  11월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장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마주치지 못했을 구름 한 점. 그렇게 좋은 우연들이 하나둘 쌓여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고,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다시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기쁨으로 남을 것 같다.

우연히 마주친 구름 하나

나무입 속에 숨어 있는 단감

 2. 멀리서 보는 풍경, 가까이에서 보는 풍경

  갈대는 강풍에 휘말려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데, 멀리서 바라본 풍경은 늘 조용하고 고요하다. 산은 그저 산의 윤곽을 지닌 채 자리하고, 바다는 잔잔한 수평선을 이루며 흘러간다. 그 고요함이 나게에 전달하는 위로는, 마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하여 좋은것은 꼭 가까이에서만 볼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아끈 다랑쉬 오름
해녀박물관에 바라보는 바다 풍경

3. 자리를 지키고 있는것들 

세상은 무수히 변화하겠지만, 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를 계속 지켜내고 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선 나무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존재처럼 느껴지며,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듯 하다. 굵고 단단한 나무 아래, 과거에 누군가도 서 있었을 법한 그 자리에서, 가이드가 이야기 하는 제주도의 삶을 경청하며 나무 줄기를 통해 전해지는 힘을 받아 본다. 나무와 나 사이에 빛과 바람, 참으로 따스하고 좋다. 

성읍 민속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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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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