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주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나는 답한다.
“저는 한국에서 태여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한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엄격하게 말하자면 조선인 또는 북한 지역에서 자랐으니 북한인에 더욱 가깝겠죠.”
나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굉장히 기이한 느낌을 받는다.이들에게 한국은 북한인가? 아니면 한국을 이미 한반도로 인식하고 있는가? 한국과 북한은 일부 중국인 또는 한국인에게 여전히 하나의 나라인가?
“조선족”은 매우 특수한 위치에 자리한다. 이들은 때론 한국 문화를 따르나 한국인으로 자칭하기에 거북함을 덜칠수 없고, 지역학적으로 북한이 더욱 친숙하나 그 친숙함을 제외하고 나면 그들과도 이미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을 감지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한국인은 다수 “조선족” 사람들이 자신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실망스러워 한다. 옛날 어렸을 때 어디서 주어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한국에 갔다 온 조선족 노동자들이 중국에 돌아오기만 하면 죄다 한국 욕을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우리가 가난하다고 거지 취급을 받았다" 또는 "친척인데도 불구하고 냉대를 받았다." 등등이다. 그 "알량한" 자존심이 어쩌면 일부 조선족들에게 동일한 민족에 대한 기대와 갈망 보다 자신이 소속된 국가의 정체성으로 마음을 돌린 발단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국에서 받은 이익을 간과 해도 될 만큼.
만일 이것이 진실이라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한 때 중국에 친척이 있는 일부 북한인들도 현지 정부에 신청을 하여 중국에 거주한 조선족 친지를 방문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 조선족 가족분들은 어떤 기분이였을까? “이번엔 또 무었을 해달라고 할까?” “저번에 돈에 신발 서른 켤레에 티비에 냉장고에 원하는 것을 잔뜩 보내줬는데…” 이런 속마음이 민감한 한민족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어렵게 중국을 방분한 북한인들도 다시 북한에 돌아가면 자신을 도와준 조선족 친척에게 고마움보다 한탄스러움을 표출하였을지 도 모른다.
국가적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제외한다면, “한민족”을 이어줄 수 있는 실마리는 혈연, 관습, 언어, 집단적 기억을 제외하고나면 남은 것은 이익 외에 또 뭐가 있을까? 혈연으로 한민족으로 묶기엔 한민족으로 규정될 수 있는 정확한 유전학적 기준과 근거가 필요하다. 관습으로 한민족을 규정하기엔 지역과 시간에 의해 여러 갈래로 변화해온 민족문화의 변천 과정을 단순화 시킨다. 언어로 규정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논쟁의 여지가 따분하다. 마지막 하나로 “집단적 기억”이 남아있다. 나는 조선족 또한 한민족으로부터 영원히 분리될 수 없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집단적 기억“으로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지탱하는 것은 겉보기에 굉장히 아슬아슬하고 취약해 보인다. 기억은 언젠가 옅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유태인처럼 하나의 종교로 단속될 수도 없는 한민족(조선민족) 사람들이 아직도 그 상상의 공동체로부터 서로를 이간질 하면서도 쉽사리 남남이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집단적 기억"의 막강한 힘이 효력을 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집단적 기억란이 무엇인가?
우리가 묵인하고 자신을 산입*시키고자 하는 역사의 줄기가 아닌가?
그럼으로 조선족 또한 자신이 굳게 믿어 온 "우리의 민족성"을 함께 만들어 나아가며 영원히 그 믿음과 기억 속에 존속될 것이다.
단 한명이라도 이러한 "집단적 기억"의 전승에 대한 의지가 남아 있는 한.
* 소속, 귀속 등 단어는 수동적이다. 여기서는 자발적인 귀속의지를 표하기에 보다 주체적인 용어인 '산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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