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날 저녁 썅썅은 여자가 준 소고기로 만포식을 한후 전에없는 무서운 기세로 내게 달려들었다.

“투투 너였지? 내가 모를줄 알어? 네가 그렇게 간악한 방법을 쓸줄 몰랐어!”

“그래서. 약하다고 비웃지 마. 코숏이라고 무시하지도 말고. 아니면 끝까지 너랑 맞서 싸울거야.”

“네가 무슨 힘으로 나랑 싸워 이길건데? 심지어 운명의 신도 내 편인데.”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썅썅에게 깔린 나는 온몸의 힘을 모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벌컥 방문이 열렸고 썅썅이 주춤하는 사이로 나는 그의 몸밑에서 빠져나와 몸을 움츠리고 열려진 방문으로 새여들어갔다.

“투투, 왜 그래? 안에 들어오면 안돼. 너넨 거실에서 자야 해.”

나는 여자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침대로 뛰어올라가 여자에게 몸을 기대고 숨었다. 썅썅이 문에 부딪칠 기세로 달려들어왔고 나는 펄쩍 뛰면서 하악 소리를 냈다.

“썅썅, 왜 아직도 투투 괴롭히냐. 하루 굶고싶어?”

여자가 썅썅을 막았지만 눈에 달이 오른 썅썅은 그대로 여자를 뛰어넘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방바닥까지 내리드리운 창문커튼을 발견했고 몸을 날려 커튼에 발톱을 박은후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자는 억이 막혀하다가 곧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애초에 여자의 힘을 빌려던 내 자신이 우스워지는 순간이였다.

“커튼 망가지겠는 걸…”

커튼에는 내 발톱자리가 났고 여자는 걱정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여자의 걱정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순식간에 위로 톺아올라 창문 제일 꼭대기에 이르자 커튼 가름대에 몸을 실었다.

“투투 너 써커스 하냐.”

여자의 커튼에 대한 걱정은 나에 대한 탄복으로 이어졌고 나는 잠깐 주위를 살피다가 창문곁에 놓인 옷장을 발견했다. 가름대를 앞발로 잡고 나는 옷장을 향해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커튼이 내 몸을 따라 한쪽으로 끌리면서 열리기 시작했고 잠옷차림의 여자는 급히 몸을 일으켜 침대옆의 가디건을 걸쳤다.

“투투…이젠 그만하고 내려와.”

여자가 권고했지만 나는 옷장곁에 다가가자 몸을 빼여 가름대위에서 잠시 평형을 잡은후 그대로 옷장위로 몸을 날렸다. 옷장위에는 흰종이가 한벌 깔려있었고 나는 천정과 거의 붙은 그 공간에서 몸을 늘인후 한결 여유로운 태도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썅썅의 멍해진 눈길이 내 눈안에 들어왔다.

“재간있으면 어디 올라와봐.”

나는 높은 곳에 편하게 앉아 썅썅을 약올리기 시작했다. 부드득 이를 갈던 썅썅은 나처럼 커튼에 발톱을 박고 둬걸음 올라오다가 자기 몸무게를 못이겨 툭 하고 방바닥에 떨어졌다. 여자가 그 모습에 소리내어 웃었고 나는 옷장위에 드러누워 입을 벌리고 길게 하품을 했다.

“안올라올테냐? 아…졸려.”

“재간있으면 어디 한평생 그 위에서 살아봐!”

썅썅이 밑에서 풀쩍풀쩍 뛰면서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나는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잠을 청했다. 썅썅과 나의 본격적인 전쟁이 드디어 막을 올리고 있었다.

……

썅썅은 꼬박 하루밤을 밑에서 내가 내려오길 기다렸지만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옷장위에서 나는 고양이들이 높은 곳을 좋아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수 있었다. 높은 곳은 적들에게 공격받을 위험이 없었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꼭 마치 누구위로 군림하는 것 같았던 것이다. 옛날 우리 고양이 조상이 호랑이에게 다른 재간은 다 배워주면서 유독 나무에 올라가는것만은 배워주지 않았다는 것이 결코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였다. 높은 곳으로 오를수 있는 것이 이렇게 좋은 재간이라는 것을 나도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

바보같은 썅썅은 한참 밑에서 으르렁거리다가 커튼뒤에 몸을 숨기고 드러누웠고 나는 눈을 반쯤 뜨고 커튼밑으로 비죽 나온 썅썅의 수북한 꼬리를 보면서 슬쩍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바로 그때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허기를 전해왔다. 그제서야 나는 어제 저녁을 얼마 먹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삽시에 김빠진 공처럼 되어버렸다. 어렴풋한 새벽빛속에서 썅썅의 꼬리를 내려다보던 나는 고개를 돌려 깊이 잠든 여자의 얼굴을 보자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냥~~~”

나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야옹 하고 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간단히 냥이라는 소리를 내기 좋아했다. 요즘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고양이 줄임말이 바로 냥이기도 했고 또 나처럼 천재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과 똑같은 울음소리를 낸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는 범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내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전등을 켰다. 삽시에 집안이 환해지자 나는 동공을 가늘게 줄였다.

“투투…배고파?”

여자는 짐작했다는 듯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여자의 눈길을 마주한채 비실비실 뒤로 물러섰다.

“냥…”

“썅썅 때문에 그러는구나? 그럼 내가 사료를 집안에 들여다주고 썅썅 거실에 내보내면 되는거지?”

썅썅은 여자의 말에 불만을 표시하느라 꼬리를 홱홱 저었고 그바람에 커튼이 펄럭거렸다. 여자가 썅썅을 커튼뒤에서 끄집어내자 썅썅은 눈살을 잔뜩 찌프리고 질질 끌려나왔다.

“썅썅…넌 나가있어.”

여자는 썅썅을 방문밖으로 내보낸후 사료그릇을 챙겨들고 옷장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물끄러미 여자의 손을 내려다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여자가 알았다는 듯 선한 미소를 지었다.

“물이 없다고 그러는구나? 먹은 다음 물을 갖다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당분간 화장실도 내가 안고 가줄테니.”

나는 그제야 안심을 하고 옷장위에서 내려갈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나서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옷장 높이는 내 키의 15배를 훨씬 초과하는 듯 했다. 만일 이대로 뛰어내린다면 발을 접지르거나 뼈를 다치기라도 해서 앞으로 제대로 걸어다닐수나 있을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우리 고양이들은 아무리 날렵하다 해도 자기 키의 13배를 초과하는 높이는 절대 도전하지 않는 법이다. 내가 주저하자 여자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옷장변두리에 걸쳐진 내 앞발을 불쑥 잡아당겼다.

나는 뒤로 뻗대면서 힘을 주었고 여자는 나를 끌어당기고 있어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 대치하고 있다가 드디여 힘이 약한 내가 아래로 끌려내려가게 되었다. 순간 나는 학 소리를 내면서 여자의 팔에 발톱을 박았고 여자는 움찔하다가 나를 품에 껴안고 천천히 바닥에 내려섰다.

“아침부터 이건 뭐하는거야?”

언제 왔는지 문가에서 여자의 남자친구가 쿡쿡 웃고있었다.

“고양이가 사람을 길들이는 과정이 바로 이런거였구나.항상 늦잠만 자던 네가 이른 아침부터 이러고 있으니.”

여자는 침대에 나를 내려놓았고 남자의 시선은 잠시 여자의 팔에 와 닿았다. 문득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피!”

“아…괜찮아.”

여자가 잠옷 소매를 내려 팔의 상처를 감췄다.

“살짝 긁혔을뿐이야.”

남자는 버럭 언성을 높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남자는 앞으로 다가오더니 여자의 소매를 걷었다. 여자의 팔에 난 상처에는 어느새 점점의 피가 맺혔고 그것을 본 남자의 눈에는 순식간에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나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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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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