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아예 경계선 자체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말을 하게 되어 미안하다. 이는 질문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이 질문 자체가 답을 내놓기에 적절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경계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과 비정상은 낮과 밤의 관계와 비슷하다. 즉 양쪽 모두, 누구나 서로 다르다고 인지하는 두 가지 상태를 의미심장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상태 사이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정확히 낮은 언제 밤이 되는가? 물론 일몰 때로 하자고 결정할 수도 있다. 일몰은 낮과 밤을 구조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시간대이며,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어느 정도 임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낮과 밤을 기반으로 계획을 짜고 낮과 밤을 중심으로 삶의 일정을 잡는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낮이 밤이 되는 순간에 대해 좀처럼 걱정하지 않는다. 황혼이 주는 흐릿함을 편안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데도 이와 똑같은 원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비정상이라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지으려면 신중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편견이 없어야 한다. 인간의 마음에 국한시켜 말하자면, 많은 이들이 정상이라는 개념과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맺었다. 어떤 사람들에게 정상이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방식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정상이라는 개념에는 살면서 부딪치는 도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해 무언가 비판적인 분위기가 암시되어 있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정상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비정상이란 말에서 생경하고 이질적이며 열등한 느낌마저  받는 것이 그 표현이 아닐까 싶다.

*참고자료: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2015), 조던스몰러 지음, 오공훈 옮김, 시공사

*썸네일 사진 by  ssu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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