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는 5~6도, 저녁에는 16~18도, 잠시만 참자 하면서 오후 온도에 맞춰 입고, 옷깃을 여미며 사무실에 거의 도착할 무렵 전화가 울립니다.

– 나

– 어? 왜?

–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라 해서 의무실에 왔는데 지금 데리러 올래요?

(아침에 멀쩡하게 학교에 간 애가 웬일로 의무실에 있다고, 와서 데려가라고 합니다)

– 나 지금 가면 한시간쯤 걸리는데, 학교에서 한시간 기다릴래, 아니면 집에 가서 기다릴래

– 집에 가서 기다릴게요

급히 올라가서 휴가를 내고 집으로 향합니다. 집에 갈 때는 따스할줄 알았는데…에이, 추워.

뭔 일이지? 머리는 왜 어지럽지? 아침에 이상한거 먹은거 없는데… 빈혈인가? 저혈압인가? 편두통인가?

중간쯤 왔을 때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 아이가 어지럽다고 해서 혼자 집에 보낼수 없습니다. 학교로 마중오세요

덜컥합니다. 혼자 집에 갈수 없을 정도라니!

1. 얄밉게도 멀쩡합니다

학교 대문을 나오는 아이를 보니 멀쩡합니다.

– 어지럽대메?

– 지금은 괜찮아요

– 집에 혼자 못간다메?

– 그건 선생님이…

– 그래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  아침자습시간에 갑자기 하늘땅이 핑글핑글 돌아가면서 $$^#@^&##%%

– 어쨌든 집에 가서 푹 쉬자

그런데 멀쩡한 아이를 보니 걱정은 사라지고 화가 스멀스멀 치밉니다.

코로나 기간에는 조금이라도 아픈 증상이 있으면 적어도 사흘 집에서 쉬여야 합니다. 또한 병원에서 진단증명을 받아와야 학교에 다시 갈수 있습니다.

진단증명을 받으려면 어쩔수 없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예약이 쉽지 않은데다가 자칫 다른 환자들로부터 감염될 우려도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안되는 내 휴가를 갉아먹습니다. 올해는 아껴서 겨울에 쓰려 하는데 말입니다.  

2. 개학초 학기말이면 아픕니다

이번주가 개학 4주째입니다. 이제 슬슬 고단해질때가 오긴 왔습니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맞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움츠려 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숙제가 많으면 숙제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보며 킬킬 웃으며 시간을 떼우는거죠.

그 전날, 집에 와서부터 두시간반동안 가방을 열지도 않은채 숙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가 저한테 깨졌습니다. 

– 오늘 숙제 너무 많아

– 그거 인정 못해. 숙제가 많은걸 아는 사람이 두시간반이나 그러고 있었어?

원망하다가 씩씩거리다가 결국 밤늦게까지 숙제를 했다지요.

그런데 그 화가 몸에 배였나봅니다. 아이는 민감해서 몸이 정서에 바로 반응합니다. 게다가 아침 낮은 기온에 얇은 옷을 입고 나갔다지요. 스트레스+추위, 제가 나름대로 진단한 발병원인이였습니다.

3. 참지 못하고 화를 냈습니다

이튿날 아침 병원으로 향합니다. 퍼뜩 끝내고 출근해야지 하면서 말입니다.

혈압도 재보고 피검사도 했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목안이 좀 빨간거 봐서 감기인것 같다고 합니다. 

감기증상은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래도 약을 먹으라고 해서 약을 발급하는 창구에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마침 내 차례가 됐길래 전화를 받으며 다가섰더니 약사가 글쎄 내 약을 옆으로 쓱 치우면서 다른 사람의 약을 먼저 챙기는겁니다. 

– 저게 제 약입니다

– 我看你也不理我,稍等会儿

화가 버럭 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화를 내면 시간만 허비됩니다. 기다렸다가 영수증까지 보여서 겨우 약을 챙겼습니다. 

이젠 집에 보내고 출근해야지 하면서 선생님에게 진단증명을 보내 이 정도면 되냐고 물었더니 핵산증명도 있어야 한답니다. 

아니, 지난 학기에는 진단증명만 요구했는데, 피검사에 코로나 검사결과가 포함된걸로 기억하고…

다시 헤맵니다. 핵산증명은 이 병원 어디서 해야 한답니까. 의사한테 핵산검사요구서를 받고, 1층 비용수취 창구에서 영수증을 받아 3층 화험과에 가서 등록한 후 병원 문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어느 누가 한꺼번에 알려주지 않습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걷는 식입니다. 

내 휴가… 반나절이 더 소모되였습니다

그 화는 아이에게 풀게 돼있습니다. 

– 너, 웬만하면 의무실 가지마! 의무실 가면 집에 와야 하고, 병원 와야 하고. 여기 환자들 오글오글해서 멀쩡하던 사람도 아프겠다야 

– 정말로 어지러워서 

– 너 이제부터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짓만 해. 아이패드 보다가 늦게까지 못자니까 수면부족에 아픈거 아니야! 그 결과는 뭐야, 우리가 같이 감당하고 있잖아. 으이, 화나죽겠네

4. 아이가 잠시 달라졌습니다 

오후에 근무하고 칼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아이가 한시름 놓습니다. 늦게 올수도 있다고 했더니 걱정했나봅니다. 

그 사이에 빨래도 하고  악기도 련습하고 유일하게 메고온 교과서인 어문 교과서를 봤다고 조심스레 자랑합니다. 

– 어머 웬일

–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또 엄마한테 야단 맞을가바

그럼 그렇지. 솔직하기도 합니다.

– 내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니가 아픈건 고단해서인것 같아. 잠이 모지라. 그래서말인데 아마도 나한테 쓰는 방법을 네게 써야겠어

아이가 내 입을 막습니다. 

– 일단 들어봐. 세가지야.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기. 쓰레기음식 먹지 말고, 일찍 자고, 매일 운동하는거야. 그 중에 지금은 일찍 자는게 제일 어려운 같은데 이거부터 애쓰자

끄덕입니다. 

그리고 9시반쯤 자리에 누웠습니다.

5. 아이가 선수를 칩니다

세번째 날, 끝내 곧 학교에 보낼수 있게 됩니다.

– 너, 그 핵산증명을 프린트해라

– 사진도 같이요? 이거 프린트하면 이상할거 같은데. 내 사진이 희미하고 게다가 흑백으로 나오면… 

– 병원에서 전자파일 안줘. 그냥 그걸로 프린트 해

– 아무래도 이상한데… 감이 안좋아. 그냥 샘에게 휴대폰으로 보내면 안되나

어휴…. 

근무시간 끝났는데, 선생님에게…

또 화가 치밉니다. 

– 너 운동 먼저 할래, 악기 먼저 할래

– …… 졸리는데

– 지금 8시인데???

아니, 잘 자자고, 일찍 자자고는 했지만…

– 그래, 잘 자라…

내가 너를 어찌 이기냐. 

사흘 쉬고 다시 학교 가는 날, 겨울이 다시 돌아온듯 날이 춥습니다. 

– 오늘 제일 따뜻한 옷으로 입어

– 입긴 입었는데 정말 그렇게 추운가. 뚱뚱하고  불편한데…

배짱을 쓰고 안입을 용기는 없지만 내키지는 않는, 보살핌을 필요로 하면서도 한편 떨쳐내고 싶은 아이. 

상관 안하고 싶지만 방치하면 그 결과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어미. 

균형은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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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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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목 뒤에 – 2가 붙어서 혹시나 해서 찾아보았는데, 2019년 11월에 첫번째 편인 “사춘기와 춤을 1″이 있었네요. 그것도 지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왔습니다. 아… 부모가 된지 아직 16개월밖에 안되였지만, 이제 이런 사춘기를 함께 겪는다는걸 생각해보니, 저 자신의 사춘기 시절도 생각나고, 부모님들이 그때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나고… 이것이 인생이네요. 하하. 부동한 컨셉으로 적어도 여전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육아와 연관된 글, 더 기대합니다. 잘 보고 배워야 겠습니다.

    1. 간격이 길것 같아서, 그리고 2편 없이 사춘기를 마무리하고도 싶어서, 시리즈로 묶어주신다고 할때 잠시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 드렸는데 결국 2편이 나왔습니다.

      16개월이면, 아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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