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샘부터 내린 폭설덕에 난 오늘 월요병을 자연스럽게 자연의 탓으로 돌릴수 있는 적당한 핑게거리가 생겼다. 엘사가 왔다갔나, 차곡차곡 쌓인 몇십센치 눈은 온 세상을 고요함속에 빨아들인 블랙홀마냥 2월의 첫 대작을 보란듯이 우리에게 뙇! 선사했다.

사진속엔 잘 보이지 않는, 흩날리는 눈보라와 하염없이 내리는 눈송이

베이징에 살았던 시절엔 이런 함박눈이 정말 꿈속에서라도 그리울 지경이었는데, 여긴 하우스 주변의 모든 눈을 혼자 치워야 하니,  한번 폭설이 오면 그걸 치우는 것도 결코 어지간히 쉬운일은 아니었다. 비록 내가 치우는 건 아니지만, 어쨋든 힘든건 힘든거라는 점에서.

난 미국 온 두번째 해부터 (2018년쯤) 이런 광경이 썩 반갑거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눈 내리는 광경은 더없이 낭만적인데 치우는 일 또한 퍼그나 만만치 않았기에 ㅋㅋㅋ 그래도 오늘은 anyway, 월요일 치곤 따뜻한 아침집밥 식사 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랑 함께 재택근무를 누릴수  있다는 게 신났고,  간만에 여유롭게 글 쓸 시간도 넉넉히 생겨서 행복한 건 사실이다. 

이렇게 한가로이 출근안해서 좋다고, 집에서 방방 뛰는 시간에,  로컬은 수북이 쌓인 눈땜에 차도 겨우 앞으로 나가건만!  이 악렬한 날씨에도 우리 사장님은 어김없이 출근을 하시고 바삐 할 일을 마무리 하시는 걸 보고, 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위기의식과 한결같음과 악바리근성에 감탄하며 부자들이 더 빡세게 살아감을 종종 피부로 느낀다. 궁전같은 하우스에 살면서도 돈 버는 일엔 언제나 전혀 게을르지 않는 사람들은 성공할 수 밖에 없긴 하지… 

인생은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오직 나만의 스탭으로 자기 길을 가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어쩔수 없이 자꾸 주위를 의식하게 되고 오늘도 그속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며, 내 가치가 없진 않을텐데 허무해지는 순간적인 느낌은 또 무시할 수 없고, 뭐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자극적인 생각들이 또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어쩌면 앞으로 발전할수 있는 동력이 될수도 있으니!  라고 되뇌이면서 이러저러한 생각과 잡념과 혼동의 의문점들이 질서없이 오가는 와중에, 난 우연히 며칠전 쓴 지난 글에 남겨진 두개의 댓글을 보게 되었다. 

댓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소소한 내 글에 남겨진 긴 장문의 댓글, 그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맘에 와닿았고 공감이 되었으며, 읽어가는 과정에 진짜 내 글을 열심히 읽어줬구나 하는 감동까지… 그리고, 일상이 제일 리얼한 소설이고 드라마라는 명언같은 저 한구절은 또 무엇!!!… 언뜻언뜻 화이팅이라는 저 신박한 단어조합과  분명히 느껴지는 확실한 응원… 

저분들이 어떤 마음에서 남긴 댓글인진  몰루겠으나…무심코 남긴거일수도 있고, 진심으로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남긴거일수도 있고, 아님 마침 시간이 나서 몇글자 적었을수도 있겠지만… 그 찰나의 나에겐 큰 힘이었고 조그마한 우울함도 말끔히 사라지는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라 난 옛날부터 이런 피드백에서 많은 희망을 사랑을 응원을 지지를 느낀 사람중 한명이다. 심지어, 고딩시절 SNS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도,  매달 월고(月考)같은 시험을 치르고 모범작문같은거로 글이 종종 실리면  누군가의 <이 작문 참 잘 썻다>라는 말 한마디에도 모른척 했지만 행복감을 많이 느꼇던 사람이다. 

그게 아직도 내가 글쓰기를 밥 빌어먹고 사는 수단이 아닌, 그저 가장 평범한 취미로써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갈수 있는 근본적인 힘의 원천이 아니었나 싶다. 

가끔은, 난 내 취미가 글쓰기란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내 취미가 배구 였다면 이 취미를 완성하는덴 열두명이 필요했을테고, 골프나 태니스 같은거여도 적어서 두명은 필요했을것이다. 그저 조용히 그림이나 그리고 미술관이나 다니고 소소히 독서나 글쓰기를 하고, 이런 혼자서도 가히 가능한 취미를 소유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속에서도 늘 얼굴도 한번도 못보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딱히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고 소통해주는게 마치 한사람이 음악이나 영화를 만들어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속에서 치유받고 울고 웃고 하는거랑 비슷한 일일지도 않을가 하는 생각에 염치없이  뿌듯하기까지 할 때가 있다. 

대학교에 다닐 때 한 친구가 <너의 글에서 늘 위로를 받는다. 슬플 때마다 니 글을 찾아 읽곤 한다.>는 말에 그렇게 잘나가고 유명한 대학에 다니는 사람도 맘속 고통을 딱히 털어놓을 곳을 글에서 찾을수도, 그것도 유명한 작가도 아닌 일개 평범한 한 개인의 글에서 찾는구나 하는 생각에, 글 쓴 내가 되려 큰 위로를 받은 사건이 두루 서너개 있다. 서로 감사한 일이다. 

마음이 힘들 때 떠올릴 소중한 추억이 있다는 것, 바쁜 하루에도 꿈 꿀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소소한 내 글에 늘 누군가의 댓글로 큰 위로를 받을수 있다는 것…이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아름답게 포장되어 보여지는 삶이 아닌 각자의 버티는 삶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작용을 한다. 

참혹한 경쟁을 거쳐 대학교에 들어가더라도, 또 출근해서부터 열심히 달려온 직장생활에서 수년간 분투했더라도, 미래는 그 노력에 비해 조금도 보장되지 않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인생의 그 어떤 위기를 극복하고 혹시 모를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청해야 하는 것은 오직 성공담만이 아니라… 가끔은 소소하고 .. 또 어쩌면 굴복하고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가 될수도 있다는 사실…그게 더 긍정적이고 인간미가 넘치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생의 고속도로를 정신없이 막 달리다보면, 누구든 한번은 반드시 터널을 지난다. 들어서는 순간,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지나고보면 그저 찰나에 불과하다. 이 긁을 읽고 있는 그 누군가도 어떤 고민때문에 좌절을 앞두고 있다면, 미약한 한줄기 빛에 의지하여 터널을 뚫고 나오길 바란다. 우리를 위한 휴계소는 그곳에 있을거라 확신한다. 

눈이 내린다,  밤의 끝이 하얘졌다…

눈이 내린다, 희망이 내린다… 

이 글을 공유하기:

여니

글로 내 생각과 내 마음을 표현할수 있는건 굉장히 행복한 일입니다.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35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

  1. ‘가끔은, 난 내 취미가 글쓰기란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내 취미가 배구 였다면 이 취미를 완성하는덴 열두명이 필요했을테고, 골프나 태니스 같은거여도 적어서 두명은 필요했을것이다.’ 너무 공감되는 말입니다. 무릎을 쳤어요. 읽다보면 작가님 글에선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거친 풀 말고 물방울 살짝 머금은듯한 싱그럽고 포근한 향이랄까요. 작가님 말마따나 저도 터널을 잘 뚫고 나가서 휴게소를 찾을 수 있길 바라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