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치다, 이게 형편없는 정치다”
호망
일년 중 유일하게 꼭 챙겨서 틀어보는 조선족 텔레비죤 프로그램이 음력설문예야회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조선족방송은 차차 나의 선택 클릭 단추에서 지워져 버렸다. 이순을 넘은 나의 어머님도 스마트폰을 장만한 이후로는 TV는 골동 장식품으로 벽에 걸려 먼지와 동무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가 새로이 탄생한 원인도 있겠지만 우리들의 창작물이 소비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 주된 원인이라 생각한다.
주위의 지인들로부터 음력설야회가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평을 자주 듣게 된다. 심지어 “못 봤지만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분도 계셨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매 프로에 대해 면밀하게 평가할 수 없는 노릇, 때문에 일개 시청자로서 생각되는 바를 두루뭉술하게 횡설수설해보는 것이 제격인 것 같다.
솔직히 올해 음력설야회의 감상평을 쓰라는 청탁을 받은 후, 순간적으로 “바로 이것이로다” 하면서 무릎을 탁 치며 이야기하고 싶은 화두가 떠오르지 않았다. 착실한 태도로 원고 청탁에 임하기 위해 다시보기를 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작위적으로 색깔을 덧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욱 객관적인 평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다시보기 단추는 누르지 않은 채 타자를 시작했다.
김정권, 최인호 작; 리동철 연출; 최인호 김정자 출연으로 무대에 오른 옛날 소품 <첫날이불>의 대사가 인상깊다.
“이게 정치다, 이게 형편없는 정치다”
음력설문예야회 프로를 보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기쁨으로 웃고 감격으로 우는 것, “이게 정치다, 형편없는 기본 정치다.”
연변TV, 연길TV 두 방송사의 음력설야회 통틀어서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연기자들의 일화를 소재로 한 소품이다. 희극인들의 연기생활을 각색하여 무대에 올린 것이 수용자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는 것이 가장 큰 ‘정치’인 음력설야회 무대에는 우리 생활의 진실한 모습들을 노래하고 표현하는 것이 기본 정치이다. 그렇다고 기타의 프로들이 거짓이란 말은 아니지만 참으로 어색했던 부분들이 전혀 없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무대'와 '관객' 간의 공감대가 중요한 것 같다. 즉 '표현'과 '현실'의 매치.
위에서 언급한 소품에서 자막으로 나온 허동활 옹의 “인생이 녹아 연극이 되고… 연극이 녹아 인생이 되고…”라는 말씀이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진실된 정치에 입각한 작품은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겠지만 허황한 정치로 각색된 표현은 냉소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조선족들 중에는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재간둥이들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인재들이 능력껏 끼를 발휘하게끔 자유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풍토가 중요한 것 같다. 능력 있는 문화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알짜배기'를 위해 '형편없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기본 정치'다.
그러나 두루 살펴 보면 창의적인 끼와 재능을 장착한 사람들이 함부로 '무시'되고 속박 받고 심지어 배척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짙다. 절대적이지 않지만 나의 주변에는 유사한 원인으로 말미암아 고향을 떠난 분들 여럿 있다.
<첫날이불> 시절에는 TV에 한 번만 나와도 인기스타로 대접받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적인 관영매체보다 밤무대나 행사,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소통과 표현의 무대가 마련돼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러니 요즘 조선족 사회에서는 TV에 나온 모모보다는 왕훙(网红)이 더욱 인기가 높다.
세상은 변하는데… 근래에 음력설야회를 볼 때마다 시청자로서 느끼는 말 못할 답답함이나 갑갑함은 시대역행증후군 아닌가 싶다.
음력설야회를 비롯하여 조선족들에게 더욱 많은 볼거리, 들을거리, 읽을거리 등등 많은 '-거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형편없는 기본정치”를 신명나게 '답새겨'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연변축구를 소재로 한 프로가 올해 음력설야회 무대에 오르길 내심 기대했었다.
나라적인 큰 정치에서 굽어보면 올해는 전면적으로 초요사회의 실현을 이룩하는 결승의 한 해이고 역사적인 한 해이다. 더불어 우리들의 문화생활도 초요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억세게 분투하고 드팀없는 개척과 실천으로 격동적인 승리의 격변기, 도약기,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해야 한다. 억척불변의 드높은 의지로 우리 앞에 놓인 중중첩첩 겹쌓인 가혹한 시련과 난관을 박차고 강대한 문화의 힘을 기르면서 비상할 수 있기를…
형편없는 정치를 형편없이 답새기는 형편없는 시대에서는 형편없는 기본 정치가 형편없이 된다.
2020년 2월 1일
<시선> 2020-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