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의 기억 시리즈는 그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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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뭘 먹긴 해야겠으나 챙겨먹기가 귀찮던차에 냉동실을 지키고 있는 토스트가 생각났다. 꺼내 후라이팬에 올리고 가스불을 켠다. 삼십초 후 뒤집고 바삭해지면 접시에 담는다. 커피와함께 먹는다. 어른들 말씀처럼 “한때를 에때우는”데 성공했다.

원래부터 먹는것에 관심없었던 건 아니었으나 결혼을 하고 하루에 적어도 두 끼는 내 손으로 만들어 먹게 된 이후로 먹는 것은 곧 음식을 만드는 것과 연결되었고 그리하여 어떤날에는 귀찮은 일이 되었다. 어른이 되면 입이 짧아진다더니 맞는 말이다. 

스스로 자의식이 없을 때의 영유아기에 우리는 뭐든 입에 넣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아이는 새로운 음식을 맛볼 때마다 신기함에 양미간을 좁히거나 때론 눈을 반짝인다. 화분의 흙, 예쁜 꽃, 향긋한 화장품, 심지어 집안에 굴러다니는 정체불명의 약마저 아이들에겐 혀끝의 탐구대상이다. 매일 먹고싶을 정도로 예쁜 색상의 회충약은 가히 예술이었다.

어릴때 나는 무엇을 먹었는가. 먹는게 중요했던 유년시절의 맛의 기억들이 몇개 있다. 그 모든것을 가상의 하루에 담아 엮어본다. 여기서 나는 80년대 후반 연길의 어느 평범한 가정의 일곱살짜리다.

잠결에 무언가가 나를 간지럽히기에 눈을 떠보니 우리집 고양이다. 새날이 밝았다. 밥냄새가 나고 반찬은 감자채볶음일 것으로 추정한다. 대충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다. 여름이라서 밥을 물에 말아먹으면 더 맛있다.  

어제 저녁무렵에 몇 줄 건너 동네에서 놀 때 뻥튀기아저씨를 보았다. 뻥튀기를 사고 싶었는데 여섯살짜리가 주머니에 돈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 돈을 가지러 가기에는 노는게 더 중요했다. 내일도 오는지 물어보니 내일은 우리 골목 옆에 온단다. 확실히 오는거 맞냐고 거듭 확인까지 했다.

그래서 오전에 오분에 한번씩 대문앞에 나가본다. 나가보지 않아도 펑~하는 뻥튀기소리가 들릴텐데 그래도 나가본다. 저기 바닥에 놓여있는 긴 검은 물체가 뻥튀기자루인것 같고 옥수수향도 나는걸 봐선 희망적이다. 가까이 가보니 과연 뻥튀기아저씨가 와있다. 곧 집집마다에서 아이들이 뛰어나오고 조무래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뻥튀기 아저씨는 마치공연이라도 하듯이 신명나게 핸들을 돌린다. 핸들이 돌아갈때는 꼭 가까이 서있다가 거의 터질때는 귀를 막고 도망가는건 어떤 놀이 못지않게 재미가 있다. 뻥튀기맛은 그 다음이다. 

网络图片

금방 뻥튀기를 집에 갖다 놓았는데 저기서 빵장수자전거가 온다. 빵을 사고싶은데 집에 아무도 없다. 그때 빵은 밀가루로 바꿀수 있었고 어른이 집에 없으니 나는 식장에서 밀가루가 담긴 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엎지르면 빵이고 뭐고 야단맞는건 따놓은 당상이다. 저금통에 돈이 있지만 돈으로도 되는지는 확실치 않고 물어보려고 해도 나는 한족말을 할줄 모른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사이에 빵장수아저씨는 우리 집앞을 지나가고 나는 아쉬운 눈길로 빵이 들어있는 박스를 바라본다. 동그랗고 부드럽고 두터운데다가 겉면부터 살살 발라지는 빵맛이 기억속에 재현되지만 오늘은 뻥튀기로 만족하기로 한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뭔가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할 일을 하고 싶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우유가루가 든 완달산봉투가 눈에 보였다. 저번주에 동생이랑 둘이서 맨가루를 먹고 설사를 했던 기억이 났다. 오늘은 동생이 외할머니댁에 보내져서 같이 먹는 재미는 없겠으나 그래도 한숟가락만 먹고 나중에 동생한테 자랑해야겠다.  숟가락을 꺼내 노란끼를 띤 뽀얗고 소중한 가루를 조금 떠서 입안에 넣는다. 달콤한 그 맛이 넘기기가 아쉽다. 그래서 한 숟가락 더 먹는다. 몇숟가락을 먹었던가. 맨가루를 퍼먹어 목이 메어올 즈음 정신이 돌아오고 봉투안의 우유가 너무 티나게 꺼진것 같다. 봉투를 톡톡 치고 가능한 먹지 않은 것처럼 설정을 하고 다시 원래 자리에 놓는다. 

점심때가 되어 빨래하러 갔던 할머니가 돌아오셨다. 점심은 아침과 마찬가지로 밥에 감자채다. 이미 뻥튀기에 우유가루를 먹은 뒤라 감자채에 별로 감흥은 없었지만,  자칫하다간 우유가루 먹은게 들통이 나니까 밥을 조금은 먹어야 한다. 

오후엔 딱친구 란이와 놀기로 해서 란이네 집에 갔다. 란이 아버지는 늘 우리가 놀고픈대로 놀게 하고 가끔은 놀이를 만들어 주기도 하신다. 저번주에는 란이네 집 커다란 마당에서 수도관으로 물을 빼 마당에서 물놀이를 했다. 물놀이하던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옆동네의 란이네 집에 도착했다. 마당에서 란이와 집찾기 놀이를 하는데 “삥~~~궐(冰棍, 얼음과자)~~~”하는 아주 미세한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온다. 다른건 못들어도 이 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듣는다. 집에 들어가 란이 저금통을 털어 10전을 만든 우리는 대문밖에 나와 열심히 삥궐장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뛴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저기 삥궐 파는 아주머니가 삼륜차 페달을 밟으며 가고 있다. 우리는 하나같이 덩이샤(等一下, 기다려요)를 외치며 뛰어가 10전을 내민다. 겹겹이 덮인 이불포대기가 열리고 마침내 하얀 삥궐이 찬 기운을 뿜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머니한테서 삥궐을 건네 받자마자 입안에 넣는다. 둘다 아까워서 조금씩 먹다가 삥궐이 녹기 시작하고 얼음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밑부분을 핥아가며 알뜰하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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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에 보니 옆집아이가 계란국에 밥을 말아놓은 밥그릇을 들고 엄마 구두를 신고 대문 옆에 앉아서 먹고 있다. 그옆에 나란히 옆집 아이의 단짝도 손에 무언가를 들고 먹고 있다. 여름 저녁이면 동네아이들은 곧잘 밖에 나와 밥을 먹는다.

늦은게 아닌지 걱정하며 나는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다. 어른들은 다들 집에 와있고 저녁 밥상이 차려지는 중이다. 아까 먹은 삥궐때문에 탈이 난 건지 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낮에 뭘 먹은거냐고 엄마가 물으신다. 삥궐을 먹었다고 말하는 순간 오전에 몰래 먹은 우유가루도 생각났다. 지은 죄가 있으니 더 말하다간 들킬가봐 조용히 배만 붙잡고 누워서 저녁은 안먹겠다고 하다가 초저녁부터 쪽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어둑한 가운데 눈이 떠진 나는 이것이 저녁인지 새벽인지 헷갈렸다. 어른들이 티비를 보고 있는걸 보니 저녁인가보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여덟시다. 배고프다고 말하니 밥이 없단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밥이 없어도 방법은 있고 반찬이 없으면 대안은 더 많았다. 옆집에 가서 얻어온 밥을 물에 말고 거기에 간장을 조금 풀어주면 간단한 야식으로 그저 그만이다.

간장밥 그릇이 비워지면서 먹는 것과 노는 게 전부인 어떤 아이의 긴 하루가 저물어 간다. 내일은 빵장수가 올까 모르겠다.

[2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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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기억속의 삥골장수는 자전거 뒤 박스를 항상 솜이불 같은거로 싸고 다녔는데, 어릴때는 저러면 더워서 더 빨리 녹지 않나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시절 그 삥골은 뭐로 냉동을 했었는지 모르겠네요, 드라이아이스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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