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6월 30일. 2022년도 벌써 절반이다. 실화냐. 

내가 머무르는 이 곳 교토에서는 이 날이면 '미나즈키'(水無月)라고 하는 떡을 먹는다. 찹쌀가루로 만든 반투명한 흰색 떡 위에 단팥을 으깨지 않은 채로 한 벌 올려, 샌드위치처럼 세모로 자른 떡이다. 

떡가게 ふたば의 미나즈키 안내판

교토가 발상지인 미나즈키 떡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에는 수도라 귀족들이 많았던 이 곳은 여름이면 찜통더위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음력 6월 1일이면 서북 시교의 빙실(氷室)에서 얼음을 가져다가 입에 물고 더위를 물리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서울에도 서빙고[西氷庫] 역이 있었던가). 다만 한여름의 얼음은 사치품이었던 만큼 서민들은 쉽게 구할 수 없었다. 하여 찹쌀가루로 반투명하게 떡을 빚어 얼음 모양을 내고 그 위에 액운을 물리치는 붉은 색의 팥을 올린게 미나즈키의 기원이 되었다. 세모로 자르는건 얼음을 까면 생기는 조각난 꼴을 본딴 것이라 한다. 

음력 6월은 장마가 지나고 한창 더울 때. 그래서 물이 없이 가무는 계절이라 水無月로 불리고, 그게 떡의 이름이 되었다. 요즘은 양력이니 한 해의 절반이자 한창 더운 6월 30일에 미나즈키 떡을 먹는 것이 현대 교토의 풍물시로 자리잡은 것이다. 

얼음이든 찹쌀이든 팥이든, 어떤 공동체가 같은 날 같은 행위를 하기로 관습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특히 세시기(歲時記)로 지켜지는 것들은 철 따라 나는 자연과 농산물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지금 말하는 養生이나 웰빙의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가 어릴 때 한여름에 오히려 닭밥을 해먹었던 것이나, 지금은 한국의 영향으로 복철에는 삼계탕을 먹기도 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어머니가 일본에 와서 해줬던 닭밥

물론 이제 더이상은 철에 막힘 없이 일년 사시장철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게 마트에 가득하고, 고기붙이가 그립지 않고 오히려 유기농 야채를 사먹기도 하는 우리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반자연적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미나즈키의 유래를 알고 나서, 떡을 사먹기보다 그 '사치했던' 얼음을 가득 담아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는게 더 쉬워진 나와 같은 현대인들. 다만 이제 그 얼음은 철과 관계없이 매일 아침 마실 수 있는 냉커피가 되어, 마실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이 고맙지가 않고 몸도 거기에 특별하게 반응하지는 않을거라는 사실. 그게 조금은 씁쓸할 때가 있을 뿐이다. 

이 땅의 온도와 습도와 철에 따른 소산과 풍경을 벗 삼아 살던, 그런 삶이 지혜가 되어 세시풍속이란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오지만, 이제는 그 실제적인 효용보다 상징적인 행위가 되어버렸다. 상징적 행위라도 이렇게 이국에서 사는 몸은, 그런 행위로 나마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속한다고 믿고 있는 공동체와 연결되는 끈으로써 부여잡을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섬나라에서 단오에 쭝즈(粽子)를 먹는다고 모멘트에 올렸다가, 추석에는 귀밝이술 한 잔 마시기도 했다가, 설날에는 애를 데리고 강변에서 연을 날렸다가 하는 것이 아닌가. 

자연의 리듬엔는 이제 조금씩 둔감해지는 대신,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새로운 제도적 '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조선족으로 산다는 것은, 대학교 시절에는 방학 때에 2천 킬로를 달려 북으로 고향으로 기차를 타는 철이기도 했고, 취직해서 일년에 두세번 있는 연휴는 인파가 있음을 번연히 알면서도 휴가여행에 등떠밀리는 철이기도 했고, 결혼해서는 설이 되면 부모님이 계시는 한국을 방문하는 철이기도 했고, 가문에 누가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는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던 일가친척들이 어쩌다 고향에 다 모이는 철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그런 인간의 틀과 인위적인 '철' 역시도 다시 자연 앞에 무릎 꿇은 듯이 보이는 요즘 세월. 바이러스로 모든 이동이 끊기다시피 한 지년 몇 년은, 부단히 이동하면서 살아 왔던 사람들에게는 자연도 공동체도 모두 엇박으로 주정뱅이 걸음을 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도 이상해지고, 아이스커피도 맛이 없고, 귀향은 아득한, 이 가물어만 가는 6월 30일이여. 

<교토에서 찾아가는 로망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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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북에서 남으로, 서에서 동으로 돌다가 고전과 씨름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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