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무 위챗그룹에 못 읽은 메세지가 2천개 정도 쌓였을 때는 그래도 거슬러 올라가 열심히 다 읽었다. 하지만 최근에 들리지 못하다 어느순간 못 읽은 메세지 숫자가 3만개이상 쌓이자 다 읽는 것은 시간적으로 무리였다. 결국 모든 메세지를 다 읽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생각나는 순간에 들어가서 읽을 수 있는 부분만 읽었고 그랬더니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다.

이틀전 자그마한 수술을 거치고 치유를 위해 명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명상도 누군가의 음성 인도에 따라 하게 되다보니 역시 자신의 가장 근본적인 마음의 깊숙한 곳까지는 손이 닫지 못하는 느낌이다. 결국 세번째 날인 오늘 아침, 듣던 명상을 중지하고, 대신 평시에 듣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있어 글쓰기는 마음을 비우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글쓰기는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내 마음도 구하고 내 영혼도 구하고 나의 몸도 구하기 위한, 내 영혼 깊숙한 곳까지 밝은 빛으로 비추어 관찰하고 발견하고 치유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자아구원을 위한 시도였다.

사람이란 생명중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욕망에 끌리어 열심히 달려가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나 역시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의사선생의 충고와 입원통지로 모든 것들이 일시중지되는 순간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욕망은 우리로 하여금 끓임없는 경쟁과 항상 부족하다는 환상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미 주어진것에 대한 풍요로움을 잊고, 항상 옆에 동반하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에 대한 감사를 잊고, 욕심의 노예가 되어 점점 자신의 마음마저도 잃어가게 되는 것 같다.

욕심을 비우는 순간, 마음이 자유로와 지고, 주변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에 눈이 열리고, 이때까지 같지 않은 인생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한발작 내디디까지 얼마나 큰 각오가 필요한지 새삼스레 느껴본다.

세상을 바꾸어 나를 편하게 하는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어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고, 욕심을 성취함으로 나와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 희노애락 체험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음으로 모든 순간에 행복을 느낄수 있는 지혜를 나누기 위한 방법중의 하나가 글쓰기 인것 같다.

글은 생각과 마음의 보이지 않던 파동이 문자로 응고되어 보이고 전달할 수 있는 형태인것 같다. 마치 공룡의 화석을 분석하는 것 처럼,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뭔가를 전달하기 위해 남긴 흔적을, 누군가는 그것을 발견하고 문자와 쉼표사이에서 그 글쓴이의 마음을 읽고 에네르기의 파동에 공감하며, 영혼에 영양이 되는 부분을 자신의 인생체험속에 흡수시켜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무 위챗그룹에 채 읽지 못한 3만여개의 메세지(지금도 점점 쌓이고 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 하나하나 읽을 시간은 있을 것 같지 않지만, 한때 얼마나 견지할 수 있을가 근심되던 우리나무가 건실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기쁘기만 하다.

오랜만에 올라와 나도 자그마한 나무 한그루 심어본다. 누가 읽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 영혼을 담은 글이기에, 자체로도 생명을 가지고 필요한 분들의 마음에 찾아가 영양이 될거라고 믿는다. 수많은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그 숲으로 인하여 더 많은 새들이 찾아드는 활기넘치는 우리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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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영혼의 흔적입니다. 문장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공감하는 영혼들과 감명을 나누며,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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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새 글을 쓰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자고로 음악 다루는 사람은 음악 듣는 사람을 위해 다룬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글 쓰는 것과 글 읽는 것은 짝이 있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무에 글 올리면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준다는 것에 크나큰 힘을 얻고 자꾸 글 올리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1. 오랜만입니다.
      좋은 공간을 마련해주셔서 항상 그 혜택을 받으면서 감사하다는 말 하지 못한 회원입니다.
      우리나무가 흥성흥성 해 지는 것이 너무나 즐겁고 기쁩니다.
      이렇게 깊은 공감을 해주셔서, 앞으로는 더 큰 기쁨으로 글들을 많이 써야 겠습니다.
      글속에서 많이 배우기는 서로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저도 여기에 들어오면 자신에게 영양이 되는 문장들속에서 에너지를 듬뿍 흡수하고 같답니다.
      오늘도 신나는 하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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