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18년에 작성하였습니다. 원문은 페이스북과 위챗 공식 개인 채널에 기재 되었고,  송구스럽지만 우리나무 커뮤니케이션에 늦게나마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때론 저를 '아티스트'로 자칭하곤 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아티스트'여서가 아니라, '아티스트'라는 용어가 가져다 주는 신분의 모호함과 사회적 기능의 불확실성 때문에 입니다.  

   웃습게도 아티스트로 자칭하고 떠들어 다니다 보니, 왠지 모르게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아티스트적 삶의 자유롭고, 낭만적이며, 우아한 이면에는 항상 고독하고,  침울하며, 투쟁적인 본질이 깔려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궁국적인 사유는 자기 반성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매사에 민감한 촉수을 세우며 현상들을 자신의 몸으로 흡수하고 그것을 예술 이라는 언어로 '변역'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 또한 이런 맥락에서,  한국에서 유학 2년 차 때에  '조선족' 이라고 부르는 공동체에 대한 사색의 조각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조선족으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소수민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 또한 북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너그럽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동안 이주민과 노동자의 삶에 대해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공동체에 대한 사색을 기피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조선족에 대해 그 어떤 해명의 시도도, 침묵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세계와 어울리는 법을 그토록 빨리 익히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건방진 자만과 과다한 겸손을 똑똑히 쳐다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뼈절인 아픔과 우울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고, 북조선과 한국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도 흔히 생겨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스스로에게 혹독한 비판과 지속적인 반성을 시행 하는 삶을 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목적과 상관 없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 더 무관심 했을 것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민족주의의 위험성과 필연성에 대해 그토록 민감하지 않았을 것이고, 굳건한 집단 인식 속에 사로 잡혔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차이를 마주할 때 관심에 앞서 섣부르게 차별이라는 선을 긋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나 자신을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만일 내가 조선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이토록 많은 진귀한 깨달음을 놓치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런 나를,

조선족으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2.09

    한국에서 '조선족'에 관한 논의는 매우 민감하고 그 갈등의 뿌리도 깊습니다. 저는 이러한 장벽에서 어떻게 하면 양쪽의 이해와 화해에 조금이나마 기여 할 수 있을 까 고뇌를 하며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퍼포먼스 작업과 전시 포럼,  각종 프로젝트를 참여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고질의 근원을 해결할 방법이 바로 자기 반성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조선족 편" 시리즈에서는 추후에도 이러한 자기반성의 글씨들을 공유하도록 할 것입니다. 댓글에 여러분들의 생각을 함께 공유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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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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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어릴때 세상 다 똑같은 줄 알았습니다. 크고 보니 60억 인구 중에 아주 작은 퍼센트를 차지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이세상에 태어나서 소수로 살아보는것도 좋은것 같습니다. 더 많은 공감 능력을 가지고, 더 넓은 시야도 가질 수 있고, 좋은것 같습니다. 하핫 2화가 어떤 내용일지 기대됩니다

    1. 네, 그래서 마음가짐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때론 ‘소수’라서 ‘다수’ 를 갈망 할 때도 있겠지만, 반대로 ‘소수’라서 ‘다수’의 삶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 다시 만나 뵐께요!

  2. 조선족으로 태어난것에 자호감을 느끼고, 줄어드는 조선족 인구때문에 가끔 걱정하고 있는 일인입니다. 조선족 자치주인 연변에 젊은 층들이 자리잡고 일할수 있는 혈기왕성한 젊은 기업들이 생겨서, 인구가 다시 증가하면서 우리가 어린 시절 연변에서 보냈던,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던 그런 광경이 다시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조선족 인구가 오리지널 장소에서 계속 그 대를 이어나가면서 자리를 지키고 경제적으로도 파워가 있어야 우리의 자아반성도, 세상을 향해 던지는 우리의 메시지도 의미가 있고 계속 전해져 내려갈수 잇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소리소문 없이 이 세상에서 우리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저도 아래와 같은 글을 쓴적이 있는데 시간나면 읽어보고, 소통하기쇼 ㅋㅋ

    조선족 = 중국사람 + 조선민족(한민족) https://wulinamu.com/xinwen/3893/

    2012 런던 올림픽 로고를 기억하십니까 https://wulinamu.com/xinwen/6305/

    1. 링크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댓글까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기록’ 에 관한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중요하고 우리나무 플랫폼이 궁극적으로 해내고 있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더라도, 또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더라도 이렇게 통쾌하고 진정성 있는 글,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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