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대학 다니는 조카가….'

푸핫!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더 황당했으리라!

문단권력은 작가 취급도 안하는 80,90 세대가 00세대들의 눈에는 구태의연한 기성세대로 비친 모양이다.물론 어느 00세대에 가까운 90후 학생의 당돌함쯤으로 치부하고 웃어넘길수도 있는 일이지만 뒤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얼마전 한 온라인 매체에 글을 쓰는것에 대한 생각을 발표한적이 있다.온라인에서 발표하는거라 가벼운 마음으로 후딱 써서 보냈는데  편집진에서 만져주신(?) 덕분에 내가 쓴것보다 많이 부드럽고 이쁘게 나왔다.하지만 내 기분은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불편했다.아무리 봐도 내 글 같지 않았다.그리고 원문중에서 아래에 표시한 두 부분이 편집됐다.

첫번째 부분이 편집된 이유를 물으니 '편집장님께서 본인은 노래말에 감동 받은적도 많다고 하시더니….' 란다.이 무슨 황당한 ?금기어를 사용해서도 아니고 단지 편집장과의 생각이 달라서라니.왜 내 글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 개입하지?글은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글쓴이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다.글이 수준미달이라고 판단되면 싣지 않으면 된다.두번째 부분이 편집된 이유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그저 글의 전체적인 맥락과 동떨어졌거나 '그 부분이 '어르신'들이 보시기에 경박했구나…' 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이런 일은 예전에도 있었다.칼럼을 투고했는데 내가 쓴 글중 몇개 단락이 통째로 날아갔던 것이다.  나중에 편집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인것이 밝혀졌지만 편집된 이유를 묻는 나의 질문에 편집장이 한 대답은 '필요에 의해서 도끼질('도끼질' 이 였던지 '가위질'이 였던지는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할수도 있습니다.' 였다.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사고회로가 일시 중지되는 느낌이였다.

그 이후로 글을 쓸때 내 신경은 온통 '수위조절'에 쏠려있었다.어떻게 더 재밌게 쓸까가 아니라 '이 소재는 분명 채택되지 못할텐데?' 내지는 '이 단어도 잘릴까?'하는 생각에 단어 하나,구절 하나를 쓰는데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되고 글 쓰는게 점점 피곤해져 갔다.그래서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 원고료는 포기하더라도(그래봐야 얼마 안되지만)내 생각이 가위질 당하지 않고 온전히 표현될수 있는 온라인매체에 투고하는것이였다.

서점에 가보면 떡 먹고 체한것처럼 속이 답답하다.출판사도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시장조사를 하고 잘 팔리는 책을 출판할것이다. 그렇다면 50,60후 작가들의 책이 제일 잘 팔린다는 뜻이 되겠다.조선어 문학코너에 가면 전부 50,60후 작가의 작품들이니까.80,90은 커녕 70후 작가들의 작품이나 작품집도 찾아보기 힘들다.얼마전 발행된 '조선족으로 산다는것' 작품집도 코너의 제일 가장자리,선반의 제일 아래칸에 몇권이 불쌍하게 기성세대의 작품속에 끼여 진열되여 있었다.그것도 90도 이상 허리를 굽히고 한참을 찾은 끝에 겨우 발견할수 있었다.알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눈에  띄기 어려운 위치였다.

책은 여가시간을 즐기는 수단중의 하나이다.문학시장,특히 소설의 주소비층은 감수성이 예민한 2,30대 젊은이들이다.그들이 이데올로기로 가득찬 50,60대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아니 보기나 할까?어디 고상한 문학에 천박하게 시장의 논리를 들이미냐고 비난 할수도 있겠지만 슬프게도 국내 우리말 문학시장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한 노소설가는 80,90세대에서 소설의 대가 끊겼다고 얘기했다.과연 그럴까?

나는 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창작행위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동경한다.앞으로도 그럴것 같다.산들바람에 커튼이 살랑이는 해살 좋은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을 옆에 놓고 자판을 두드리는 작가(환상이 이렇게 무섭다.정작 본인은 해빛이 차단된 시커먼 골방에서 귀에 이어폰을 틀어막고 글을 쓰면서 ㅠㅠ) 나 오선지에 음표를 한음한음 그리는 작곡가,경치좋은 야외에서 캔버스에 물감을 옮기는 화가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만큼 우아하고 멋진 인생도 없을것이다. 물론 그들의 창작물이 돈이 된다면 말이다.지적 허영심이라고 욕해도 할말은 없다.원래 옛날에는 문학이 예술과 마찬가지로 귀족이나 부르주아들이 잉여시간을 떼우는 놀이였다.하지만 나의 창작물을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사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뜻도 된다.(물론 자크 루이 다비드처럼 일평생 권력을 좇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부와 명예를 얻은 예술가들도 있다.그렇게 권력에 목을 맸던 그도 결국엔 내쳐져 말년에 고국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낯선 타국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돈이 안되는 창작은 그저  자기만족의  수단일뿐이다.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신전 현관 기둥에 쓰여진 문구로 그리스 7현인중  한 사람이 했던 말이라고 전해진다. 어쩜 몇천년전에 살았던 사람이 이토록 현명한 철학적 사고를 할수 있었을까?

나는 애초에 작가가 되기에는 글러먹은 위인이다.글을 쓰는데 자료조사나 인터뷰는 기본절차인데 그 과정이 너무 귀찮다.머리가 지끈거린다.소설 몇편만에 자동으로 주제파악이 돼버렸다.역시 소설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구나 싶다.쓰는 사람도 지루한 글을 누구한테 보라고 들이미랴?글쓰는것을 너무 만만하게 본게지.하루강아지 까불다 된통 당한거다.

어차피 돈도 안되는거 그냥 가위질 당할 일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대로 끄적이면서 놀아야지~

근데 이 사이트 없어지진 않겠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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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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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나무를 사용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에 “사이트가 없어지진 않겠지”라고 걱정하셨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200%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작가님이 혹시나 있을 악성댓글이나 부동한 관점의 댓글에 겁먹거나 주눅이 들지 마시고, 먼저 도망치지 말아주세요 🙂 저희는 작가님과 같은 관점을 가진 분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고, 새로운 관점을 공유하면서 우리 조선족들이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여 나가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계속하여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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