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물통!

아! 장갑!

아!우산!

아! 재킷!

딸아이는 학교에 뭔가를 두고 오는 일이 잦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아니고, 거의 매일이다 싶었다.

처음에는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가, 나중에는 '진짜 이럴수도 있나' 싶었다.

물통을 여러 개 넉넉히 준비해도 결국엔 마법처럼 다 사라진다.

그래도 딸아이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디에 둔 건지 기억나?' 라고 물으면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몰라.' 가 전부였다.

좀 혼내야 하나 싶다가도, 이게 뭐 혼날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학교 도서관책을 빌려서 사물함에 넣었는데 나중에 보니 없단다.

도서관 가방 그대로 사라졌다고 했다.

도서관 책들은 읽지도 못한 채 그렇게 잃어버렸다.

그녀는 대체로 쿨하다.

그녀에게는 딱히 큰일이 없다.

지각을 해도, 뭘 잃어버려도, 수영 있는 날에 수영가방을 두고 가도…

천성이 태평한 아이이다.

잠들기 전에 고민을 얘기 하다가 내가 답하기 전에 잠들어버린다.

그런 딸아이가 가끔 신기하다.

그녀의 MBTI가 궁금해졌다. 

I는 분명 아닌 같고.

테스트를 해보니 ESFP란다.

자유로운 영혼의 슈퍼스타.

공부를 좋아하는 MBTI가 아닌 건 알겠고.

재미로 보는 MBTI지만 딸아이를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됐다.

-건망증이 있는 편이고 덜렁거린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런것도 타고나는구나.)

-놀기를 매우 좋아한다. 밖에서 에너지를 마구 뿜어내고 싶어한다.

 ( 키즈카페 문 닫을때까지 뛰어노는 그녀…)

-대체적으로 공부를 가장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니……)

-처음 만난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진다. 

(낯가림이 심한 엄마빠와는 참 다른…)

-관심사와 지식이 넓고 얕은 편이다. 

(그저 웃지요…)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걷기도 힘든 애기었을 때 립스틱 바르는 영상이 있었지…)

-잘 먹고 잘 자고 생각이 단순하다. 고민하다가 그냥 잠든다.

 (어떻게 알았지?! ㅋ.ㅋ)

-인생을 하루하루 즐겁게 살려고 한다. 

( 즐겁고 좋네.)

MBTI 용하네~ 

점집이 따로 없네.

엄마빠랑 이렇게 다를수가.

그니까 ESFP는 1988에 덕선이 같은 캐릭터다.

에너지 넘치고, 정 많고…

개그욕심은 있지만, 공부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매력둥이…

성격 안 좋은 보라는 덕선이 수학 봐주면서 마구 승질낸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넌 그냥 외워 닭대가리야…!'

'몇 번을 얘기해 몇 번을! 아무리 돌대가리라도 그렇지…'

(그래서 친언니한테 공부 배우는 거 아님…)

보라처럼 멘탈 털리게 몰아부치면 아는 문제도 못 풀것 같긴 하다. 덕선이는 그저 공부에 관심 없을 뿐인데…

딸아이는 청소에도 딱히 관심이 없다.

-방청소 할까? 

-싫어!

정리 좀 하라는 잔소리에 딸아이는 구글을 열고 진지하게 묻는다.
'Why is Mom so into cleaning?'

-정리 좀 할까?

-싫어!

무슨 거절을 이렇게 찰지게 하냐고.

그러고는 재밌는 노래라며 너튜브를 보여준다.

https://youtu.be/jr1Op93KyaU?feature=shared

하아…엄마의 잔소리를 노래로 만든다면이라니…

근데… 이 노래… 좀 중독성이 있다…

요거.요거.요거.요거. 씁~셋!둘!하나!

자꾸 듣게 된다.

노는 일에는 엄청 진지하다. 

슬라임에 아빠 면도크림을 넣으면 엄청 말캉해진다는 그녀,

색감도 이것 저것 믹스하고는 레인보우 컬러라며 새삼스레 감탄하는 그녀.

그녀는 엄마빠를 웃기는 일에 관심이 많다.

엄마빠가 웃으면 엄청 뿌듯해 한다.

가끔 남편하고 둘이 얘기한다.

진지한 것에는 1도 관심 없는 그녀…

어쩌면 정말 그저 웃음을 주려고 태어난 것일수도.

(她是来打酱油的吧?)

그것도 꽤 숭고한 인생 아닌가?

아침 등교전에 '이거 챙겼어?저거 챙겼어?' 하는 엄마를 보면서 그녀는 한마디 던진다.

'You worry too much.'

헛, 들켜버렸군. 

하아…그래.

좀 까먹고 덜 챙기면 또 어때.

무슨 그렇게 큰 일이라고.

그때 그때 알아서 해결하겠지.

그래, 너는 덜렁대는 게 아니야.

오로지 눈앞의 현재에 집중하는 것뿐이야.

어찌됐든, 모든 MBTI 유형중 평균 행복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나와는 다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어쩌면 그래서…

그런 그녀가 좀 많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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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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