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날, 해프닝이 나한테 강림했다.
강림했다는 말이 어울리는 해프닝이다.
이것은 나에게 준 테스트였을가? 아니면 글 소재였을가?
– 여보, 나 오늘 좋은 사람, 착한 일 했슴돠~
— 오늘은 뭔데?
– 그냥 기분이 좋을라고 했지무.
그 내가 자주 다니는 81 Bakery 있잼가, 오늘 아침에 앱을 열고 보니 맴버십 지갑에 음료수 쿠폰 50장이나 추가된 걸 발견했단 말임다. 이건 시스템 오류거나 직원의 입력 오류일거라 생각하고 수정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대로 뒀댔슴다.
— 그 쿠폰 사용하지 않아서 착한 일이라고?
– 당연히 아니지, 한시간 즘 지난 뒤 다시 확인해보니 그 공짜 쿠폰은 그대로 있었고, 걱정이 되는 맘이 앞서서 베이커리에 전화해서 앱에 오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해줬슴다. 그리고 점심에 다시 확인해보니 그 추가되었던 50장은 없어졌슴다.
— ( … … )
– 점심 먹은 후 지금 여기 베이커리에 왔고 주문할 때 오전에 발생한 앱 시스템 쿠폰 문제는 다 수정됐냐고 물었더니 내가 전화했던 상황을 알고 있었던 한 직원이 바로 조정되었고 감사하다면서 라떼 한 잔을 대접하겠다고 하지 말임다. ㅎㅎㅎ
— 그래서 기분이 좋았던 거구나
– 예. 기분이 좋슴다. 지금 요 라떼 한 잔이 훨씬 더 좋슴다.
앱 테스트를 하느라 내부 인원 12명에게 설정하는 거였는데 실수로 나를 포함한 12명 맴버십 고객에게 50장씩 공짜 쿠폰이 추가된 거라고 했슴다. 그리고 내가 전화할 때까지 회사측에서도 직원 중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었다고 하면서 진짜 감사하다고 했고, 나와 직원 모두 웃으면서 이 해프닝을 두고 얘기했슴다~
— ㅎㅎㅎ
이 해프닝을 기분 좋게 가족과 공유했다.
솔직히 앱에서 확인한 그 순간 "이건 웬 떡이지" 라는 맘이 없지 않았다.
나는 적어도 2년 반 다닌 단골이고 적립한 포인트도 꽤 되던 터였다.
그러나 곧이어 이건 이벤트가 아닌 시스템 오류가 분명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뒤 이뤄진 행위들, 상가 측에 전화해 공짜 쿠폰 상황을 알린 것은 사실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나는 기분이 좋았을가?
"똑같은 상황 속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선택을 할가?
아마 소수일거야.
나는 칭찬을 받아도 되는 좋은 일을 한 것이 맞아 … … "
자아 도취였다.
다른 사람은 안할 것 같은 행위를 나는/나라서 했다는 자아 도취였다.
기준이 하향 평준화 되었던 것이다.
이번 시스템 오류를 두고, 고객이 이벤트로 선물 받은 것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사용했다고 한들 상가 측에서는 결코 트집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오류로 인한 손실은 상가에서 안아야 할 것이고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오늘 나 자신이 "선행"이라고 이름지은 해프닝을 깨고는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고, 피해를 주지 않았고, 추가적인 피해도 막았다고 생각하니까.
오늘 해프닝 만큼은 "선행"이라고 생각하고, 소소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봐라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한번 더 해봤다.
오늘 해프닝은 소소한 테스트가 아니었나?
이 베이커리의 음료수 단가로 생각하면 25원~30원 정도 한잔이다.
50잔이면 1200원 정도에 해당된다.
이 정도로 나의 마음에 껄끄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앱에 추가된 것이 50장 무료 쿠폰이 아니고,
갑자기 생기는 수익 50만 원이라면, 500만 원이라면, 5000만 원이라면,
혹은 더 큰 가치의 내가 바래왔던 그 무엇인가 였더라면?
과연 오늘처럼
"기분 좋게 마시는 한 잔이 껄끄러운 50잔보다 훨씬 좋아." 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을가?
바로 확답 할 수 없다.
도덕성을 앞세워 오늘처럼 할 것이라고 다짐할 수도 있지만,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 이번과 유사한 선택의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나는 그때의 나다운 선택을 할 것이다.

실수를 한 직원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이였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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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로 그 실수를 한 직원의 입장이 되어 생각했슴다~
전 2000년쯤에 학교옆 은행에 가서 돈을 45원 찾았는데(그때는 학생들이 학교옆 은행에 돈을 몇백원 저축하고 30원 40원씩 찾아쓸때였슴다. ) 제 45원 찾았는데 은행직원이 실수로 저한테 405원을 주었슴다. 내 통장에서는 정확히 45원이 적어졌구. 저두 몇초 망설이다가 은행직원한테 솔직히 말하구 45원만 가지고 나왔슴다. 그때 은행직원이 열몇살짜리 저한테 감사하다는 말을 한 열번 했을겜다. 막 머리를 숙이면서 ㅎㅎㅎ.
숙소에 와서 애들한테 이 일을 이야기했더니 너무 로실하다는둥 너무 고지식하다는둥 심지어 부실하다는둥 욕을 많이 먹었슴다. 그래두 구카처럼 전 뿌듯했슴다.
이 글을 보니 그때 생각이 나면서 또 뿌듯해남다. 구카랑 저랑 같은 과인맴다. ㅎㅎㅎ
ㅎㅎㅎㅎ 저도 서리꽃님처럼 했을 것임다~
그 직원이 얼마나 놀라고 또 안도하고 또 고마웠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