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고 말해도 되는 시간이다. 아이를 소학교에 데려다 주고, 일 나가는 아내를 현관에서 배웅하고, 슬슬 준비해서 나가려던 참이었다.
최근 들어 부쩍이나 활동량이 준 어항속의 물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한 달 전부터 잘 먹지 않다가 어항 구석에 조용히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이번 주부터는 몸이 옆으로 기울어 있을 때다 잦았다. 지금 내 시선이 머문 곳에 그는 아예 어항 밑바닥에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누워 있다.
죽었나?
라고 생각한 순간, 힘차게 팔딱이더니 물고기 몸집이 빗선을 그리며 물속에서 솟음친다. 허나 그의 헤엄은 이내 포물선을 그린다. 자기 무게를 못이기는 듯 머리부터 아래로 뚝 떨어져 밑바닥에 그대로 내리꼰진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그러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더니 끝내 더는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다. 뜻하지 않게 물고기 생의 마지막을 목격하게 되었다. 짧지만 착잡하다. 인간은 유한 속에서 조금 더 삶을 가질 뿐, 저 순간에 다른 건 뭘까.
그보다도 이제 뒷감당이 스멀스멀. 어떻게 딸애한데 이야기를 해주지?
유치원 중반이 끝나갈 무렵이었나, 딸애는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비좁으니 덩치가 있거나 냄새가 심한 애는 어렵지 않겠냐, 동물을 키운다는게 생각보다 쉬운게 아니다, 여러 번 얘기 끝에 그면 몸집도 작고 냄새도 안나는 물고기를 키우기로 합의. 그래서 손을 잡고 몰에 있는 애완용 동물 가게에 가서 고른 녀석이 파아랗게 빛나는 열대어 한 쌍. 아니 두 마리라고 하는게 낫겠다. 오래 있어도 싸우기만 하고 알을 낳을 줄은 모르던 두 녀석이었으니.
인도 원산지인 외래종이라, 우리말 이름은 아직 마땅치 않은, 소리 그대로 코발트 드워프구라미란 담수어. 학명은 colisa lalia var 인 듯. 중국어로는 拉利毛足鲈, 속명 电光丽丽(?). 물고기 가격은 착한데 어항에 인공수초에 모래에 정수기랑 온도기에 환수용 약제까지 세트로 맞추다보니 20배의 비용이 듬. 애보다 배꼽이 크다는 경우. 딸애는 처음에는 이쁘다고 좋아했다. 몸집이 좀 작은 녀석은 '빛물이', 좀 큰 녀석은 '물빛이', 이름까지 지어주고. 허나 한 주가 지나기 바쁘게 먹이도 잘 안 주고 열정이 시들시들. 그 뒤로 먹이를 주고 어항을 씻고 물을 가는 건 아빠 몫;;;
어느덧 2년은 된 것 같은데. 그간 아주 가끔씩 관찰도 하고 재밌어도 하고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린 걸로 만족한다. 근데 오늘 그중 '물빛이'가 죽은 것. 어떻게 알려줘야지?
오후가 되어 드디어 하교하여 집에 도착한 딸애. 가방정리하고 혼자서 책을 읽으면서 키득키득거린다. "근데 얘야…" 하고 말문을 열었다. 오늘 물고기 한 마리가 죽었어. 응? 하며 다가온 아이한테 어항을 가리켰다. 애완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이별을 하는데, 강아지 고양이도 물고기 보다는 오래 살지만 그래도 죽잖아. 이 작은 물고기는 우리 집에 와서 2년 넘게 있었으니 오래 산거야…
말도 채 마치지 못했는데, 딸애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달래도 별 소용이 없다. 결국 엄마가 와서 다독이고 그림 그려주고 공원에 가서 잘 묻어주자 라고 해서야 조금 진정이 된다. 흐느끼면서 일단 그림을 그렸다.

([좌상] 또 같이 놀자! 나의 물고기야. / [좌하] 2월 3일 월요일, 물고기가 죽었다. / [우측 위로부터 아래로] 처음 샀을 때. 싸웠다. / 먹이를 먹을 때. 와구와구 먹었다. / 먹이를 줄 때. 입을 쩍쩍 벌렸다.]
그림을 완성하였으니 이젠 옷을 주워입고 아빠가 데리고 나갈 차례. 집 근처의 시냇가 공원에 양지바른, 아니 강아지가 올 것 같지 않은 구석을 찾아 나무가지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물고기를 땅속에 파묻는 건 이상하다며, 흙이 닿지 못하도록 물빛이의 '관'(?)이라고 할까, 베란다에 말려뒀던 전복 조가비를 챙겼다. 땅을 파고 전복 조가비를 깔고 물빛이를 그 위에 뉘이고, 다시 페트병에 챙겨 온 물을 조금씩 부었다. 이제야 물고기 무덤 같다나 뭐라나.

다음은 큰 잎사귀를 뜯어다가 그 위를 덮고 둘레 한바퀴만을 흙으로 덮고 다시 거기에 작은 이파리를 두른 뒤 맞춤한 크기의 돌로 눌러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한다. 마지막으로 겨울 꽃을 찾아 꺾어다가 꽂아 주면 마무리. 저녁 노을이 졌더가 땅거미가 질 때 쯤에서 집으로 왔다.


손 잡고 집 가는 길에 말했다. 목숨이 있는 거는 다 소중하고, 소중한 목숨을 데려온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거라고. 그랬더니, 책임이 뭐야? 라고 물어본다. 음… 그니까 책임은… 돌봐줘야 된다는 뜻이야. 물고기든 강아지든 집에 데려오기 전에 잘 생각해봐야 해. 깊게 생각 안하고 데려왔다가 돌보기 싫어서 버리는 사람도 많거든… 그래서 들고양이 들강아지들이 떠돌아 다니면서 먹을 것, 쉴 곳을 힘들게 찾아다니는 거고.
응, 알았어.
그런데, 빛물이 혼자 너무 외로운거 같으니까, 이제 잘 생각해 보고 새로 다른 애들을 데려오자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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