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조용한 이별이 있다. 싸우지도, 헤어지자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삶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그런 이별이다. 마치 안개처럼 서서히 멀어져, 어느 날 문득 기억 속에만 남게 되는 관계다.

그 사람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 언제였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아무렇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고, 별일 없이 헤어졌을 것이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얼마 전 우연히 쑈훙쑤에서 본 한 문장이 마음을 붙잡았다.

原来,我们已经和很多人,见完了此生的最后一面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삶에서 스쳐간 많은 인연들 중,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헤어진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그냥 연락이 줄어들고, 바빠지고, 서로의 시간이 달라지면서 조용히 멀어진다. 그리고 그 사람은 더 이상 내 일상에 없게 된다. 그게 이별이라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그 순간 이상하게 허전했다. 인사도 없이, 어떤 마무리도 없이 사람이 스르륵 삶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게 낯설었다.

누구는 이직했고,

누구는 결혼했고,

누구는 연락처를 바꿨고,

누구는 그저… 조용히 멀어졌다.

거기엔 특별한 사건도, 이유도 없었다. 서로가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시간이, 방향이, 그리고 삶이 그렇게 만든 거였다.

세상은 언제나 바쁘다. 누구 하나의 등장이나 퇴장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는 어쩌면 이미 다른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건 모른다. 굳이 묻지도 않는다. 어쩌면 다시 만나도 서로 반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자리를 지나간 것만으로 충분한 관계도 있다. 모든 인연이 간직할 만한 것도, 붙잡을 만한 것도 아닌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씩 무뎌진다. 아픈 건 줄어들고, 기억은 흐려지고, 말하지 못한 말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진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히 잊고, 천천히 놓고, 그냥 살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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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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