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의 라이프 스폰서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난 순간 이미 저의 정신적 스폰서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태껏 나에게 “경제적 관념”은 너무 속된 것으로 취급되어왔다.
그러다 올해 초에 <업계와 시장>이라는 수업을 억지로 맡게 된 계기와 함께 경제 관념이 철저한 연애 대상자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와 반년동안 알아가면서 여태까지 내가 얼마나 “단순하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모든 지출을 엑셀표에 분류하여 기록하는 꼼꼼한 성격을 갖춘 자다. 게다가 소비주의를 혐오하기에 꼭 필요한 소비만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나의 인생 스폰서가 되어주겠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화가 오가며 나는 미국에 한 번이라도 가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나의 예술혼을 날릴 수 있는 맞춤형 여행 스케줄을 짜주겠다고 약속하였고 장장 3주 동안 미국 여행에 관한 모든 번잡스러운 예약일정과 투어코스를 도맡았다.
항공편 노선도나는 그의 도움으로 아무런 걱정거리 없이 여행을 떠났으며 내가 가고 싶었던 도시들과 주변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관광지 등을 충분히 구경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나의 새로운 퍼포먼스 시리즈의 탄생에 기여한 서포터이자 매니저, 사진사이며 심지어 촬영사 역할까지 담당했다.

<나의 집: 미국 시리즈>

워싱턴, 백악관 앞

스탠퍼드 대학교, 로댕의 <지옥의 문> 앞

뉴욕, 타임스 스퀘어 앞

 

두 손 모아

 

 

이마

 

 

입술

 

 

심장

 

 

 

 

인사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 일대. 영상 촬영: C.L.

*영상 촬영지는 필라델피아의 유명한 “좀비거리”이다. 나는 이 곳에서 티벳 사람들의 성지순례 과정에서 하는 동작을 티벳 불교 전문가 친구에게 여줍고 차용하였다. 그에 따르면 “五体投地磕长头的朝圣,藏文叫ཕྱག་འཚལ་ཆས་ལམ,“磕长头之路”的意思。它的行为表现是,双手合十,象征礼拜,然后触额、口、心,象征净化身、语、意。然后呢,全身伏地伸展,意思是放下自我,归于大地。” 

동영상 캡쳐 장면

나는 나의 예술적 이상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배우자를 그토록 바라왔고, 나를 꼼꼼하게 챙겨줄 수 있는 사람, 의지할 수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 하지만 여행은 두 사람의 성향을 빠른 시일 내에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나는 이번 여행과정에서 내가 받은 이 모든 정성과 은혜를 동등한 사랑의 무게로 되돌려줄 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든 커플은 100% 맞을 수 없어요. 서로 성장 환경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났는데 모순과 갈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타협점과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랑이 소실될 것 같아 두려워요.”
“원래 삶이란 결국 일련의 문제들을 함께 처리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함께 경험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욱 더 돈독 해진다고 보아요.”
“저는 이 모든 것이 아직 매우 낯설어요. 이렇게 보면 결혼한 부부들이 정말로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연애의 초기 단계에서 그쳤던 것 같네요.”

내가 너무 이상주의였을까?
그가 너무 현실주의인걸까?

이런 의미에서 나는 30대 중반의 연애가 왜 어려운 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곧바로 마주해야 하는 것은 20대의 여유로운 낭만이 아닌 무미건조한 삶 자체이니까!

여행이 끝날 무렵 나는 말했다.
“여행전에 약속했던 대로 귀국하면 서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시다.”

그는 묻는다.
“결국 아이 때문입니까?”

나는 답했다.
“제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당하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당신에 대한 제 마음이 충분히 확고하다면 아이는 문제가 될 수 없어요.”

그는 아쉬워하며 말한다. “만약에 생각이 바뀐다면 꼭 다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현재로서 저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30대의 연애는 놀라울 정도로 이성적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되었다.

올해 하반기는 나의 케케묵은 작업 아이디어와 메모, 강의록들을 다시 정리하며,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다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뜻 하다.

그와의 연애에서 나는 업무 실행력과 경제력이 예술의 가능성을 월등히 확장시키는 기반이라는 점을 체감하였다.

나는 이번 연애에 관해 그 어떤 과도한 의미부여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그의 추진력과 성실함에 감명받아 삶을 비관으로부터 긍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 사랑을 낭만의 울타리에만 가두는 것이 아닌 탈신비화적 현실 속에도 허용하는 마음을 획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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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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